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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김종인, 통합당에 ‘불평등’과 ‘비민주’ 해결 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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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보수 구분 불필요”… 덩샤오핑의 ‘흑묘백묘론’ 연상

“진보, 보수라는 말 쓰지 말라. 중도라고도 하지 말라. 정당은 국민이 가장 민감해하는 ‘불평등’, ‘비민주’를 잘 해결할 수 있는 집단이라는 것만 보여주면 된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내년 4월까지 당을 이끌 권한을 정식으로 추인받은 뒤 당원들에게 내놓은 일성이다. 통합당이 앞으로 한동안 서민과 2030 젊은층 쪽으로 부쩍 다가가는 ‘좌경화’ 정책을 쓸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세계일보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27일 통합당 전국위원회를 마친 뒤 이동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스1


통합당은 27일 말도 탈도 많았던 ‘김종인 비대위’를 공식 출범시켰다. 4·15 총선 참패 후 지도부 공백 사태가 발생한지 꼭 42일 만이다.

통합당은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원회를 잇달아 열고 지난달 말 추인된 ‘김종인 비대위’의 임기를 연장하는 당헌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김 비대위원장은 내년 4월 7일 재보선까지 통합당을 이끌면서 지난 총선까지 전국 단위 선거 4연패의 수렁에 빠진 당을 정상화하는 중책을 맡게 됐다.

김 위원장은 상임전국위에 앞서 열린 전국조직위원장회의 비공개 특강에서 “진보, 보수라는 말 쓰지 말라. 중도라고도 하지 말라”며 “정당은 국민이 가장 민감해하는 ‘불평등’, ‘비민주’를 잘 해결할 수 있는 집단이라는 것만 보여주면 된다”고 말했다.

중국의 덩샤오핑(1904∼1997)이 개혁·개방정책을 시행하며 “고양이가 흰색이든 검정색이든 무슨 상관이냐. 쥐만 잘 잡으면 되지”라고 말한 것을 떠올리게 만드는 대목이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세계 경제·사회의 변화를 언급하며 “어느 쪽이 변화한 세상에 더 잘 적응하느냐의 문제가 남았고 그것이 핵심”이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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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영 원내대표(오른쪽) 등 미래통합당 인사들이 27일 당 전국위원회에 참석해 손뼉을 치고 있다. 뉴스1


이에 따라 서민과 2030 젊은층에겐 완전히 버림을 받고 5060 장년층의 지지도 예전 같지 않은 통합당이 얼마만큼 변화할 것인지, 또 그 변화가 과연 가능할 것인지 등에 이목이 쏠린다. 일각에선 영국 보수당이 선거에서 줄곧 패하면 노동당의 정책을 받아들이고 노동당이 선거에서 계속 지면 보수당의 정책을 수용해온 오랜 전통을 들어 “결국 통합당이 서민과 2030 젊은층의 지지를 얻기 위해 ‘왼쪽’으로 성큼 이동하게 될 것”이란 관측을 내놓는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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