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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16년 미궁 ‘삼척 노인 살인사건’ 손톱 밑 DNA가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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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위 사진은 해당 사건과 관련 없음. <한겨레> 자료사진


2004년 10월2일 70대 여성 ㄱ씨는 강원도 삼척시 근덕면 자신의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건 현장에는 범인이 물건을 뒤진 듯한 흔적은 있었지만 피해자가 평소 금품을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숨겨둔 덕분에 도난당한 물품은 없었다.

30∼40가구 정도가 사는 작은 마을이었지만 당시 용의 선상에 오른 인물은 3000여명에 이를 정도로 방대했다. 경찰은 피해자와 원한 관계에 있을 것으로 의심되는 4명을 용의선상에 올렸다. 하지만 이들이 범인이라는 결정적인 증거를 찾지 못하면서 이 사건은 장기미제로 남았다.

이 사건이 세상에 나온 것은 지난해 9월 강원지방경찰청이 장기미제 살인사건 해결을 위해 수사전담팀을 광역수사대 12명과 미제사건 전담수사팀 3명으로 확대 편성하고 사건 기록을 다시 살펴보면서다.

경찰 전담팀은 사건 발생 당시 현장에서 채취한 담배꽁초와 피해자의 오른손 손톱에서 채취한 디엔에이(DNA) 등 증거물, 37권에 달하는 수사기록을 몇 달간 분석해 사건 발생 추정 시간인 밤 8∼10시에 사이 사건 현장에서 임도로 약 1.7㎞ 떨어진 7번 국도에서 지나가던 차량을 얻어 탄 남성에 주목했다.

경찰은 사건 특성상 진범이 사건 발생지 주변에 연고가 있거나 지리에 밝은 인물일 것으로 보고 수사망을 좁힌 끝에 절도 전과가 있고 차량을 얻어 탄 남성과 비슷한 연령대인 ㄴ(당시 25살)씨가 범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했다.

결정적인 증거는 디엔에이였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담배꽁초와 피해자 손톱 등 현장 증거물에서 확보한 디엔에이가 ㄴ씨와 일치한다고 통보했다. 또 경찰이 당시 차량에서 확보한 쪽지문과 ㄴ의 지문도 일치했다.

16년 동안 미궁 속에 빠져있던 ‘삼척 노인 살인사건’의 진범이 과학수사 기법의 발달 덕분에 마침내 밝혀진 셈이다. 하지만 ㄴ씨는 사건 발생 다음 해인 2005년 6월17일 인근에서 또다시 절도 행각을 벌이다 피해자에게 발각돼 몸싸움 끝에 숨진 것으로 확인돼 죗값은 물을 수는 없게 됐다. 경찰은 이 사건을 ‘공소권 없음’으로 검찰에 넘길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억울하게 돌아가신 피해자의 명복을 빌며, 큰 아픔을 겪은 유가족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앞으로도 피해자와 유족의 아픔을 잊지 않고 피해자의 원혼을 달래기 위해 장기미제 살인사건 해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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