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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야구로 속죄하겠다는 강정호, 홈런치고 팀 우승시키면 팬들은 행복할까[김배중 기자의 핫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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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130여 개 나라에도 중계되며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는 한국 프로야구에 또 다른 이슈가 생겼다.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활약했던 강정호(33)의 복귀 문제다.

최근 강정호는 변호사를 선임해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임의탈퇴 복귀 신청서를 제출했다. 강정호가 복귀 신청을 한 뒤 KBO는 상벌위원회를 개최해 25일 유기실격 1년 처분을 내렸다. 강정호에 대한 권리를 갖고 있는 키움에서 정식 선수로 등록 되더라도 1년 동안은 팀 훈련에도 참여할 수 없는 나름의 중징계다. 하지만 1년만 잘 버티면, 구단 차원의 별도 징계가 없다면 정식복귀가 가능하다. 해외 외신도 “KBO리그 복귀 길이 열렸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

2016년 12월 음주운전 뺑소니 사고를 낸 이후 2015시즌부터 활약하던 메이저리그에서도 내리막길을 걸은 강정호는 최근 KBO리그 복귀를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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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일고 있다. 2016년 강정호가 음주운전 뺑소니 사고를 일으킬 당시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킨 게 처음이 아닌 ‘세 번째’라는 사실은 많은 야구팬들에게 충격을 줬다. 강정호 사건 이후 2018년 KBO는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차원에서 3회 이상 적발된 선수는 3년 이상의 유기실격 처분을 내리기로 규정도 강화했다. 상벌위에 앞서 첫 적용사례로 남을지 관심이 쏠렸지만 빌미를 제공한 장본인은 강화된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았다. 음주 시점이 2009, 2011, 2016년으로 규정 강화 이전이기 때문이다.

논란을 의식한 듯 강정호 스스로도 성의는 보였다. “야구가 절실했다”며 사과문과 함께 속죄의 의미로 구슬땀의 대가이기도 할 연봉의 사회 환원을 약속했다. 연봉 기부는 2012시즌 KBO리그로 복귀한 ‘코리안 특급’ 박찬호 이후 꽤 오랜 만이다. 다만 MLB에서 국내로 복귀한 둘의 셈법은 격이 다르다. 박찬호의 경우 고국 팬들 앞에서 은퇴하기 위해 ‘재능기부’를 한 격이고 강정호는 ‘향후’를 도모하고 있다. 한때 ‘평화왕’으로 불린 강정호가 최소 3년 이상 준수한 활약을 펼친다면 그의 지갑은 다시 채워질 수 있다.

관심이 쏠리는 부분은 강정호의 향후 행보다. 논란에 부담을 느낄 키움이 강한 자체 징계로 강정호를 사실상 은퇴시키는 방법도 있겠지만 확률은 낮아 보인다. 키움은 이택근, 안우진 등 물의를 일으켰을지라도 기량이 팀 전력에 보탬이 된다면 대체로 안고 갔다. 키움도 “공식적으로 입단 문의를 해온 뒤에 고려해볼 문제”라며 단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 않다. 어쨌든 팬들은 야구로 속죄하겠다는 강정호를 결국 보게 될 것 같다.

하지만 도로 가드레일을 ‘치고’ 운전자 바꿔‘치기’를 시도했던 강정호가 KBO리그로 복귀해 연일 홈런포를 ‘치며’ 속죄한다 한들 팬들이 즐거울까. 평화왕 시절 모습으로 소속팀을 우승으로 이끈다 한들 그 팀은 박수 받을 수 있을까. 세계로 나가는 한국야구의 클린지수를 떨어뜨리는 그의 몸부림이 조금은 안쓰럽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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