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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한소희는 어떻게 '여다경'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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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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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제 인생에서 경험하지 못한 것들을 많이 해보고 있다. 아직도 실감이 안난다.”

모델 겸 배우 한소희(26)는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를 통해 배우로서 이름을 제대로 알렸다. 유부남을 사랑하고 결혼까지 하는 ‘여다경’ 역을 맡아, 순탄치 않은 생활을 보여주며 다양한 감정을 소화해냈다. 이 과정에서 간혹 단조로운 연기 톤이 나온 적도 있지만, 데뷔 4년차 배우라는 점을 감안하면 좋은 연기를 펼쳤다고 볼 수 있다.

“제 연기를 칭찬해주는 기사들이 많이 나왔지만, 제 스스로는 아쉬움이 남아있다. 캐릭터 이해가 중요한데, 다경 캐릭터를 이해할때쯤 끝나버렸다.”

단순하게 보면 다경은 한 남자(이태오)를 두고 지선우(김희애)와 경쟁을 벌이는 여성이다. 다경 캐릭터를 어떻게 분석했냐고 물어봤다.

“오로지 다경이 입장에서만 생각했다. 지선우를 이해하는 순간, 나의 캐릭터 감정은 망가진다. 다경은 여러 시퀸스에 엮여있는 인물이며, 극을 끌고 가는 게 아니다. 이기적인 생각으로, 감정이 앞서, 불구덩이에 뛰어들어야 한다.”

한소희는 그 점에서 대선배 김희애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김희애 선배가 처음에는 나와 거리두기를 했다고 한 것을 완전 이해했다. 저와 대화를 나누는 순간 텐션이 깨진다. 어린 후배인 나에게 조언해줄 법도 한데, 나 자체로 존중해줬다. 나도 내 틀을 벗어나 연구하게 됐다. 태오(박해준) 선배와는 사랑하는 관계라 자주 대화를 나눴다.”

한소희는 “김희애 선배님과 붙는 신은, 긴장하는 순간 망한다는 생각으로 임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처음에는 나의 연기에 계산이 들어갔다. 시선 처리 등을 미리 연습했다. 그런데 그게 나중에는 자연스럽게 나왔다”면서 “오히려 보여주려고 하면 해가 된다는 걸 김희애 선배를 보면서 느꼈다. 다경 캐릭터를 100% 이해 못하고 뛰어들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지만 캐릭터에 집중과 몰입을 하는 경험은 확실히 해본듯하다”고 말했다.

한소희는 아내 있는 남자를 사랑하는 다경 캐릭터에 대한 이해가 힘들었다고 했다. “내가 사랑한 남자가 이태오인데, 하필 유부남이었다고 생각했다. 태오 자식인 준영도 내 인생에서는 배제했다. 그럼 다경은 왜 태오를 사랑했을까? 다경은 아버지인 여 회장이 아기처럼 길렀다. 다경은 망해도 그만 성공해도 그만, 하고 싶은 게 없었다. 태오는 쥐뿔도 없는데 예술에 매달려 맨땅에 헤딩하듯 살고 있다. 여기에 다경은 매력을 느낀 듯하고. 처음으로 다경이 부모의 뜻을 꺾고 결혼한 것이다.”

이 정도면 다경 캐릭터에 대한 분석이 매우 구체적이다. 한소희는 연기하면서 “다경이 지키고 싶은 것은 자신의 가정일까, 아니면 자기 자신일까를 많이 생각해봤다”고 했다.

‘부부의 세계’는 곳곳에 막장적 상황들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부부간의 관계, 자식과 부모와의 관계에 대해 많은 걸 생각해준 드라마였다.

“인물들이 거의 갈등, 대립하는 관계다. 이 갈등의 제 1피해자가 누구일까? 지선우도 아니고 이태오도 아니다. 여기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은 자식들이다. 이게 이번 드라마의 메시지 같다. 마지막 장면도 집 나간 준영이가 돌아오는 신이다. 자녀들의 입장을 잘 대변했다. 나도 극중 제니를 낳아 기르는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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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한소희는 ‘부부의 세계’는 인간의 내면 끝까지 가는 드라마라고 했다. 그는 “막장일 수 있지만 엄청난 날 것의 감정이다. 우리도 모르는 내면의 감정을 끄집어낸다”면서 “그런데 굉장히 현실적이다. 다경이의 결말조차도. 내연녀는 얻어맞고 추락해야 끝나는데, 금수저라는 점에서 그렇게 용납된다”고 했다.

특히 설명숙(채국희) 캐릭터의 현실성에 대해 100% 공감했다. “설명숙은 내 주위에 100% 있을 법하다. 애매모호한 상상력에서 지선우에 열등감을 느끼고, 비혼주의자이며, 태오와 아슬아슬한 썸을 타고. 파티도 안간다고 하면서 가고. 우리 사회에서 찾아보면 있을법하다.”

한소희는 모완일 PD는 모든 캐릭터의 서사를 다 잘 살린 천재에 가까운 감독이라고 했다. 태오, 선우, 다경 모두 각자 자신의 입장에서 이해되게 만든다.

“임신을 한 다경이가 지선우에게 가서 공격적으로 대하면 뻔해진다. 감독님이 지선우를 의사 입장으로 대해야 지선우의 충격이 더 클 거라고 했다. 그래서 아무렇지도 않게 제 3자에게 하듯이 연기했다. 또 지선우가 바다에 뛰어들 때 웃으면서 들어간다. 어떻게 그런 표정을 지을 수 있는지 신기했다. 김희애 선배가 연기도 잘했지만 감독님의 디테일이다.”

다경은 여성팬이 많이진데 대해 “미묘한 동질감이라 해야 하나. 나도 20대 여자다. 팬들과도 그런 점을 공유하고싶다”고 말했고, “인기를 실감하냐”는 질문에는 “욕도 많이 먹었지만(자신은 두번째로 욕을 많이 먹었고 부동의 1위는 설명숙) 저를 알아봐주시는 건 신기했다”고 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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