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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코로나 봉쇄'는 서민 만의 의무?...지도층 '잇단 위반'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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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커밍스, 자가격리 기간 400㎞ 이동

오스트리아 대통령은 경찰에 단속

母 임종도 못본 네덜란드 총리는 귀감돼

뉴시스

[런던=AP/뉴시스]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수석 보좌관인 도미닉 커밍스가 25일(현지시간) 총리 관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 위반 의혹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커밍스 보좌관은 "내 행동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며 "사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2020.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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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유럽 엘리트 정치인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자신들이 결정한 봉쇄령을 어긴 모습들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사회의 규칙을 만든 엘리트들이 정작 이를 지키지 않는 모습에 "규칙은 서민이나 지키라고 만들고, 정작 그들은 다른 삶을 산다"는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가장 큰 불씨를 키운 건 영국의 도미닉 커밍스 총리 수석 보좌관이라고 폴리티코는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최측근이자 내각의 실세로 꼽히는 커밍스는 영국 전역에 이동금지령이 떨어진 지난 3월 말 부모의 집을 방문하기 위해 런던 자택에서 400㎞가 떨어진 북동부 더럼 지역까지 이동한 것이 알려져 공분을 사고 있다.

그는 당시 코로나19 증세를 보이고 있어 자가 격리에 들어간 상태였다.

커밍스는 "나와 아내가 모두 코로나19에 감염됐을 가능성을 생각해 4살 아들을 부모에게 맡기기 위해 더럼에 갔다"고 해명했으나 여전히 반발은 이어지고 있다.

존슨 총리의 부적절한 감싸기도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존슨 총리는 25일 코로나19 기자회견에서 커밍스의 사퇴와 관련한 질문에 "국민의 반발은 이해할 수 있지만 커밍스는 책임감 있고 합법적으로 행동했다"고 그를 감쌌다.

뉴시스

[빈=AP/뉴시스] 알렉산더 판데어벨렌 오스트리아 대통령이 지난 4월27일 빈에서 열린 행사에서 마스크를 쓴 채 이동하고 있다. 판데어벨렌 대통령 부부는 지난 24일 수도 빈의 한 이탈리아 식당에서 자정 넘은 시간까지 지인과 이야기를 하던 중 경찰에 단속됐다. 오스트리아는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식당 영업을 오전 6시부터 밤 11시까지만 허용한다. 202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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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자의 이중잣대가 논란이 된 건 영국뿐만이 아니다.

알렉산더 판데어벨렌 오스트리아 대통령 부부는 지난 24일 수도 빈의 한 이탈리아 식당에서 자정 넘은 시간까지 지인과 이야기를 하던 중 경찰에 단속됐다.

오스트리아 정부는 이달 15일 코로나19 이동제한조치를 해제했으나, 식당 영업을 오전 6시부터 밤 11시까지만 허용하는 등 일부 제재를 시작했다.

판데어벨렌 대통령은 즉각 트위터에 사과문을 올리고 "봉쇄령 이후 처음으로 아내와 친구 2명과 함께 외출했다"며 "식당에서 수다를 떨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해당 식당이 물어야 할 벌금을 모두 자신이 책임지겠다고 했다.

독일에서는 5월 초 자유민주당(FDP)을 이끄는 크리스티안 린드너 대표가 독일의 엘리트들이 즐겨찾는 고급 식당에서 친구와 포옹을 하는 모습이 포착돼 논란이 됐다.

린드너 대표의 사진은 독일 주요 매체 1면을 장식했다.

그는 트위터에 "친구들과의 사적인 만남 후 작별 포옹이었다"며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다. 그러면서 "고의적인 행동은 아니었다. 우리는 모두 실수를 하지 않는가. 사죄한다"고 밝혔다.

독일 주총리들의 실수도 이어졌다.

작센주의 미하엘 크레치머 주총리는 드레스덴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시위대와 논쟁을 벌인 뒤 사과했다. 보도 라멜로 튀링겐 주총리도 이웃의 장례식에 참석하며 사회적 거리두기 규칙을 어겨 소란을 일으켰다.

뉴시스

[로마=AP/뉴시스] 네덜란드의 마르크 뤼터 총리(사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요양원이 봉쇄돼 어머니 임종을 지키지 못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사진은 지난 1월 이탈리아 로마에 방문한 뤼터 총리의 모습. 202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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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정치 엘리트들이 이같은 이중잣대를 들이밀며 사는 것은 아니다.

네덜란드의 마르크 뤼터 총리는 코로나19 사태로 요양원이 봉쇄돼 어머니 임종을 지키지 못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네덜란드 온라인 매체 더치뉴스에 따르면 뤼터 총리 어머니인 미커 뤼터 딜링은 지난 13일 네덜란드 헤이그 한 요양원에서 96세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네덜란드 정부는 코로나19 확산 여파를 막기 위해 요양원을 비롯한 모든 돌봄 시설의 방문을을 금지한 상태였다.

총리실은 "뤼터 총리가 코로나19 관련 모든 규정을 준수했다"라고 밝혔다.

더치뉴스는 총리의 모친이 머물던 요양원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나왔지만, 그가 코로나19로 사망한 것은 아니라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oun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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