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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진보·보수 양극화는 ‘신기루’…KDI “중도 많은데 SNS가 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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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여론이 진보와 보수 반으로 갈라져 있다는 ‘여론 양극화’ 현상은 신기루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실제로는 좌·우 편향적인 사람은 소수고, 한국인의 절반 가까이가 중도 성향이라는 분석이다. 양극단에 있는 소수 의견이 소셜미디어네트워크(SNS)와 인터넷 뉴스로 인해 다수 생각으로 증폭돼 보일 뿐이란 것이다.

중앙일보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37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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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한국의 여론 양극화 양상과 기제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27일 펴냈다. 연구진은 2018년 11~12월 1000명을 대상으로 정치 성향을 파악할 수 있는 25개 질문을 던져 진보 쪽인지, 보수 쪽인지를 가려봤다. 45%가 중도로 평가됐다. ‘매우 진보’, ‘매우 보수’로 분석된 사람은 각각 3%도 안 됐다.

공동 연구를 진행한 이창근 연세대 교수는 “한국의 여론과 정치가 매우 분열된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이념 성향 분포가 실제로 양극화됐다기보다는 극단적 이념 성향을 가진 사람들의 활발한 여론 형성 활동과 정치 참여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연구진은 '증폭 장치'로 지목한 SNS와 인터넷 뉴스에 대한 키워드 분석 결과(2015년 1분기~2017년 2분기)도 내놓았다. SNS에서 보수 성향의 작성자가 진보 관련 단어를 쓴 비율은 1.4%, 반대로 진보 성향 작성자가 보수 관련 단어를 사용한 비율은 2.7%에 그쳤다. 인터넷 뉴스에서도 마찬가지다. 보수 성향으로 판단되는 기사에서 진보 성향 연관어가 나타난 비율은 1.2%였고, 반대의 경우도 4.4%에 불과했다.

국회의원 발언의 편향성은 이보다는 덜했다. 2015년 국회 회의록에 따르면 보수 성향 국회의원은 전체 발언 중에서 상대방(진보) 성향의 표현을 하는 비율이 약 10.3%로 나타났다. 진보 성향의 국회의원은 약 13.9%였다. 이 연구를 진행한 최동욱 상명대 교수는 “인터넷 미디어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비율 값은 정파적 대립 관계가 명백히 나타나는 국회의원보다도 더 극단적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임원혁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당이나 정치인은 극단적 지지자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향에서 벗어나 전체 유권자의 입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KDI는 제도적 보완책으로는 즉석 결선 투표제 도입을 제안했다. 사표 방지를 위해 유권자가 선호하는 순서대로 후보자를 표기하는 방식이다. 정당 국고보조금을 배분할 때 일정액을 소액 다수 기부금 총액에 맞춰 매칭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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