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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단독] 지방이전 기업 稅혜택, 일자리 만든 만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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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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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방 이전 기업에 대한 법인세 감면제도를 축소하고, 이전으로 인한 일자리나 투자 규모 등에 따라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를 감안해 감면을 차등화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제도 도입 취지와 달리 일자리 창출 등 지역경제에 별다른 기여가 없어도 일률적으로 법인세 50~100% 감면 혜택만 챙겨가는 사실상 '국내 조세회피' 사례가 대거 발견됐기 때문이다.

26일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세법개정안을 통해 본사 지방 이전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에 상한선을 두고 이전 후 투자·고용 유발 효과에 따라 감면 혜택을 차등화할 방침이다. 현행 조세특례제한법은 수도권에 3년 이상 본사를 둔 법인이 본사를 수도권 밖으로 이전하면 7년간 법인세 전액을, 그다음 3년간은 법인세의 50%를 감면해주고 있다. 수도권 과밀에 따른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1999년 도입된 제도로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 균형발전 등을 목적으로 한다. 이 같은 내용의 지방 이전 기업 법인세 감면제도는 올해 일몰이 도래하는데, 정부는 연장과 함께 개편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정부가 개편에 나선 것은 감사원 감사를 통해 일부 기업이 직원 이전 숫자나 이전 후 투자 규모 등에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50~100%에 이르는 세를 감면받고 있는 데 따른 문제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2015~2018년 지방으로 이전해 법인세를 감면받는 251개 법인 사례를 분석한 결과 극소수 기업에 혜택이 집중됐다. 전체 감면액 8361억원 가운데 특정 2개 법인 법인세 혜택이 91%인 7641억원에 이르렀다. 이 가운데 인터넷 기업인 A사 감면세액은 6959억원에 달했다. 도소매 업체인 B사도 이 제도의 혜택을 받아 법인세 682억원을 아꼈다.

더구나 이 가운데 8개 법인은 지방 이전 인원 1인당 연평균 법인세 감면액이 1억원을 넘었던 반면 이 중 6개 법인은 지방으로 이전한 본사의 연평균 근무 인원이 10명도 채 되지 않았다. 정부는 이 같은 사건을 방지하고자 해외 사례를 참고해 감면 혜택 요건을 강화할 계획이다. 프랑스는 특정 기업이 신규 사업에 3년간 500만유로(약 67억4300만원) 넘게 투자하거나 25명 이상 고용을 창출할 때에 한 해 일자리 1개당 최대 1만5000유로(약 2020만원)를 지원하고 있다.

반면 조특법상 지방 이전 기업 지원제도는 지방 이전 효과가 작은 업종이 발견될 때마다 사후적으로 감면 배제 업종으로 추가 지정하고 있을 뿐 투자·고용에 따른 법인세 감면 한도 등을 설정하지 않았다.

그 결과 특정 기업에 혜택이 과도하게 집중되고, 지방 이전 법인세 감면기간이 끝난 뒤 곧장 수도권으로 본사가 돌아온 사례까지 발생했다는 게 감사원과 기재부의 공통된 시각이다. 이에 감사원은 "지방 이전에 따른 투자금액과 고용 등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에 비해 일부 기업에 과도하게 법인세 감면 혜택이 부여되고 조세 부담 형평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평가했다.

지방 이전 기업에 대한 혜택이 줄어들면 지방 이전 기업 감소로 지자체 반발도 예상된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최근 수도권 규제완화 소리까지 들리면서 안 그래도 기업들이 이탈할까 불안한데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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