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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파산 직전 보너스 잔치…치료제 없는 양심불량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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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츠·JC페니·휘팅페트롤리엄 등 파산 전 잔류 보너스 지급

파산보호 신청 이전에는 문제 안돼..법의 허점 노려

"핵심인재 유출 방지" 해명에도 비난 봇물

이데일리

△미국 뉴욕에 있는 허츠 상점의 외관[사진=afp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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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코로나19를 계기로 위기에 몰린 미국 기업들이 파산보호 신청에 앞서 고위 임원들에게 거액의 보너스를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핵심 인재 유출을 방지한다는 명목이지만, 다수의 직원을 해고하고 채권자에게 손실을 끼친 기업 경영진이 법의 허점을 틈타 사리사욕을 채웠다는 비판이 나온다.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2위 렌터카 회사인 허츠 글로벌 홀딩스는 파산 보호 신청 전 잔류 보너스(Retention Bonus)라는 명목으로 340명의 임직원들에게 1620만달러(한화 약 200억원) 이상의 보너스를 지급했다. 잔류 보너스란 기업들이 회사에 남기고 싶은 중요 관리자들에게 지급하는 것이다.

보너스 지급 대상에는 지난 19일 임명된 폴 스톤 신임 최고경영자(CEO)도 있었다. 허츠는 스톤 CEO에게 70만달러(약 8억6000만원), 자미어 잭슨 최고재무책임자(CFO)에게 60만달러(약 7억4000만원)를 지급했으며 조디 앨런 최고마케팅책임자(CMO)에게는 18만9633달러(약 2억3000만원)를 지급했다.

이같은 사례는 앞서 다른 업계에서도 목격됐다. 117년 전통의 백화점 체인 JC페니는 지난 10일 질 솔타우 CEO에게 450만달러(약 55억6000만원)를 지급하고 CFO·CMO 등 고위 임원들에게 각각 100만달러(약 12억4000만원)씩을 지급했다고 공시했다. JC페니가 파산 신청을 하기 5일 전이었다.

국제유가 급락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셰일업계 역시 마찬가지다. 처음으로 파산했던 휘팅 페트롤리엄은 CEO를 비롯한 5명의 고위 임원들에게 총 1450만달러(179억3000만원)의 보너스를 지급하기로 했다. 파산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체사피크 에너지 역시 경영진들에게 2500만달러(309억1000만원)를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파산보호 신청 이전에는 거액의 보너스 지급이 도덕적으론 비난 받을 수 있어도 법적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미국 파산법은 파산 신청한 경영진들에 잔류 보너스를 지급하는 대신 실적 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달성한 경우 성과보수를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파산보호 신청 이전에 지급된 잔류 보너스에 대해서는 별다른 제재가 없다.

자레드 엘리아스 헤스팅스법대 교수는 “기업들이 법의 허점을 노린 것”이라면서 “규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이상 이를 회피할 수단은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핵심인재 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임을 강조하고 있다. 잔류해야 할 기간을 제시해 최소한 이 기간 동안에는 경영진 교체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허츠는 2021년 3월 이전에 회사를 그만둘 경우 잔류 보너스를 반환하도록 했고, JP페니도 2021년 1월 말 이전 어떤 이유로 해고되거나 타당한 이유 없이 사직할 경우 상여금의 80%를 상환하고 보너스의 20%는 성과 목표치가 달성되지 않으면 반환하도록 단서조항을 달았다.

그러나 경영 실패에 책임이 있는 임원진이 자신들의 수당부터 챙기는 모습이 과연 바람직하느냐는 비판은 여전히 남는다. 실제로 허츠는 픽업트럭과 스포츠유틸리티자동차(SUV)에 대한 미국 소비자들의 선호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세단을 늘리는 실수를 범했다. JC페니는 전자상거래 시대가 도래했음에도 이를 외면하다 위기를 자초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CNN은 “채권자에게 빚을 갚지 않고 직원에게는 급여를 주지 않으면서 이미 상당한 보수를 받는 경영진부터 챙기는 것은 불편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포브스도 “회사가 실패하는 것을 막을 수 없었던 경영진이 기업 회생에 필요한지 의문이 남는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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