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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재집권 8년차 지지율 최악…'아베 시대' 저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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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검사장 도박 '겹악재'…경기침체도 한몫

"경제·외교로 돌파 힘들듯"…'조기퇴진론' 재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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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5일 오후 관저에서 코로나19 관련 '긴급사태'(비상사태)의 전면 해제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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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에게 또 다시 '위기'가 닥쳐오고 있다.

최근 일본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커진 상황에서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유력시됐던 구로카와 히로무(黑川弘務) 전 도쿄고등검찰청 검사장마저 도박 파문으로 낙마한 것을 계기로 아베 내각에 대한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아사히신문의 전국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 16~17일 조사 당시 33%였던 아베 내각에 대한 지지율은 23~24일 조사에서 29%를 기록하며 4%포인트(p)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아사히 조사 기준으로 2012년 말 아베 총리 재집권 이후 최저치다.

또 마이니치신문 조사에선 이달 6일 40%였던 아베 내각 지지율이 23일 27%로 무려 13%p나 급락했다.

일본 언론과 정치권에선 통상 내각 지지율 30%선을 정권 운영의 '위험수위'로 보고 있는 상황. 이와 관련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일본의 코로나19 '긴급사태'(비상사태)는 25일 종료됐지만, 아베 총리의 정치적 역경은 이제 막 시작된 것일 수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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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카와 히로무 일본 도쿄고검 검사장 (NHK 캡처) © 뉴스1


◇ 코로나 위기 속 측근 검사장 도박 파문…경기침체도 '한몫'

일본 정부는 최근 내각 지지율 하락의 가장 큰 요인으로 구로카와 전 검사장 문제를 꼽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총리 관저의 한 간부는 26일 보도된 아사히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때문에 국민들의 '인내'가 강요되고 있는 가운데 구로카와 전 검사장 보도가 나오면서 불만이 폭발했다"고 진단했다.

구로카와 전 검사장은 코로나19 관련 '긴급사태 선언'이 발령돼 있던 이달 1일과 13일 심야에 언론사 기자들과 내기 마작을 즐긴 사실이 드러나 결국 사표를 썼다.

전문가들은 최근 코로나19 유행의 영향으로 일본의 경기침체가 한층 더 심화된 사실도 이번 지지율 하락에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정치컨설팅업체 야마네코(山猫) 종합연구소의 미우라 루리(三浦瑠麗) 소장은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코로나19 때문에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고 기업들도 파산하고 있다"면서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커질수록 아베 총리를 지지하는 국민들도 줄어든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가 전날 수도 도쿄도 등 5개 광역지방자치단체를 끝으로 지난달부터 전국에 순차적으로 발령됐던 코로나19 '긴급사태(비상사태) 선언'을 모두 해제한 것도 이 같은 기류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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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일본 도쿄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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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베, 지지율 폭락 때마다 경제·외교 돌파구…이번엔 '글쎄'

아베 총리는 그동안에도 사학법인에 대한 특혜시비 등 각종 의혹 때문에 지지율이 20%대 중반까지 폭락한 적이 있지만, 그때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등 경제·외교행보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엔 코로나19 유행이란 변수가 워낙 커서 집권 자민당(자유민주당) 내에서조차 "지지율 만회가 쉽지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시나리오 차원이긴 하나 일부 언론이 아베 총리의 '조기 퇴진'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현재 자민당 내에선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정무조사회장(63)과 아베 총리의 '라이벌'을 자임해온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간사장(63), 그리고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의 차남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 환경상(39) 등이 '포스트 아베' 주자로 우선 거명되고 있다.

그러나 후지TV의 히라이 후미오(平井文夫) 선임해설위원은 25일 방송에서 "이시바 전 간사장은 당내 '우군'이 적고, 고이즈미 환경상은 아직 젊어서 아베 총리를 끌어내리는 게 불가능하다"며 "기시다 회장 역시 아베 총리의 임기가 끝날 때까진 움직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기시다 회장은 2015년 외무상 재임 시절 한일위안부합의를 성사시킨 인물로서 아베 총리가 직접 '후계자'로 점찍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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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후미오 일본 자민당 정조회장 <자료사진>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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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 상황 진정되면 아베 지지율 오를 것" 관측도

현재 자민당 총재를 겸하고 있는 아베 총리는 스스로 총리직을 그만두거나 의회에서 내각 불신임 결의안이 채택되지 않는 한 총재 임기가 끝나는 내년 9월까지 총리직을 수행할 수 있다.

히라이 위원은 "내각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지만 야당이 여전히 약하기 때문에 '정권 교체'를 기대하기도 어렵다"고 전망했다.

아사히의 23~24일 정당 지지율 조사 결과를 보면 자민당의 지지율은 26%로 전주대비 4%p 감소했지만 여전히 주요 정당 가운데 1위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을 비롯한 야당들은 모두 5% 이하를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다케나카 하루카타(竹中治堅) 일본 국립 정책연구대학원대 교수는 "내각 지지율이 1~2주 정도는 더 빠지겠지만, 이후엔 코로나19 확산 정도에 달려 있다"며 "상황이 진정되면 지지율이 오를 수 있다"고 예상하기도 했다.

아베 총리는 앞서 기자회견에서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주어진 사명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ys417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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