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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어린이 괴질’ 학부모들 노심초사…코로나19와 관련성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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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의심사례 2명 조사중…코로나19 관련성 아직 확인 안돼 / '사이토카인 폭풍'과 비슷한 반응…"과도하게 해석할 단계 아직 아냐" / 2명 모두 코로나19 음성…“가와사키병 양상”

세계일보

지난 20일 서울 영등포구보건소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 뉴시스


고등학교 3학년 이하 학생과 유치원생의 2차 등교수업 및 등원이 27일 시작된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이어 이른바 ‘어린이 괴질’로 불리는 소아·청소년 다기관염증증후군 의심 사례까지 나오자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 질환은 현재 유럽과 미국 등 해외에서 먼저 발생해 13개국으로 퍼진 상태로, 국내에서는 정부가 감시체계를 가동한 지 하루 만에 의심 사례가 등장했다. 방역당국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서울 의료기관에서 2명(10세 미만 1명·10대 1명)의 다기관염증증후군 의심 사례가 보고됐다. 이 가운데 1명은 다기관염증증후군 사례 정의에 부합하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정확한 진단을 위해 현재 검사가 진행 중이다.

다기관염증증후군은 명칭 그대로 두 개 이상의 신체 기관에 중증 상태의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이 병에 걸린 소아·청소년은 대체로 고열과 발진, 안구충혈 등의 증상을 보이며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른다.

염증이 발생하는 원인(병원체)이 아직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환자 상당수가 코로나19 진단검사나 항체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이면서 코로나19와의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될 뿐이다.

의료계에서는 소아·청소년들에게 다기관염증증후군이 발병하는 원인으로 우선 면역 과잉반응을 꼽는다. 일반적으로 소아·청소년은 코로나19에 걸려도 증상이 약하거나 나타나지 않는데 이는 면역체계가 잘 작동하면서 몸에 들어온 바이러스를 잘 물리치기 때문인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간혹 면역반응이 과하게 나타나면 의도치 않은 염증을 일으킨다는 게 의료계의 설명이다.

코로나19에 걸려도 가볍게 앓고 지나가는 젊은 층에서 드물게 사이토카인(신체의 방어체계를 제어·자극하는 신호물질) 폭풍이 일어나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다기관염증증후군은 면역체계가 바이러스만 공격해야 하는데 여러 장기를 공격하면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다만 소아·청소년 가운데서도 드물게 나타나는 반응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의심 사례가 실제 다기관염증증후군이 맞는지, 또 코로나19에 의한 것인지 등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소아·청소년 다기관염증증후군이 코로나19와 관련이 있다는 명확한 과학적 근거는 없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일부 환자의 진단검사에서 코로나19 양성 반응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코로나19와의 연관성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 의심 사례로 보고된 2명 역시 코로나19 진단검사에서는 음성 판정을 받았다. 다만 보건당국은 이들이 최근 코로나19를 앓았다가 회복했을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고 정밀조사를 할 것으로 전해졌다.

김종현 대한소아감염학회 회장(성빈센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은 “소아·청소년 다기관염증증후군이 코로나19와 관련성이 있는지는 아직 모른다”며 “국내에서도 관련성이 없다고 보는 학자들이 많고, 아직은 (코로나19와의 관련성을) 과도하게 강조할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세계일보

고등학교 2학년과 중학교 3학년, 초등학교 1∼2학년, 유치원생들의 등교 수업이 시작된 27일 오전 서울 성북구 월곡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손 소독을 하고 있다. 뉴시스


한편 소아·청소년 다기관염증증후군(MIS-C, 다기관염증증후군) 의심 사례로 보고된 국내 어린이 2명이 급성 열성 발진증인 '가와사키병'과 비슷한 증세를 보인 것으로 파악됐다.

방역당국은 두 어린이 모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검사에서 음성이 나왔지만, 11세 남아의 경우 필리핀 체류 이력이 있는 만큼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지난 25일 서울 지역 의료기관에서 신고된 다기관염증증후군 의심사례 2건에 대한 역학조사 결과를 27일 발표했다.

다기관염증증후군은 명칭 그대로 2개 이상의 신체 기관에 중증 상태의 염증이 발생하는 병이다. 주로 19세 이하 소아·청소년에 주로 나타나는데, 발열·발진·충혈·복통 등의 증상을 보이며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른다. 아직 정확한 원인이 규명되지 않았지만 일각에서는 코로나19와 관련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한다.

유사 질병으로는 가와사키병이 꼽힌다. 가와사키병은 보통 4세 이하의 영유아에게서 발생하는 급성 열성 발진증으로,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르지만 발병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국내 의심신고 사례인 11세 남아와 4세 여아는 다기관염증증후군 임상 양상을 보였다. 하지만 병원에서 자체 시행한 코로나19 유전자 증폭검사(RT-PCR)에서는 음성으로 나왔다. 이중 11세 남아의 경우 올 1~3월 필리핀에 체류한 이력이 있었다. 증상 발현 시기는 4월 말이고, 이보다 6~7주 앞선 3월 초쯤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입국했다.

4세 여아는 5월 중순쯤 증상이 발현돼 입원치료 중이며, 현재는 임상 증상이 회복돼 퇴원을 앞두고 있다. 방역당국은 현재 두 어린이의 코로나19에 대한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항체검사를 진행 중이며, 검사 완료 후 전문가 사례 검토를 통해 다기관염증증후군 여부를 판정할 예정이다.

정은경 방대본 본부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추가로 의심사례 신고된 것은 없다”며 “신고된 두 소아에 대한 항체검사가 완료된 후 전문가들의 사례 검토를 통해 다기관염증증후군에 해당하는지의 여부에 대해 판정할 예정인데 다음 주 초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 본부장은 “두 사례가 아직은 다기관염증증후군으로 확정된 게 아니기에 (아시아) 최초의 사례라고 의미를 두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대부분의 국가들이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와 미국·유럽 등의 발생에 따라 감시체계를 강화하고 있어 의심 신고는 어느 정도 발생할 수 있을 것이고, 이것과 유사한 가와사키병이 우리나라에서도 상당수 매년 발생하고 있어 감별진단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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