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8 (목)

주낙영 "일본 자매도시에 방역물품 보내준 게 대단한 잘못?"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수출금지 품목인 마스크 보낸 일 없어… 日 시민 반응 뜨거워"

경북 경주시가 일본 자매우호 도시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물품 수천개를 보내준 일을 놓고 주낙영 경주시장 해임 국민청원이 올라오는 등 비판 여론이 수그러지지 않는 가운데 주 시장이 25일 다시 한 번 “자매도시에 방역물품 보내준 게 뭐 그리 대단한 잘못이냐”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주 시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같이 밝히며 “위기 끝나면 서로 자유롭게 왕래하며 경제도 하고 관광도 해야 할 사이가 아닌가”라며 “이번 지원은 순수한 인도주의적 차원의 판단이었다”고 강조했다.

세계일보

주낙영 경주시장. 주낙영 경주시장 블로그 캡처


일본에 방역물품 제공을 결심하게 된 계기도 설명했다. 그는 “우리 시의 국제교류팀장이 자매도시 실무자들과 안부도 묻고 정보를 교환하던 중에, 일본의 지자체 공무원들이 자기들은 방호복이 없어 의료진이 비닐 우의를 뒤집어쓰고 환자를 돌보고 있는 처지라는 딱한 사정을 전해왔다”며 “추가 예산이 들지 않는 일이라면 좀 보내주면 좋겠다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대구시는 제쳐두고 일본에만 방역물품을 제공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방호복을 5000세트나 지원하고 대형 생활치료센터 시설을 두 군데나 수용해 700명이 넘는 대구 환자를 잘 치료해서 돌려보낸 경주시민들로서는 억장이 무너질 소리”라고 반박했다.

주 시장은 “일본에 수출금지 품목인 마스크를 보낸 일도 없고 국민 혈세를 낭비하지도 않았으며, 방호복은 법적 의무 비축물자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일본 나라시·교토시와의 오랜 인연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주 시장은 “나라시는 1998년 경주세계엑스포 때 두 대의 전세기를 띄워 손님을 보내줬고, 치벤학원에서는 자기네 조상들이 지은 식민지배의 만행을 사죄하고 자라나는 미래세대에 올바른 역사의식을 심어주기 위해 1975년부터 지금까지 45년간 해마다 수학여행단을 보내주고 있다”고 언급했다.

세계일보

경주시에서 보낸 방역물품 앞에서 ‘감사합니다’ 팻말을 들고 있는 나카가와 겐 일본 나라시 시장. 경주시 제공


또 “경주시와 크루즈 뱃길사업을 추진 중인 교토시는 이번 방역물품 전달에 대해 교토시민들의 감사의 반응이 얼마나 뜨거운지는 교토시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잘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주 시장은 다만 “옳고 그름을 떠나 지금의 격앙된 반일 정서상 제 참뜻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분위기라는 것도 충분히 이해한다”며 “앞으로 어떤 결정을 할때는 국민정서를 감안하여 매사 더욱 신중을 기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논란은 경주시가 일본 자매 도시에 방역물품을 보냈다고 밝히며 촉발됐다. 경주시는 지난 17일 나라·교토시에 비축된 방호복 1200세트와 방호용 안경 1000개를 지원했다. 경주시는 이달 말까지 오바마시, 우사시, 닛코시에도 방호복과 방호용 안경을 추가 지원할 예정이다.

경주시의 일본 방역물품 지원 사실이 알려지자 경주시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매국노’, ‘토착왜구’ 등 다소 거친 표현까지 쓴 부정적인 글들이 쏟아졌다. ‘경주 여행 보이콧’ 움직임도 일고 있으며 경주시민 사이에서도 주 시장의 결정을 놓고 비판 여론이 확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2일 시작된 주 시장 해임 청원은 26일 기준 8만명 동의를 넘어섰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