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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한국이 5G 세계 최고라더니… 속도는 미국의 절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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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기관, 한·미·영·호주 10개 통신사 조사해보니]

한국이 속도 면에서 뒤처지는 건 28㎓ 주파수 대역 이용 못한 탓

종합품질은 한국 업체들이 선두

속도와 접속 안정성은 반비례

버라이즌, 초고속 5G 하루 7분… 한국선 3~4시간씩 이용 가능

5G(5세대 이동통신)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한국 통신 3사가 체면을 구겼다. 국내 통신사의 5G 서비스 속도가 미국 최대 통신 회사 버라이즌(Veri zon)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5G 주파수'로 불리는 28㎓(기가헤르츠) 대역의 전파를 아직 이용하지 못하는 탓이다.

영국의 무선통신 서비스 시장조사기관 오픈시그널(OpenSignal)이 미국과 한국, 영국, 호주 등 5G 상용화 4국의 10개 통신 회사를 대상으로 1월 말부터 3개월간 5G 서비스 평균 속도(내려받기 기준)를 측정한 결과, 미국 버라이즌이 초당 506.1메가비트(Mbps)로 가장 빠른 5G 서비스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다음이 국내 통신 회사였다. LG유플러스가 평균속도 238.7Mbps로 2위, SK텔레콤이 220.6Mbps로 3위, KT가 215.0Mbps로 4위였다. 모두 미국 버라이즌의 절반 이하 속도였다. 단, 속도뿐 아니라 접속 시간 등까지 고려한 종합적인 5G 서비스 품질을 따진다면, 전반적으로는 한국이 가장 높은 수준인 것으로 분석됐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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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파수 차이가 속도 차이 낳았다

통신사 간 5G 속도와 접속 가능 시간의 격차를 낳은 것은 서비스에 쓰인 전파의 주파수(周波數) 차이였다. 오픈시그널은 "10개 회사 중 미국 버라이즌만이 (5G 전용 주파수로 분류되는) 28㎓ 대역의 밀리미터파 (mmWave) 서비스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전파의 주파수가 높으면 실어 보낼 수 있는 데이터의 양도 늘어난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통신 회사들은 지난해 5G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28㎓ 대역은 빼놓고 4G(4세대 이동통신)보다 약간 높은 3.5㎓의 이른바 중간 대역(mid-band) 주파수의 전파만 사용해왔다. 이 때문에 국내 5G 서비스 시작 초기부터 "제대로 된 5G 속도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5만~10만원에 달하는 비싼 요금을 내면서 제대로 된 5G 성능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 쏟아져 나온다.

가장 속도가 떨어진 미국 AT&T와 T모바일은 각각 850㎒(0.85㎓)와 600㎒(0.6㎓)의 저대역(low-band) 주파수를 사용하고 있다. 주파수가 낮으면 데이터 전송 속도는 느려지지만, 5G 전파가 장애물의 방해를 받지 않고 더 멀리 전달되는 장점이 있다.

국내 통신사는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28㎓ 대역 주파수를 이용한 5G 서비스를 구축할 예정이다. 서비스가 시작되면 국내 통신사들의 5G 서비스 속도도 평균 500Mbps 이상으로 높아질 전망이다.

◇"종합적 5G 품질은 한국이 우수" 주장

국내 통신사는 그나마 다른 해외 통신 회사들보다는 5G 서비스 속도가 훨씬 빠른 것으로 나와 '5G 세계 최초 국가'의 체면을 살렸다. 5위인 호주 텔스타는 평균 서비스 속도가 157.0Mbps로 4위 KT의 73% 수준에 불과했다. 유럽 대표 통신 회사인 영국 보다폰은 122.1Mbps로 7위에 머물렀고, 미국 AT&T는 62.7Mbps로 9위, 미국 T모바일이 47.0Mbps로 꼴찌(10위)를 했다. AT&T와 T모바일의 5G 속도는 SK텔레콤의 4G 평균 속도(63.7Mbps)보다도 느렸다.

반면 가입자가 5G 서비스에 접속 가능한 평균 시간을 보는 '5G 접속 시간' 테스트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왔다. 속도가 가장 느린 T모바일이 전체 사용 시간의 19.8%로 1위였고, 속도 1위였던 버라이즌은 0.5%로 꼴찌였다. 버라이즌의 경우 500Mbps의 초고속 5G를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이 하루 24시간 중 7.2분밖에 되지 않는 셈이다. 이 테스트에서는 SK텔레콤이 15.4%로 2위, LG유플러스가 15.1%로 3위, KT가 12.6%로 4위였다. 한국에서는 하루 24시간 중 3~4시간은 5G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속도와 접속 시간을 포함한 전체적 품질에서 모두 최상위권에 오른 것은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통신 3사뿐이었다. 업계는 "종합적 5G 품질은 한국이 가장 높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정철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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