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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WHO, 미국 이어 이번엔 브라질과 ‘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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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왼쪽부터 만평에 등장한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타이완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뉴요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미디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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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판 싸움’을 벌인 세계보건기구(WHO)가 이번엔 코로나19 환자 ‘세계 2위’ 브라질과 충돌하고 있다.

WHO는 브라질의 섣부른 경제 재개를 경고하고 나서는가 하면, 일부에서 코로나19 치료제로 장려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안전성을 연구 중단을 선포했다. 말라리아 예방약이자 치료제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예방 차원’에서 복용한 약으로 유명하며, 브라질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 역시 치료제로 장려하고 있다.

이 같은 WHO의 말라리아약의 일시 배제에 맞서 브라질 정부도 “코로나19 환자에게 클로로퀸 등을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맞서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WHO는 트럼프 대통령이 효능을 극찬하며 “나도 먹고 있다”고 밝혔던 하이드록시클로로퀸에 대해 “안전성 우려로 코로나19 치료제 관련 실험에서 배제하기로 했다”고 25일(현지시간) 밝혔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이날 스위스 제네바 본부에서 열린 화상 언론 브리핑에서 “WHO의 ‘연대 실험’ 집행 그룹이 하이드록시클로로퀸 부문의 연구를 자료안전감시위원회가 안전성을 심의하는 동안 잠정 중단했다”면서 “이 같은 우려는 코로나19와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실험에 참여한 10개국을 대표하는 집행 그룹은 지난 23일 세계적으로 이용 가능한 모든 증거에 대해 종합적인 분석과 비판적인 평가를 재검토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마이클 라이언 WHO 긴급준비대응 사무차장도 “순전히 예방 차원에서 (실험대상에서 배제)하는 것”이라면서 “자료 재검토 결과 안전성이 보장된다면 연구는 재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WHO의 하이드록시클로로퀸 배제 조치는 최근 영국 의학 학술지 ‘랜싯’이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른 긴급조치다. 지난 22일 랜싯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전 세계 671개 병원 약 9만6000명의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투여한 결과, 환자들의 사망 위험도가 3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각한 심장 부정맥 위험도 137% 높아졌다.

미국과 유럽의 둔화세와 달리 폭증세가 가장 가파른 브라질의 ‘조기 경제 재개’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라이언 WHO 사무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브라질의 심각한 감염 확산세는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어떻든 물리적 거리두기나 자택격리 조치를 계속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사망 현황을 집계하는 ‘월드오미터(worldometers.info)’에 따르면, 26일 오후 4시(한국시간) 현재 브라질의 누적 확진자는 37만6669명이며, 사망자는 2만3522명이다. 환자 수는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많으며, 사망자는 여섯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특히 브라질은 감염 규모가 비슷한 국가에 비해 코로나19 진단검사 건수가 월등히 적은 73만5224건에 그치고 있다. 검사를 받은 2명 가운데 1명이 확진자로 판명받고 있는 것으로, 그만큼 검사를 받지 않은 실제 감염자가 많이 존재한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앞으로 검사건수를 늘리면 그만큼 환자가 폭증할 것이라는 추정도 가능하다.

WHO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브라질은 ‘마이 웨이’를 고수하겠다는 태세다.

브라질 보건부는 25일 성명을 통해 “코로나19 치료를 위해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사용을 확대하는 기존 입장에서 물러설 까닭이 없다”고 밝혔다. WHO의 ‘안전성 우려’ 경고를 무시한 셈이다.

앞서 브라질 보건부는 지난 20일 말라리아약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과 클로로퀸을 코로나19 중증뿐 아니라 경증 환자에게도 사용할 수 있도록 지침을 변경한 바 있다. 클로로퀸 등의 사용을 적극적으로 권장한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뜻을 받든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친중국’ 비판에 시달렸던 WHO로서는 코로나19 세계 1위 미국에 이어 브라질과도 일전을 치르고 있는 상황이다.

정환보 기자 botox@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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