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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품절녀’ 이보미, 골프도 가정도 버디 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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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골퍼 겸 배우 이완의 아내

지난 연말 결혼 살림 재미에 빠져

남편, 매니저 자처하며 다 챙겨줘

“은퇴 이후 남편 닮은 아이 갖고파”

중앙일보

이보미는 일본에서 21승을 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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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신부’. 프로골퍼 이보미(32)가 요즘 자주 듣는 말이다. 그는 배우 이완(36·본명 김형수)과 2년여 열애 끝에 지난해 12월 28일 서울 세곡동 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아무래도 웃는 날이 많아지다 보니 “결혼하길 잘했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이보미는 주 활동무대인 일본 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대신 제42회 한국 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챔피언십 출전으로 시즌을 열었다. 결혼 직후에는 미국에 5주간 전지훈련도 다녀왔다. 그는 “올 시즌엔 꼭 한번 우승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공식 대회 마지막 우승은 2017년 8월 JLPGA 투어 CAT 레이디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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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이완(왼쪽)과 결혼한 이보미.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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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찬 시즌 목표와 별개로 이보미는 요즘 집안 살림에 푹 빠져있다. 인터넷 영상 레시피를 보며 고추장 삼겹살, 닭볶음탕 등을 직접 만들어 남편과 함께 먹었다. 그는 “오빠가 맛있게 먹어줬다. ‘맛없는 것 같으니 안 먹어도 돼’라고 했지만, 끝까지 다 먹었다”며 좋아했다. 남편 자랑은 이어졌다. 그는 “오빠 장점은 큰 소리 내지 않고 대화로 기분을 풀어주는 것이다. 연애 때부터 한 번도 티격태격한 적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결혼 6개월 차 새댁다웠다.

남편과는 성당 신부님 소개로 만나 골프 덕분에 금세 가까워졌다. 배우 김태희의 동생인 배우 이완과 톱 클래스 골퍼 이보미의 결혼은 화제 만발이었다. 일본 스포츠 매체도 앞다퉈 결혼 소식을 전했다. 기사 댓글난에는 수천 개의 축하 메시지가 달렸다.

이보미는 첫 슬럼프를 남편을 만난 덕분에 이겨냈다. 2015, 16년에 2년 연속 JLPGA 투어 상금왕에 오르는 등 최고 성과를 냈지만, 2018년 초 손가락을 다친 뒤 슬럼프를 겪었다. 그는 “울기도 많이 울었다. 이것저것 해봐도 잘 안 된 건 처음이었다”고 회상했다. 남편이 힘이 되어준 게 그때다. 그는 “불평, 불만이 많았고, ‘더는 못하겠다’라고도 생각했다. 그럴 때면 오빠가 ‘지금까지 잘 해왔잖아. 욕심부리지 않으면 좋겠어’라고 위로해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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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골프 매거진 6월호 표지 모델로 등장한 이보미. [사진 JTBC골프 매거진]


이보미와 사귀면서 남편은 로드 매니저를 자처했다. 이동할 때 운전기사도 하고, 연습이나 경기할 때 응원단장도 했다. 대학에서 체육학을 전공한 남편은 경기력에 도움이 되는 실질적인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반대로 남편에게는 그가 최고 골프 코치다. 그는 “처음 만났을 땐 오빠가 80대 초중반이었는데, 최근 2오버파를 쳤다. 퍼트를 잘한다. 내 얘기를 잘 흡수해 실력이 늘어났다. 재미있다”고 말했다.

2011년 일본에 건너간 이보미는 9년간 JLPGA 투어에서 통산 21승, 누적 상금 8억4262만2290엔(약 97억원)을 기록했다. 일본에서 가장 성공한 한국 여자 골퍼로 손꼽힌다. 늘 밝은 표정에, 작은 키, 그리고 어려움을 이겨낸 개인사가 더해져, 일본에서는 만화 캐릭터에 빗대 ‘스마일 캔디’라는 별명을 얻었다.

경쟁에 모든 걸 걸었던 20대를 지나, 30대 들어선 이보미는 좀 더 유연한 마음으로 선수 생활을 하고 싶었다. 그는 “그동안 ‘언제까지만 해야지’ 같은 생각을 많이 했다. 지금은 바뀌었다. ‘언제가 될지 모르니 굳이 제한하지 말고,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하자’고 생각한다. 조금 더 즐기고 싶다”고 말했다.

필드에서 경쟁만 했던 박인비, 신지애, 최나연 등과 2018년 말부터 모임을 만들었다. 이보미는 “필드에서는 깊은 대회를 못 나눴는데, 모임에서는 골프에 대해 서로 더 많은 얘기를 나눈다. 나아가 서로서로 더 많이 알게 됐다. 나와 인비 말고 다른 애들은 아직 결혼을 안 했다. 좋은 신붓감이 많다. 빨리 결혼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보미는 이달 초 운전면허를 땄다. 남편과 엄마에게 전부 맡기는 대신, 뭐든 혼자 해보려는 이유에서다. 그는 “엄마 딸에서 한 남자의 아내가 됐다. 더 어른스럽고 성숙해진 기분”이라고 말했다. 다음 꿈은 뭘까. 그는 “밝고 긍정적이었던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끝날 때 ‘선수 생활 참 잘했다’며 마침표를 찍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이는 그 후에 갖겠다”는 그는 “아이가 오빠를 닮으면 좋겠다”며 수줍게 웃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자세한 인터뷰 기사는 〈jtbc골프매거진〉 2020년 6월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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