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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6,600만년 전 공룡멸종설 근거 소행성 충돌..가장 치명적 각도로 부딪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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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개러스 콜린스 교수 등 공동연구팀 ”멕시코 유카탄반도에 45~60도로 충돌“

막대한 온실가스·먼지 등 유해물질 뿜으며 공룡 입장에서 최악 시나리오 연출돼

서울경제


6,500만~6,600만년 전 중생대 말기 멕시코 유카탄반도에 떨어져 공룡 멸종을 초래한 것으로 추정되는 소행성은 피해가 극대화되는 치명적인 각도로 지구와 충돌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개러스 콜린스 영국 임페리얼칼리지 런던(ICL) 지구과학·공학과 교수 등 국제 공동연구팀은 28일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를 통해 당시 소행성 충돌로 생긴 칙술루브 충돌구는 지표면과 45~60도 각도로 충돌한 충돌체에 의해 형성됐다고 분석했다.

당시 소행성 충돌은 지구 환경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고 공룡 등 지구상 생명체 75% 정도가 죽는 대량 멸종을 초래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소행성의 충돌궤적은 여전히 논쟁거리로 남아 있었다.

지름 150㎞ 정도로 지구상에 남아 있는 가장 큰 충돌구인 칙술루브 충돌구는 유카탄반도 인근에 남서쪽에서 북서쪽으로 기울어진 타원 형태로 남아있다. 과학자들은 지름 10㎞ 이상의 소행성 충돌로 황 등 막대한 양의 온실가스와 먼지 등이 대기 중으로 뿜어져 나와 태양을 가리면서 핵겨울이 발생, 공룡 등 생명체 대멸종이 일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소행성이 대기권에서 마찰을 일으키는 과정에서 열선을 방출해 초고압 충격파와 폭풍이 발생한데 이어 육지와 충돌하는 과정에서 먼지는 물론 지진과 화산 폭발, 쓰나미가 일어났을 것이라는 게 학계의 분석이다. 앞서 고생대 생물도 소행성이나 혜성의 충돌로 멸종했다는 논문을 루앤 베커 미국 캘리포니아대 교수가 사이언스지에 실은 적도 있다.

콜린스 교수 연구팀은 칙술루브 충돌구가 만들어지는 3차원 컴퓨터 시뮬레이션 실험을 통해 소행성이 날아온 방향과 충돌 각도 등을 추정했다. 소행성이 지표면과 90도, 60도, 45도, 30도 각도로 충돌하는 상황을 시뮬레이션하고 데이터를 칙술루브 충돌구 측정 데이터와 비교했다. 그 결과 칙술루브 충돌구가 소행성이 유카탄반도 북동쪽에서 날아와 지표면과 45~60도 각도로 충돌해서 형성됐다는 결론을 냈다. 이는 소행성 충돌 순간부터 칙술루브 충돌구 형성 결과까지 전체를 시뮬레이션한 첫 연구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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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이 각도로 충돌하면 튕겨 나가는 물질들이 거의 대칭형으로 퍼져나간다면서 다른 각도로 충돌한 어떤 경우보다 많은 양의 기후변화 가스를 배출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콜린스 교수는 “당시 가장 치명적인 각도로 일어난 소행성 충돌로 어마어마한 양의 기후변화 가스가 대기 중으로 방출됐고 공룡 멸종으로 이어졌다”며 “이번 시뮬레이션은 소행성이 북동쪽에서 접근해 지표면과 가장 치명적인 각도로 충돌했다는 강력한 증거를 제시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해로운 파편들을 대량으로 대기 상층부로 방출하며 최악의 시나리오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한편 과학자들은 소행성이 지름 20m가량은 50여년에 한 번, 60m와 400m 규모는 각각 1,500년과 10만년에 한 번 정도 지구와 충돌하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영화 ‘아마겟돈’의 설정처럼 미국 등이 지구를 향해 돌진하는 소행성에 로켓을 쏴 핵폭탄으로 터뜨리거나 고출력 레이저파 등으로 돌진 방향을 바꾸려고 연구하는 것이 기우가 아닌 셈이다. 실제 지난 2013년 러시아 남서부 첼랴빈스크 23㎞ 상공에서 지름 18m의 소행성이 폭발하며 1,500명 이상이 다친 적도 있다. 1908년에는 시베리아 툰구스카강 5~10㎞ 상공에서 소행성이 폭발해 일대가 모두 불타기도 했다. 프랑스의 생텍쥐페리가 쓴 ‘어린 왕자’에 나오는 것과 달리 소행성이 낭만의 대상이 아닌 것이다. 2018년 타계한 세계적인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는 “기후변화 등과 함께 소행성 충돌로 지구가 멸망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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