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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이용수 할머니 비난·공격 자제 호소” 논란 속 수요시위…보수단체 “민주당 패거리들이 감싸” 맞불 [김기자의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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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1차 수요집회도 예정대로…지지하는 시민 상당수 모여 / “고통과 울분, 서운함의 뿌리, 무겁게 받아들여” /“이용수 할머니, 서글프고 송구하게 생각” / 보수단체 “민주당 패거리 세력들이 동조하고 감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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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인근에서 보수단체 회원들이 윤미향 국회의원 당선인(전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을 규탄하는 맞불집회를 하고 있다. (왼쪽 사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오른쪽 사진)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정의연)’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은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이자 여성인권운동가 이용수(92) 할머니에게 “마음이 아프고 진심으로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수요일인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진행된 제1441차 정기 수요시위에서 이 이사장은 위와 같이 밝혔다. 이날 수요시위는 전날 별세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위한 묵념으로 시작했다. 할머니의 별세로 한국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중 생존자는 17명으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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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441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앞서 이 할머니는 지난 7일 대구 남구 한 찻집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요집회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나도 도움이 안 된다. 참가한 학생들이 낸 성금은 어디 쓰는지도 모른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정의연이 성금·기금을 받아 할머니들에게 쓴 적이 없다’, ‘성금을 어디에 쓰는지도 모른다’,‘또 30년 가까이 위안부 대책 관련 단체에 이용만 당했다’ 등의 논으로 이어지며 정의연을 둘러싼 논란은 전방위로 증폭 되고 있다.

제1441차 수요시위를 이틀 앞둔 지난 25일, 이 할머니가 추가 기자회견에서 ‘30년 동안 이용만 당했다’ 면서 그간의 가슴앓이를 토로한 가운데 열려 이날 열린 제 1441차 수요시위는 순탄치 않았다. 평화의 소년상에서 불과 20m 거리를 두고 ‘소녀상 철거’,‘정의연 해체’,‘위안부 할머니 가슴 대못 박은 정의연’,‘윤미향, 현금으로 집 5채 구입?’ 외치는 보수단체 집회가 동시에 진행됐다. 이날도 역시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당선인은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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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제1441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가 진행되고 있다.


이날 이 이사장은 “지난 한 주는 고통과 좌절, 절망과 슬픔의 시간이었다”며 “보수단체의 무차별 고소·고발에 지난 20~21일 양일간 검찰의 압수수색이 진행됐다”고 말했다.

이어 “몸이 편치 않으신 길원옥 할머니가 계시는 마포 쉼터에까지 (검찰이) 들이닥쳤다”고 했다.

그는 “외부 회계 검증 절차를 추진하며 감사 자료를 준비하는 중이었고, 공익성·전문성·투명성 확보를 위해 구체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누누이 약속한 뒤였다”며 “자료를 임의제출하기로 검찰과 합의한 터라 (압수수색에) 충격과 서글픔을 이루 말할 수 없었다”고 했다.

이어 “그 깊은 고통과 울분, 서운함의 뿌리를 우리 모두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피해자의 고통이 지금도 해소되지 않고 문제 해결이 지연되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을 돌아보며 재점검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용수 인권운동가에 대한 비난과 공격은 제발 자제해 달라”며 “그것이야말로 운동의 의미와 가치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이 할머니의 기자회견 후 일각에서는 배후설을 언급하는 등 논란이 증폭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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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앞서 지난 26일 방송인 김어준 씨는 자신이 진행하는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전날 기자회견에 대한 배후설을 제기했다. 김 씨는 “누군가가 자신의 입장을 반영한 왜곡된 정보를 이 할머니에게 줬다고 개인적으로 결론을 내렸다”며 배후자로 가자평화인권당 최용상 대표를 지목했다. 그는 “사전에 배포된 기자회견문도 가자평화인권당의 논리가 보이고 그 연세 어르신이 쓰지 않는 용어가 많아 이 할머니가 (회견문을) 쓰지 않았다는 점이 명백히 보인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이사장은 “운동을 시작한 바로 그 시점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심정으로 오늘 수요시위에 섰다”며 “조금 더 객관적으로 사태를 지켜보며 기약할 수 없는 미래를 다시 상상해보려고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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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제1441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면서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이니 부디 더 이상의 억측과 섣부른 판단은 자제해 달라”며 “이 끔찍한 광풍의 칼날 끝에 무엇이 남을지 제발 깊이 생각해달라”고 호소했다.

이 이사장 발언 이어지면서 시위에 참석자들은 ‘아물지 않은 상처! 정의연을 응원합니다’, ‘수요시위는 평화의 상징입니다’ 등 문구가 적힌 노란 손팻말을 들고 모인 시민들이 현장의 발언에 박수와 환호로 응답했다. 참석자들은 약 40~50명 정도 모인 듯했다. 일부는 ‘NO 언론개혁’이라는 팻말을 흔들기도 했다.

윤미향 당선인 사퇴촉구하는 보수성향 단체들

보수 성향 단체의 맞불 집회도 열렸다. 자유연대·GZSS 등 보수단체들은 수요시위가 열리기 1시간 전부터 집회를 열고 “매주 수요일 열리는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시위를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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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1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인근에서 보수단체가 정의기억연대 해체와 소녀상 철거를 촉구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


그러면서 윤미향 당선인의 사퇴를 촉구했다. 윤 당선인은 수요시위를 진행해 온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의기억연대 전신) 상임대표를 거쳐 최근까지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을 맡아왔다.

이들은 “할머니를 앞세워서 대한미국 어르신들을 위한다면서 오히려 북한과 내통하고 월북하라고 탈북자 여성 3명을 회유했고, 회유당한 지배인은 불안해서 다른 나라로 망명까지 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들은 “민주당 패거리 세력들이 동조하고 감싸고 있다”며 “대한민국을 북한에 받치겠다는 저들의 술책이고 음모가 아니겠냐”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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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1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인근에서 보수단체 회원들이 윤미향 당선인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윤미향은 벌 받아야 한다!’,‘소녀상 철거하라!!’,‘회계 불투명 공익단체 해체하라!!’ 등이 적힌 팻말을 들고 소리를 외쳤다. 이들은 방송사 기자들을 향해 비난 목소리를 냈다. 곳곳에서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다행히 수요시위 참가자들과 별다른 물리적 충돌이 벌어지지는 않았다.

글·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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