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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77만명 특고`부터 고용보험 혜택…찔끔찔끔 늘릴땐 또다른 현금 퍼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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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갈위기 고용보험기금 ◆

정부가 특수고용직(특고) 종사자들의 '단계적' 고용보험 가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제도를 개선하지 않고는 '공염불'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각지대를 단번에 없애는 방식으로 가야지, 단계적으로 처리하다가는 결국 수혜자에게 현금을 쥐여주는 '현금복지'만 커질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특고에 대한 안전망이 마련되지 않으면 '긴급고용안정지원금' 같은 일회성 지원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26일 정부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올해 중 특고에 대한 고용보험 적용을 위한 법안을 처리할 계획이다. 특고 중에서도 산재보험 적용 대상인 9개 직종 약 77만명이 우선 적용 대상이다. 보험설계사, 골프장 캐디, 학습지 교사, 레미콘 기사, 택배 기사, 퀵서비스 기사, 대출모집인, 신용카드 회원모집인, 대리운전 기사가 여기에 속한다.

고용주와 근로 계약이 아닌 위탁·용역 계약 등을 맺으므로 법률상 근로자가 아니다. 그럼에도 이들이 우선 적용 대상에 포함된 까닭은 '근로자성'이 강해서다.

즉 사용자에게 지휘 감독을 받는 등 '사용 종속성'이 높은 업종이라 실제로는 임금근로자와 다름없다. 또 9개 직종은 임금근로자처럼 근로자와 보험료를 반씩 부담할 사업주를 특정하기 쉽다. 2017년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 근로 실태 파악 및 법적 보호방안 연구'에 따르면 이들이 동시에 계약을 맺은 사업체 수는 △택배 기사 1곳 △보험설계사 1.24곳 △대리운전 기사 1.75곳 등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현행 고용보험을 적용할 수 있는 특고 직종은 이들 9개 외에는 거의 없다.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있는 특고들은 수백만 명에 달한다. 빠르게 확산하는 플랫폼 경제로 인해 매일 새로운 업종이 생겨나는 마당에 고용부가 매번 고용보험 가입 업종을 하나둘씩 추가하는 건 '언 발에 오줌 누기' 수준에 불과하다.

최현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직장·임의 가입을 나누는 것 자체가 근로자성 논쟁을 유발한다"며 "이런 '자격' 조항 때문에 생긴 문제는 근로를 해서 발생하는 소득·매출에 보험료를 매기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해결된다"고 말했다. 즉 보험법상에 의무가입 자격 기준을 열거할 게 아니라 어떤 식의 근무 형태든 소득이 발생한 곳에 보험료를 징수하는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현실적으로 국세청이 세금과 보험료를 동시에 징수해야만 돌아가는 시스템이다.

소득 중심 고용보험 체계를 구축하지 못한다면 긴급고용안정지원금 같은 일회성 지원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해 소득 또는 매출이 감소한 특고·프리랜서, 영세 자영업자, 무급휴직 근로자에게 최대 150만원을 2회에 걸쳐 주는 지원금이다. 당장 생계가 막막한 이들에게 지원할 필요가 있지만 매번 현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는 지속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사회보험의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기여(보험료를 내는 것)와 급여(보험금을 받는 것)라는 보험 원리를 기반으로 하면서 의무 가입시키는 게 사회보험이다. 의무 가입을 시키지 않는다면 역선택 문제로 인해 보험이 붕괴된다.

최 연구위원은 "모든 이가 기여를 하게 해야 하는데 지금의 고용보험은 '근로자성' 문제가 있어 근로자 외에 다른 사회구성원들의 기여를 막고 있다"며 "기여와 급여가 완전히 비례하지 않더라도 기여를 해야만 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사회보험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국가가 개인에게 직접 현금을 지원하는 공공부조로 가기 전에 사회보험 선에서 막는 게 '일하는 복지'라는 점과 재정건전성 측면에서 필요하다.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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