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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국보법 이어 국가법…中, 홍콩 통제 강화에 美 "금융허브 잃을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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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병력 3000여명 배치 시위대 진압

전인대,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하루앞

"수정안, 초안보다 처벌 대상 확대" 전망

美트럼프 "불쾌해"…이번주 제재 발표

이데일리

27일 홍콩 센트럴에서 경찰들이 국가법 심의에 반대하는 시위대를 진압하고 있다.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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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뉴욕=이데일리 신정은 이준기 특파원] 홍콩 시민들이 또다시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이번엔 홍콩 의회가 심의중인 국가법(國歌法) 제정을 막기 위해서다. 중국 정부는 28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홍콩 국가보안법(국보법)을 통과시킬 예정이어서 국가법 제정과 맞물려 반발이 격화 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이 국보법을 앞세워 홍콩을 장악할 경우 이번 주 중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의용군행진곡’ 모독하면 징역 3년…경찰 3000여명 배치

27일 홍콩 명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이날 도심 곳곳에서는 중국 국가인 ‘의용군행진곡’을 모독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국가법’ 도입 반대 시위가 열렸다.

홍콩 의회인 입법회는 이날 회의를 열어 국가법 초안을 2차 심의하고 있다. 회의는 휴회를 반복하고 있다. 앤드류 렁 입법회 의장은 이날 심의를 마친 후 다음 달 4일 표결을 거쳐 법안을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중국 정부는 2017년 전인대 상무위원회에서 국가법(조례)을 기본법(홍콩의 헌법) 부칙 3조에 넣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기본법 18조에 따르면 중국은 주권 영역인 외교, 국방 등에 관련된 중국 본토 법규를 기본법 부칙 3조에 넣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인민해방군 홍콩 주둔, 영사 면책특권 등이 모두 부칙 제3조 삽입 절차를 거쳐 적용됐다.

국가법은 중국 국가를 장례식에 사용하거나 공공장소 배경 음악, 상업광고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한다. 풍자나 조롱의 목적으로 노랫말을 바꿔 부르는 행위도 불가하다. 이를 어기면 최고 징역 3년 형이나 5만 홍콩달러(약 800만원)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한다위안 중국인민대 법학교수 겸 일국양제법률연구소장은 “홍콩에서 국기 및 국휘 훼손 관련된 조례가 시행한지 이미 23년이 지났지만 당초 걱정했던 것처럼 주민권의 자유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았다”며 국가법 도입의 필요성을 정당화했다. 그는 “국가와 국기, 국휘는 같다”며 “특수한 상징적 의미를 갖고 있으며 (홍콩) 특별행정구 주민의 존중과 보호를 받아야한다”고 말했다.

주말만큼 대규모 인파가 한꺼번에 몰리진 않았으나 이날 오전부터 시작된 국가법 반대 시위는 오후가 될 수록 참가자가 늘었다. 센트럴과 코즈웨이 베이, 몽콕 등 홍콩 각지에서 시위가 열렸다.

시위대가 이날 3파 투쟁(총파업·동맹휴학·철시) 등을 예고했지만, 경찰은 입법회와 정부청사 주변의 도로를 봉쇄하고 대형 바리케이드를 설치해 이를 막았다. 경찰은 3000여 명의 병력과 함께 물대포, 장갑차 등을 배치하는 등 강경 진압에 나섰다. 현지 언론들은 중국 전인대의 국보법 통과를 앞두고 소요사태가 격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홍콩경찰이 진압수위를 높인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전인대는 28일(현지시간)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제13기 3차 전체회의를 열고 홍콩 국보법 초안을 표결할 계획이다. 중국의 법 절차는 우리나라와 달라 법에 대한 정당성과 필요성을 입증하는 결의안의 형식으로 진행된다. 이후 중국 상무위원회에서 구체적인 법이 마련된다. 중국 언론은 이르면 내달 법안이 시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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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오른쪽)이 호얏셍 마카오 행정장관과 함께 22일 베이징에서 개막한 전인대(전국인민대표대회)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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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中 홍콩 장악 땐…금융허브 유지 알 수 없어”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중국이 홍콩 국보법 제정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이번 주 중 미국의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중국에 대한 제재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우리는 지금 무언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분은 이를 매우 흥미롭게 볼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나는 며칠 안에 이를 말할 기회가 있겠지만, 오늘은 하지 않겠다”고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그는 이와 관련된 질문이 이어지자 “여러분들은 이번 주가 끝나기 전에 어떤 것을 듣게 될 것”이라며 “내 생각엔 아주 강력하게…”라고 여운을 남겼다.

앞서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홍콩 국보법 제정에 대해 매우 불쾌해하고 있다(displeased)며 중국이 홍콩 국보법 제정을 추진해 홍콩을 장악할 경우, 금융 중심지(허브)로 남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미국 언론들은 홍콩에 부여한 특별지위를 파기하겠다는 의미로 풀이했다. 그간 미국은 홍콩 국보법이 제정되면 홍콩의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를 보장하겠다던 중국의 ‘일국양제’ 정책이 폐기된 것으로 간주하겠다는 뜻을 수차례 밝혀왔다.

중국이 홍콩 국보법을 추진할 경우, 미국정부가 고려하고 있는 제재와 관련해 블룸버그 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당국자와 기업, 금융기관들의 거래를 통제하고 자산을 동결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인사들은 “기관 간 협의가 진행 중이며 제재를 채택할 것인지 여부와 방법에 대한 결정은 아직 내려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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