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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러시아, 리비아에 전투기 투입...리비아 내전 격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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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미군 아프리카 중부 사령부가 26일(현지시간) 리비아 중부 알주프라 공군기지 활주로에 미그-29 전투기가 서 있는 사진을 공개했다. UPI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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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내전이 진행 중인 리비아 내 러시아 용병들을 지원하기 위해 전투기를 투입했다고 미군이 주장했다.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미군 아프리카 사령부는 6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러시아가 리비아에서 활동하는 러시아의 민간군사기업 와그너 그룹의 용병들을 지원하기 위해 전투기를 투입했다고 주장했다. 아프리카 사령부는 이 전투기들이 시리아를 경유해 리비아에 도착했으며, 러시아와의 연관성을 숨기기 위해 시리아의 한 공항에서 위장용 도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아프리카 사령부는 이날 비행 중이거나 공항 활주로에 서 있는 미그 29기의 모습을 포착한 위성사진 15장도 함께 공개했다. 뉴욕타임스는 전투기가 적어도 14대라고 보도했다.

스티븐 타운센드 아프리카 사령관은 “러시아는 리비아 내전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는 사실을 너무나 오랫동안 부인해왔다”면서 “이제 더는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리비아는 2011년 ‘아랍의 봄’ 민중봉기로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붕괴한 후 내전에 접어들었다. 2014년 이후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를 중심으로 서부를 통치하는 리비아통합정부(GNA)와 벵가지를 기반으로 한 리비아 동부 군벌 리비아국민군(LNA)이 대립하고 있다.

유엔이 인정하는 정부는 GNA지만 각국마다 지원하는 세력이 다르다. 과거 리비아를 식민지배했던 이탈리아가 GNA를 지지하는 반면, 프랑스·사우디아라비아·이집트·아랍에미리트(UAE)는 LNA를 지원한다. 석유가 풍부한 리비아를 둘러싸고 여러 국가가 서로 다른 계산을 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러시아와 터키의 대리전 양상이 두드러진다. 러시아는 와그너의 용병들을 통해 LNA를 지원해왔다. 수세에 몰렸던 LNA의 칼리파 하프타르 사령관은 러시아의 지원에 힘입어 지난해 가을 트리폴리로 진격하는 등 기세를 올렸다. 그러나 지난 1월 러시아와 앙숙 관계인 터키가 GNA에 대한 지원을 시작하면서 전세가 역전되고 있다. 지난주 터키군의 드론이 LNA의 공급선을 끊어내면서 GNA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트리폴리 서부의 공항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타운센드 아프리카 사령관은 “LNA나 민간군사기업이 정부 지원 없이 전투기들을 운용하고 유지할 수는 없다”면서 “그들은 러시아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리비아에서 복무한 군 출신의 중동문제 전문가 프레더릭 웨리는 월스트리트저널에 “러시아는 전략적으로 공군을 ‘지렛대’로 사용하고 있다”면서 “터키가 리비아 제공권을 장악한 상황에서 최근 지상전에서 GNA가 얻은 성과를 되돌리기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정치적 협상용으로 전투기를 파견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BBC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이날 리비아 동부 의회 의장과의 전화통화에서 분쟁 당사자들의 즉각적인 휴전과 정치적 협상을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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