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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코로나에 '공중화장실 포비아'…청소 영상까지 틀어놓는 미 식당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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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오하이오주 노스리지빌의 한 자동차극장은 최근 재개관을 앞두고 ‘화장실 모니터 요원’을 뽑았다. 이들의 임무는 공중화장실 앞에서 기다리는 손님들이 일정 간격 이상 떨어져 서 있도록 관리하는 일이다. '거리두기 지침'을 지키지 않는 고객은 즉각 퇴장시킨다. 손님이 몰리는 걸 막기 위해 화장실도 늘리고 청소하는 직원 숫자도 두 배로 늘렸다.

이 영화관이 화장실에 이처럼 신경을 쓰는 건 “공중화장실 사용이 꺼려진다”는 고객들이 크게 늘면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공중화장실 포비아'는 더 심해졌다. 그러자 아예 '안심 화장실'을 마케팅 콘셉트로 잡고 손님 모으기에 나선 것이다. 광고 문구도 ‘화장실에서도 사회적 거리를 지키는 영화관’으로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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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더믹으로 쇼핑센터 공중화장실도 이용이 제한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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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화장실이 소비심리 회복 걸림돌?



미국에서 공중화장실 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25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코로나19 봉쇄 조치를 완화했지만 경제가 정상적으로 돌아가는데 공중화장실이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공중화장실 사용을 꺼리는 소비자들은 외출했다가도 빨리 집으로 돌아갈 테고, 그러다 보면 매장 들러 물건을 사거나 외식을 하는 일도 줄 것이란 얘기다.

공중화장실이 감염병에 취약한 구조라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나왔다. 호주국립대 전염병‧미생물학 교수인 피터 콜리뇽은 "손잡이와 수도꼭지 등 손이 닿는 곳이 많고, 불특정다수가 오가는 구조상 감염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영국 가디언지에 설명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대변에선 6시간, 소변에서는 최대 사흘간 생존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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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봉쇄된 한 외국 학교의 화장실. 출입문 손잡이와 남성용 변기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차단 테이프가 붙여졌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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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껑 없는 미국식 변기가 공포심 유발”



실제 미국에선 이런 이유로 공중화장실을 쓰지 않겠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한 여성은 WP와의 인터뷰에서 “공중화장실에 감염자가 다녀갔을지 몰라 불안하기도 하지만 긴 대기 줄에 서서 기다리는 것도 고역"이라고 말했다.

스티븐 소이퍼 미국 화장실협회 회장은 “공중화장실에 대한 두려움은 미국인 사이에서 유독 심하다”면서 그 이유로 미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뚜껑 없는 좌식 변기 문제를 꼽았다. 소이퍼는 “뚜껑을 닫지 않고 변기 물을 내릴 경우 물방울이 최소 약 1.8m까지 날아간다”며 “코로나19는 미국식 공중화장실에 대한 불안감을 더 고조시켰다”고 말했다.

화장실 장비 제조업체인 브래들리가 코로나19 발병 전 미국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도 “공중화장실에서 비위생적 경험을 했다”는 응답률이 76%에 달했다.



매장서 화장실 청소 영상 트는 식당들



급기야 공중화장실 리모델링에 나서는 기업과 식당도 늘었다. 건축회사 칼러 슬레이터는 “코로나19 이후 화장실 공사 주문이 급증했다”고 밝혔다. 브래들리의 지난달 고객 조사에서도 91%가 “화장실에 비접촉식 설비를 설치를 원한다”고 답했다.

상점들은 공중화장실 문, 수도꼭지, 변기 레버, 건조기 등 손잡이가 있는 모든 설비를 비접촉 방식으로 교체하고 있다. 또 화장실 출입 인원을 제한하고 혼잡도를 줄이기 위해 1인용 변기와 세면대를 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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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관리자가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공중화장실에 가이드라인을 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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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 방식도 바뀌었다. 과거 상점들은 화장실 청소를 영업 마감 뒤 고객들의 눈을 피해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엔 일부러 고객이 많이 드나들 때 청소를 한다. 일부 식당은 화장실을 청소하고 소독 과정을 직접 영상으로 찍어 매장에 틀어 놓기도 한다. 깨끗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맥도날드는 아예 각 가맹점에 “영업 중 30분에 한 번씩 화장실 청소하라”는 지침을 내리고 화장실 청소 직원도 별도로 고용하도록 했다.

덕분에 관련 산업은 활황이다. WP는 공중화장실을 리모델링하고 관리 직원을 추가로 고용하는 데 드는 비용이 상점당 평균 2만5000달러(약 3000만 원) 이상이 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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