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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뉴욕증시 中기업 제재 피해 `U턴`…시총 1조달러, 미국서 줄행랑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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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지난 19일(현지시간) 나스닥이 `중국판 스타벅스` 루이싱커피(-50.71%)에 상장폐지를 통보한 것을 계기로 `차이나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이날 이후 22일까지 `중국판 마이크로소프트`를 표방한 킹소프트(-25.37%)와 `중국판 아마존` 알리바바(-8.13%)와 `중국판 넷플릭스` 아이치이(-12.23%) 주가가 급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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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19(COVID-19)를 계기로 미국이 중국 전방위 압박에 나선 가운데, 미국 증시에 진출해 '달러 끌어모으기'에 나섰던 중국 기업들이 자국으로 줄줄이 '유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중국판 스타벅스'로 불린 루이싱커피 회계 부정 사건을 계기로 부각된 '차이나 리스크'가 중국 기업 주가에 얼마나 영향을 줄지, 이들 기업이 실제로 유턴한다면 본격적인 움직임은 언제부터 나올지 여부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현지시간) 중국 기업에 대한 미국의 감시·규제가 강화될 움직임을 보이자 뉴욕 증시에 상장했던 중국 기업들이 뉴욕에서 빠져나와 중국 본토로 도망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이날 전했다. 이들은 아시아 금융 허브로 통했던 홍콩 증시보다 중국 지도부가 적극 지원하는 본토 선전이나 상하이를 선호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1일 열린 중국 '최대 정치행사' 양회에서 공산당 지도부가 홍콩보안법을 제정키로 한 데 대해 미국이 반발한 여파로 홍콩 증시 리스크가 불거졌기 때문이라는 게 WSJ분석이다. 24일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중국이 홍콩보안법을 강행해 홍콩을 장악하면 더이상 자유와 자본주의가 보장되지 않는 곳이 되기 때문에 미국은 홍콩에 대한 경제적 특혜를 폐지할 수도 있다"고 한 바 있다.

'차이나 리스크'는 코로나19사태를 두고 미·중 갈등골이 깊어지는 과정에서 더 불거지고 있다. 미국은 정부와 의회, 시장이 초당적으로 합심해 '연방 기관에 대한 중국 기업 투자 자제령'과 '중국 기업 상장 규제 강화·상장 폐지 유도' 카드로 중국 기업에 대한 자본 시장 걸어 잠그기에 나섰다.

정치권에서는 공화당이 주도하는 연방 상원이 중국 기업의 미국 주식시장 상장을 사실상 금지하는 '외국회사책임법안'을 지난 20일 만장일치로 가결했으며, 민주당이 주도하는 연방 하원에서도 유사한 내용의 법안이 준비되고 있어 결과적으로 일련의 법안이 법으로 제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정부 차원에서는 노동부가 산하 연방 퇴직저축투자위원회(FRTIB·연방 공무원 연금기금)를 향해 "중국 기업 주식 투자 진행 사항을 전면 중단(halt all steps)하기를 바란다"면서 "중국 업체는 미국의 재무공개규칙을 지킬 의무도 없기 때문에 기업이 투명하지 않고 투자 리스크가 크다"는 경계령을 지난 11일 낸 바 있다. 이어 14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에 상장된 중국 기업 중 미국 회계기준을 따르지 않는 회사들을 눈여겨 보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시장 차원에서는 나스닥이 증시 상장 첫 걸음 격인 기업공개(IPO) 규제를 강화해 중국 기업을 정조준했다. 나스닥은 사상 처음으로 'IPO를 위한 최소한 자금 확보'를 조건으로 내걸어 중국 등 외국 기업에 대해 IPO과정에서 최소 2500만 달러를 조달하거나 상장 후 시가 총액의 4분의 1이상 자금을 의무적으로 확보하도록하고, 중국 기업의 IPO를 위해 회계 감사 업무를 맡은 업체에 대해서 해당 감사 업체가 미국·중국 업체인지를 불문하고 국제 표준 준수 여부를 확인·조사해 위반시 IPO취소 등 벌칙을 부과한다는 방침을 발표할 예정이다. 나스닥은 회계 부정을 일으킨 '중국판 스타벅스' 루이싱커피에 대해 주식 거래 중단 조치를 취한 데 이어 지난 19일 상장 폐지도 통보했다. 루이싱커피 측이 청문회를 요청해 20일부로 30~45일 간 주식 거래가 재개됐지만 루이싱커피가 나스닥에서 회생할 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지난 2017년 10월 중국 베이징에서 '중화 사상'(중국 중심주의)을 강조하며 출발한 루이싱커피는 작년 5월 미국 나스닥에 상장해 '세상에서 가장 빨리 미국 증시에 상장한 스타트업'으로 통해온 상징적인 기업이다.

이런 가운데 뉴욕 증권거래소(NYSE)에서는 '중국판 아마존'격인 온라인 상거래 플랫폼 알리바바의 주가가 19일 부로 지난 주 거래 마감일인 22일까지 8.13% 떨어지는 등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19일 나스닥이 루이싱커피에 상장폐지를 통보한 것을 계기로 '차이나 리스크'가 불거진 탓이다. 같은 기간 나스닥에서는 '중국판 넷플릭스'로 통하는 아이치이 주가가 12.23%급락했다. 아이치이는 루이싱커피에 이어 회계부정 의혹을 받고 있다. '중국판 마이크로소프트'를 표방한 킹소프트도 같은 기간 주가가 25.37%폭락했다. 루이싱커피는 거래가 재개된 20일 이후부터 22일까지 50.71%로 주가가 반토막 난 상태다.

중국 기업들은 최근 10년간 적극적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해왔다. 골드만삭스 분석에 따르면 2020년 들어 최근 뉴욕 증시에서 중국 기업들 시가총액은 1조 달러(약 1241조원)로 비중은 3.3%다. 작은 비중 같지만 10년 전인 2010년에는 비중이 0.8%로 1%에 못미쳤다.

중국 기업의 뉴욕 증시 발걸음이 늘어난 것은 지난 2014년 9월 20일 알리바바가 NYSE에서 '미국 사상 가장 큰 규모'로 IPO(총 217억 7000만달러)한 것이 계기다. 알리바바는 뉴욕 증시 상장 중국 기업 시총 총 1조 달러 중 5357억 달러를 차지해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최근 IPO사례는 중국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 킹소프트다. 킹소프트는 나스닥 IPO를 통해 지난 8일 상장해 5억1000만달러(약 6200억 원)를 조달한 바 있다.

중국 기업의 뉴욕 증시 상장이 늘어난 이유는 '1석 3조 효과' 때문이다. 이들이 미국에서 상장하면 중국 당국의 자본통제를 피해 통해 쉽게 달러를 조달할 수 있고, 이에 더해 나스닥 상장 기업이라는 점을 활용해 중국 당국으로부터 보조금·자금 대출 지원을 받는 기회가 따른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또 블룸버그 통신은 뉴욕 증시에 상장된 기업 중 미국 상장회사회계감독위원회(PCAOB)의 회계감사 회피 의혹을 받는 기업 224곳 중 95%인 213곳이 중국·홍콩기업임에도 이들 기업이 감독 당국의 감시망을 피해 달러를 모으며 중국 정부 지원을 받는 효과를 누려왔다고 지적했다.

중국 기업의 U턴 현상은 미·중 갈등이 극에 달한 지난 해에 사례가 나오기 시작했고, 올해 들어서는 중국 성장 정책이 내실 다지기에 들어간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U턴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미·중 무역전쟁이 한창이던 지난해 6월 중국 최대 반도체 기업이자 국영기업인 SMIC는 나스닥 상장 15년만에 자발적으로 상장 폐지했다. 현재는 홍콩 증시에 상장돼있고 추가로 상하이증권거래소 과학혁신판 추가 상장을 앞두고 있다. 중국 국무원 산하 구오센 증권은 이번 상하이 증시 상장을 통해 달러로 치면 30억 달러 모금을 기대하고 있으며 중국 정부 산하 펀드가 SMIC 주식 발행 작업에 참여해 22억 5000만 달러어치 자금을 투입할 계획이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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