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쌍용차 '기업금융1실'→'기업구조조정3실' 이관
"구조조정 대상인 만큼 기안기금 판단 신중해야"
산업생태계 유지 등 기금지원 예외사항은 '변수'
LCC업계, 제주항공·에어부산 지원 유력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KDB산업은행은 28일 기안기금 공식 출범식과 함께 첫번째 기금운용심의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국회 추천 2명과 정부 추천 4명, 대한상공회의소 추천 1명 등 총 7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는 기안기금운용심의회의 핵심 역할은 지원기업 선정이다. 산업은행도 내부에 ‘기간산업안정기금본부’를 신설해 총 35명의 인력을 투입했다.
정부는 이미 기안기금 지원의 기본조건으로 △‘코로나19’에 따른 경영상 어려움 △총차입금 5000억원 이상 △근로자 300명 이상 등을 밝한 바 있다. 지원 업종은 산업은행법 시행령에 항공업과 해운업만 명시한 상태다.
산은, 쌍용차 ‘기업구조조정실’로 이관
관심은 쌍용차의 지원 여부다. 쌍용차는 2000억원 상당의 기안기금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산업은행은 최근 쌍용차를 기존의 ‘기업금융1실’에서 ‘구조조정본부’ 산하의 ‘기업구조조정3실’로 이관했다.
기업구조조정3실은 산업은행이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사전적 기업개선과 경쟁력 제고가 필요한 기업을 집중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기존 구조조정본부 산하 ‘기업경쟁력제고지원단’을 확대개편한 조직이다. 기업구조조정3실은 현재 두산중공업도 맡고 있다. 쌍용차도 기업구조조정3실로 담당이 바뀌었다. 13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1분기 회계법인에서 감사인 의견 거절을 받은 쌍용차를 이제 ‘사전적 기업개선과 경쟁력 제고가 필요한’ 구조조정 기업으로 분류한다는 뜻이다.
산업은행이 쌍용차를 더 이상 정상기업으로 보지 않으면 기안기금의 지원을 받기는 더 어려워진다. 기안기금의 취지는 코로나19로 일시적으로 어려워진 기업을 지원한다는 취지인데, 구조조정 대상 기업을 지원하는 건 기금의 취지에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도 전날 ‘금융리스크 대응반회의’ 후 기안기금의 쌍용차 지원 여부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 요청을 받아 논의를 해봐야 한다”면서도 “쌍용차의 경우 구조조정 대상 기업인 만큼 판단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에둘러 표현하긴 했지만, ‘구조조정 기업’인 쌍용차에 대한 기안기금 지원에 대해 부정적인 뉘앙스를 내비친 셈이다.
금융당국은 코로나19 사태 이전 부실해진 기업은 기안기금 지원대상에서 제외하고, 대신 주채권은행 중심의 기업회생프로그램을 활용토록 방침을 정했다. 쌍용차의 주채권은행은 산업은행이다. 지난 3월 말 기준 단기 차입금 3900억원 가운데 1900억원을 차지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결국 쌍용차에 대한 지원은 기안기금이 아니라 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지원 가능성이 더 높다고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산업은행은 오는 7월 만기 도래할 차입급 900억원에 대해 쌍용차로부터 상환유예 등을 아직 공식 요청받지는 않은 상태다.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정문. (사진=연합뉴스) |
‘모범적 노사’ 쌍용차, 예외 인정 가능성은 남아
다만, 기안기금 지원의 기본조건을 총족하지 않더라도 핵심기술 보호나 산업생태계 유지 등 예외사항을 근거로 기안기금 지원이 가능한 점은 마지막 변수로 꼽힌다. 쌍용차 노사가 2009년 대규모 정리해고 사태 후 올해까지 11년 연속 무분규 임단협 협의를 이어가는 등 고용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한 점도 반영될 수 있다.
한편, 기안기금은 저비용항공사(LCC) 업계 선두업체인 제주항공과 에어부산을 지원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유력하다. 금융당국이 총차입금 기준으로 단기차입금과 장기차입금에 더해 리스 부채 등도 포함한다고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국내 LCC에서 이 기준으로 총차입금이 5000억원이 넘는 곳은 제주항공(약 6415억원)과 에어부산(약 5604억원) 정도다.
금융당국은 기안기금 지원을 못 받는 LCC에 대해선 별도의 지원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국책은행이 기존 3000억원에 더해 추가지원을 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그래픽=이동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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