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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국제사회 반발 뻔한데도 ‘홍콩 보안법’ 꺼내든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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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24일 홍콩 시민들이 중국의 국가보안법 제정 방침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홍콩=펜타프레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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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은 중국의 오랜 고민이었다. 일국양제(一國 制ㆍ한 국가 두 체제)란 이유로 완벽히 통제하지 못한 홍콩의 존재는 중국 정부에겐 잠재적 불안요소일 수밖에 없다. ‘하나의 중국’을 외치며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국제 사회의 압박과 홍콩 내부의 반발을 무시할 수 없어 자치권을 인정했다. 그런 중국이 국제 사회의 거센 비판이 뻔한데도 지난 21일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계획을 밝힌 건 사실상 마지노선을 넘겠다는 선언에 다름 아니다.

중국의 결단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긴장이 고조된 미국과의 관계는 물론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더 강경해진 통치 기조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게 중론이다. 실제 코로나19 대응 책임론으로 중국을 몰아세워 온 미국은 최근 들어선 사실상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로까지 읽히는 행보를 중국을 자극했다. 반중 성향의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2기 취임식에서 일국양제를 공개 거부한 당일 사상 처음으로 국무장관 명의의 축하 성명을 낸 게 대표적이다. 앞서 대만의 세계보건총회 (WHA) 참여를 지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실 중국은 티벳과 신장위구르 등지에서 무력 사용까지 불사할 만큼 영토주권 문제에 있어서는 극도로 민감하다. 홍콩ㆍ마카오까지 포함해서 어느 한 곳이라도 무너지면 그 후폭풍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하기 때문이다. 사실 대만에 대해선 공식적으로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강변하지만 실질적으로 미국을 위시한 서방이 독립 국가로 대우하고 있음을 용인하고 있다.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국제무대에서 밀어내는 것 외에 뾰족한 수가 없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 본토와 맞닿아 있고 일국양제의 실질적인 시험대로 인식되는 홍콩 문제는 전혀 다르게 본다. 적잖은 대내외 반발을 무릅쓰고 인민해방군의 주둔을 관철해낸 건 그 자체로 상징적이다.

신(新)냉전이라고 불리는 미중 갈등 국면에서 중국이 홍콩 보안법이라는 초강수를 꺼내든 데 대해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코로나19 사태에서) 미국과 서방 국가들이 더 심각한 피해를 겪으면서 오히려 중국 공산당 체제의 우월성을 보여준 꼴이 됐고 중국 정부를 더 대담하게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그간 홍콩ㆍ신장ㆍ티베트 등의 반정부 움직임에 무력 사용까지 불사하면서도 겉으론 구색을 맞추는 변명도 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면서 이젠 그 수사마저 모두 걷어내기로 최종 결정을 내렸다고 보는 것이다. 라나 미터 옥스퍼드대 중국연구소장은 “중국은 이제 더는 권위주의에 대해 사과하지 않는다”고 표현했다.

코로나19발(發) 경제 타격으로 흔들리는 내부의 기강을 다잡기 위해서도 ‘강한 중국’을 보여줄 시점이란 분석도 나온다. 인도 델리 중국학연구소 전문가 브리지 탄카는 현지 매체를 통해 “팬데믹으로 중국 경제는 물론 중앙정부의 통제 능력에도 의문이 제기되면서 중국 내 사회적 긴장이 높아졌다”면서 “이런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중국은 강한 국가주의를 내세울 필요가 커졌고 홍콩이 그 희생양이 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홍콩 내부 요인도 물론 있다. 영국 BBC방송은 “중국 정부가 오는 9월에 있을 입법회 선거를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구의원 선거처럼 반중 성향 의원들이 대거 선출돼 ‘일을 그르치기’ 전에 손을 썼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올 여름 대규모 시위 재개 가능성도 중국 정부를 조급하게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내달에는 이른바 ‘송환법’ 반대 시위 1주년과 6ㆍ4 톈안먼 민주화시위 기념일이 있고, 7월 1일은 홍콩 주권반환 기념일이다. 이미 홍콩 민주진영은 대규모 시위를 예고한 상태다. 중국 정부가 전인대 표결을 거쳐 오는 28일 홍콩 보안법을 통과시키겠다고 세부 일정까지 확정해 발표한 이유다.

문제는 홍콩 보안법 다음이다. ‘대담한’ 중국의 행보는 지역 정세 불안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최근 베트남과 분쟁 중인 해역에서 어선을 들이받아 침몰시킨 데 이어 말레이시아 해양탐사선을 위협했고, 국경 분쟁 중인 인도와도 교전을 벌인 행위들이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게 NYT의 지적이다. 특히 대만과의 갈등은 악화일로가 예상된다. 일국양제를 거부하는 차이 총통은 25일에도 보안법 시위 관련 홍콩 시민들에게 ‘필요한 원조 제공’까지 약속하며 중국 정부를 자극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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