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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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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때 빛났던 美 대통령들의 메시지… 트럼프는 공감능력 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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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고통이 느껴진다.”(1995년 오클라호마시티 테러 직후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

국가가 위기에 몰렸을 때마다 국민에게 위로와 공감의 언어로 다가갔던 역대 미국 대통령들의 메시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가운데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다. 반면 코로나19 사망자가 10만명에 이르고 전 세계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본 상황인데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여전히 자화자찬만 하고 있어 전임자들과 대조된다고 외신은 지적했다.

세계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5일(현지시간) 전몰장병을 추모하는 메모리얼 데이(현충일)를 맞아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의 국립기념물 맥헨리 요새에서 열린 기념식에 참석,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AP통신은 26일(현지시간) ‘미국의 코로나19 사망자가 10만명에 이르는 데 트럼프 대통령은 고통받고 있는가?’라는 제목의 기사로 대통령이 국민의 고통을 공감하고 있지 않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외부의 정치적 때리기에도 불구하고, 내가 일을 잘하지 못했다면 우리는 150만에서 200만명의 목숨을 잃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는 (최종) 수치가 될 것으로 보이는 10만명을 약간 넘는 수의 15∼20배에 해당한다”면서 “나는 매우 초기에 중국으로부터의 입국을 막았다!”고 말했다.

존스홉킨스대 집계에 따르면 이날 미국의 코로나19 사망자는 9만8902명이다. AP통신은 “미국의 코로나19 누적 사망자 수는 베트남전쟁과 한국전쟁 사망자 수를 합친 것보다 더 많다”고 전했다.

역대 미국의 대통령들은 국가적 위기 때마다 국민을 향한 위로 메시지를 통해 상황을 진정시키려 노력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1995년 오클라호마시티 테러 후 유가족과 만나 “여러분은 많은 것을 잃었지만 모든 것을 잃은 것은 아니고, 미국을 잃은 것도 아니다”라며 “우리가 당신의 곁에 있을 것”이라고 위로했다. 당시 클린턴 대통령은 “당신의 고통이 느껴진다”고 말해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2001년 9·11테러 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뉴욕 소방관들에게 확성기를 통해 “여러분의 목소리가 들린다. 이 건물들을 무너뜨린 자도 곧 우리 모두의 목소리를 들을 것”이라는 단호한 연설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로부터 사흘 뒤 부시 대통령은 인종 증오의 표적이 된 무슬림 미국인들을 찾아 “이슬람교는 평화”라며 보호를 약속하기도 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12년 샌디훅 초등학교 총격 사건 후 짧은 성명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다섯 번 이상 눈물을 훔쳤고, 이틀 뒤 철야기도 자리에서는 “전국 방방곡곡에서 여러분과 함께 울고 있다. 우리는 아이들을 꼭 안아주고 있다”라고 말했다.

클린턴 정부에서 주택장관을 지낸 헨리 시스네로스는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정치에 관한 문제도 아니고 대통령 자신의 업적에 관한 문제도 아니다. 대통령이 국민을 위해 떠맡은 짐에 관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앤드루 폴스키 헌터대 정치학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을 가리켜 “그보다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대통령을 본 적이 없다”며 “그는 (공감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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