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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유료방송 '알짜매물' 현대HCN 잡자…통신3사, 예비입찰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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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TV 3사 유료방송 '확실한 1등' 위해 인수의향서 제출

'규모의 경제' 방편으로 인수추진…경쟁사 압박 의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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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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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강은성 기자 = 유료방송 시장의 '알짜 매물'로 평가받는 현대HCN이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인터넷멀티미디어TV(IPTV) 3사가 모두 인수전에 뛰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26일 유료방송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는 이날 마감된 현대HCN의 예비입찰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SK텔레콤은 "최근 급변하는 유료방송 시장에 대응하고 미디어 사업 시너지 강화를 위해 현대HCN 예비 입찰에 참여하기로 하고 오늘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KT는 KT 본체가 아닌 위성방송 자회사 KT스카이라이프가 현대HCN 인수에 나선다. KT스카이라이프측은 "경영진의 독자적인 판단하에 유료방송 시장에서 생존을 위해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해 왔으며, 그 일환으로 HCN 예비입찰에 참여했다"며 "앞으로 실사와 면밀한 검토과정을 통해 스카이라이프 경영에 도움이 된다면 최종 의사결정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공식적으로 "(예비입찰에 참여했는 지)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유료방송 업계는 LG유플러스도 예비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케이블TV업계 1위 CJ헬로의 지분을 인수해 'LG헬로비전'을 출범시킨 바 있는데 이번에 추가 인수 의향을 밝힌 것이다.

현대HCN의 경우 서울 강남권역을 확보하고 있어 대부분의 가입자들이 디지털케이블 가입자이며 가입자당월평균매출(ARPU)도 타 케이블TV업체에 비해 높다. 8000억원에서 1조원대 '몸값'을 부르는 업계 3위 딜라이브보다 가입자의 질이나 향후 시너지 측면에서 현대HCN이 더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현대HCN의 케이블TV 사업은 서울·부산·대구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사업권(SO, 8개)을 확보하고 있는데다, 현금흐름을 나타내는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이 지난해 약 700억원을 기록하는 등 케이블TV 사업자 중 가장 높은 수준의 현금 창출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3사 모두 달려들었지만 '진심'에 느껴지는 온도차

3사가 모두 예비입찰에 참여했지만, 각자의 노림수엔 '온도차'가 있다.

우선 케이블TV 업계 2위 티브로드를 인수해 IPTV 자회사 SK브로드밴드와 합병한 SK텔레콤의 경우 유료방송 시장 1위를 정조준하기 위해 추가 인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집계한 2019년 하반기 기준 SK브로드밴드의 시장점유율은 509만864명의 가입자로 15.15%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티브로드는 303만1806명, 9.02% 점유율이다. 합산 가입자는 807만2670명으로 24.17% 점유율이다.

이는 티브로드 인수 이전인 시장 점유율 14.07%(2019년 상반기 기준)에서 단숨에 확대한 수치이지만 문제는 LG헬로비전에도 뒤진 '3위'라는 점이다.

LG유플러스가 케이블TV업계 1위 CJ헬로 지분을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하고 새롭게 출범시킨 LG헬로비전의 점유율은 2019년 하반기 합산 기준으로 총 836만8791명 가입자에 24.91%다.

그간 SK브로드밴드는 시장 2위를 유지했는데 M&A 이후 3위 사업자로 밀려나게 된 것이다. 비록 0.74%포인트(p) 수준의 근소한 차이라고는 하나 '1등'이 익숙한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 입장에서는 '3위'라는 위치 자체를 뼈아프게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다.

이에 3위라는 위치를 최대한 빠른 시일 내 탈피하고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OTT) 업체와 경쟁하기 위해 '규모의 경제'를 키운다는 측면에서 추가 인수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에 정통한 관계자는 "SK텔레콤은 시장 2위가 목표가 아니다"면서 "'미디어 시장 1위'자리를 놓고 KT와 본격적으로 경쟁하겠다는 전략이기 때문에 합병 이후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LG헬로비전과의 점유율 차이를 뒤집고 이후 추가 M&A 등을 통해 1위 경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도 지난 3월 진행한 주주총회에서 "유료방송 1000만 가입자를 확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면서 "콘텐츠 계약 뿐만 아니라 오리지널콘텐츠를 제작하고 이를 자체 가입자를 대상으로 유통시켜도 수익을 낼 수 있는 규모이기 때문"이라며 미디어 사업에서 '규모의 경제' 필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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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호 SK텔레콤 사장©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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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라이브 좌절한 KT도 재도전…LGU+는 경쟁사 압박용?

KT도 급한 입장이다. KT는 당초 딜라이브 인수합병을 추진했으나 국회의 '합산규제 재도입' 논의와 함께 차일피일 미뤄지다 결국 무산됐다. 더구나 KT는 국회에 불려나가 "앞으로 유료방송 인수합병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까지 한 상태다. 유료방송 추가 인수가 여러모로 쉽지 않은 상태. 자회사 KT스카이라이프가 대신 인수합병 전면에 나선 이유다.

KT는 2019년 하반기 기준으로 737만7514명으로 점유율 21.96%를 차지했고, KT스카이라이프는 321만95명으로 9.56%의 점유율을 보였다. KT 계열 가입자를 모두 합산하면 1058만8489명으로 '1000만 가입자' 시대를 열었으며 합산 점유율도 31.52%에 달해 국내 유료방송 시장의 독보적인 1위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KT 역시 미디어 산업 특성상 '규모의 경제'를 외면할 수 없다. 추가 인수합병을 통해 가입자 덩치를 키우는 전략이 절실한 상황인 것이다. 인수합병에 성공한 SK브로드밴드와 LG헬로비전이 바짝 추격하는 것도 신경 쓰이는 대목이다.

앞서 김철수 KT스카이라이프 대표는 취임 직후 "스카이라이프가 변혁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덩치'를 키워야 할 필요가 있다"며 인수합병(M&A)에 나설 것임을 암시한 적도 있다.

LG유플러스도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업계는 LG유플러스의 입찰 가능성을 다소 낮게 보고 있다.

CJ헬로를 인수할 당시 지분을 50%+1주만 인수하면서도 8000억원의 비용을 사용한데다 인수 이후 합병 시너지가 본궤도에 올랐다는 평가를 아직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LG유플러스가 예비입찰에 응한 것은 경쟁사를 '견제'하기 위한 전략으로 판단되고 있다. 경쟁이 없다면 경쟁사가 최소의 가격으로 입찰에 성공해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출혈경쟁'을 키우자는 의도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통신3사는 주파수 할당이나 인수합병 등에서 자사의 필요성 때문이 아닌 경쟁사에 압박을 주기 위한 용도로 응찰을 하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면서 "이번 LG유플러스의 예비입찰도 이같은 형태로 보인다"고 말했다.
esth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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