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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는 짧게, 골프와 정적 공격은 길게…트럼프 대통령의 현충일 연휴 사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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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현충일인 25일(현지시간) 워싱턴 인근 버지니아주 알링턴 국립묘지를 방문해 무명용사 묘지에 헌화한 다음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알링턴|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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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전몰장병들을 추모하는 기념일인 현충일을 맞아 알링턴 국립묘지를 참배하고 영국과의 전쟁 성지인 맥헨리 요새에서 기념식을 거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몰장병들을 추모하면서 특히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헌신적으로 임무를 수행한 장병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올해 현충일은 코로나19로 각종 행사가 취소되거나 축소·변경됐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현충일을 낀 사흘간의 연휴 동안 코로나19 때문에 중단했던 골프를 연이틀 즐기고, 트위터에 정적들을 향한 비난과 조롱에 치중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부인 멜리니아 여사와 함께 워싱턴 인근 버지니아주 알링턴에 있는 국립묘지를 방문해 무명용사 묘지에 헌화한 다음 오후엔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인근 맥헨리 요새에서 기념식을 거행했다. 맥헨리 요새는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이후인 1812년 미국군이 영국군에 맞서 싸운 전투를 기념하는 역사 성지이자 국립기념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코로나19를 언급하며 “최근 몇 달 간 우리나라와 세계는 보이지 않는 적에 맞서 새로운 형태의 전투를 벌였다”면서 “수만 명의 군인과 주방위군은 끔찍한 바이러스에 맞서 환자를 돌보고 중요한 물자를 전달하고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 밤낮으로 일하며 우리 전쟁의 최전선에 있다”고 치하했다. 그는 “우리는 위대한 참전용사의 가족을 포함해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모든 가족과 함께 애도한다”면서 “우리는 함께 바이러스를 정복할 것이고 미국은 이 위기에서 새롭고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현충일 기념식은 예년보다 적은 약 200명이 참석했으며, 물리적 거리두기를 위해 참석자들의 의자는 멀찍이 떨어져 있었다. 연단과 객석도 충분한 거리를 두고 배치됐다.

오프라인에서 엄숙하게 국립묘지 참배와 기념식을 거행한 것과 달리 그의 트위터 계정은 현충일 연휴 내내 정적들을 비롯해 그의 눈밖에 난 대상들을 향한 비난과 조롱을 쏟아내느라 불을 뿜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틀 동안 100여건의 글을 트윗하거나 리트윗했다면서 현충일의 취지에 맞는 전몰장병에 대한 추모의 글은 한 두 건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민주당의 대선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조 바이든 부통령, 자신에 대한 탄핵을 주도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 민주당 주요 인사들, 그리고 자신에게 비판적인 기사를 내보낸 언론을 비난하는 트윗을 올리거나 다른 이들의 트윗을 리트윗했다. 그는 코로나19 책임이 중국에 있다면서 자신과 행정부가 훌륭하게 대처했다면서 자화자찬했고, 자신을 괴롭힌 러시아 스캔들이 조작된 것이라는 단골 트윗도 빼놓지 않았다. 공화당이 8월말 전당대회를 열기로 돼 있는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서 행사가 온전하게 개최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민주당 소속 노스캐롤라이나 주지사가 확답을 주지 않고 있다면서 행사지를 다른 곳으로 옮길 수 있다고 압박했다. 심지어 자신이 트럼프 행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했던 제프 세션스 전 장관을 험담하는 트윗도 올렸다.

사흘간의 연휴 이틀 동안 자신 소유의 골프장을 찾아 골프를 즐겼던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코로나19 누적 환자가 160만명을 넘어서고, 누적 사망자가 10만명에 육박한 상황에서 대통령이 골프를 즐기러 갔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이를 적극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골프 라운딩을 다룬 기사들을 거론하며 트위터에 “가짜, 그리고 완전히 부패한 뉴스들은 마치 그것이 치명적인 죄인 것처럼 들리게 했다”면서 “나는 이런 일이 일어날 줄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들이 말하지 않는 것은 이것이 거의 석 달 만에 처음으로 한 골프였다는 것”이라면서 “만약 내가 3년을 기다렸다고 해도 그들은 늘 그렇듯 어찌 됐든 두들겼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골프에 대한 비판을 반박하면서 오바마 전 대통령과 바이든 전 부통령을 역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은 ‘졸린 조’의 형편없는 직업윤리나 오바마가 골프장에서 보낸 그 모든 시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졸린 조는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전 부통령을 조롱하며 부르는 별명이다. 언론들이 자신의 골프 라운딩만 비판하고 오바마 전 대통령의 골프 사랑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는다면서 불공평하다고 지적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지난 50년 동안 졸린 조보다 더 중국에 유약했던 인물은 없다. 그는 핸들을 잡고 졸고 있었다”면서 “그는 (우리를) 뜯어먹는 무역합의를 포함해 그들이 원한 모든 것을 그들에게 주었다. 나는 모든 것을 되돌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과 중국을 한데 묶어 비난한 것이다.

앞서 바이든 전 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로 많은 미국인이 사망한 가운데 골프장을 찾았다면서 비판하는 정치 광고를 링크하면서 “대통령은 골프장의 카트 위에서 트위터를 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공격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의 코로나19 누적 사망자가 10만명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골프와 트위터로 주말을 보냈다고 비판했고, CNN도 트럼프 대통령의 현충일 행적은 미국이 코로나19로 인한 희생에 대처하고 있음에도 그의 평상시 대통령 직무수행으로 돌아가려는 노력을 보여준다고 비꼬았다.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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