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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유럽의 문제아' 그리스는 어떻게 '코로나 방역 모범생'이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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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18일 그리스의 대표적 관광지인 아테네 파르테논 신전 앞을 마스크를 쓴 시민이 걸어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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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극심한 피해를 입은 유럽 국가들 사이에서 우수한 방역 성적표로 주목받는 국가가 있다. 재정 파탄과 높은 실업률 등으로 '유럽의 문제아'로 꼽히던 그리스다.

인구 1천만명의 규모의 그리스에서는 27일(현지시간)까지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2892명, 사망자가 173명 나왔다. 인구수가 비슷한 벨기에가 확진자 5만7455명, 사망자 9334명을 기록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월등하게 양호한 수치다. 20만명이 넘는 확진자가 나온 이탈리아·스페인 등의 상황을 보면 그리스의 성과는 더욱 두드러진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27일자에서 그리스의 코로나19 방역 성공에 유럽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며 그 비결을 집중 분석했다. 전문가들이 꼽는 방역 성공 요인은 '정부의 선제적이고 발 빠른 대응'이었다.



시스템 열악한 취약국가였지만



코로나19가 유럽에 번지기 시작할 당시, 그리스는 유럽에서 방역에 가장 취약할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였다. 10년 넘게 이어진 경제 위기로 국민들의 삶은 망가졌고, 정치에는 부패가 만연하며, 의료시스템은 열악했다. 또 유럽연합(EU)에서 두 번째로 노인인구 비율이 높아 일단 바이러스가 유입되면 통제 불능의 상황에 처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았다.

하지만 그리스의 대응은 예상을 깼다. 자국의 취약점을 잘 알고 있는 정부는 외부의 조언을 빠르게 받아들여 신속하게 대응했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그리스 정부의 전염병 자문관으로 활동하는 엘리아스 모시알로스 영국 런던정경대(LSE) 교수는 중국에서 코로나19 첫 환자가 보고된 후 얼마 지나지 않은 1월 초, 바이러스가 전세계로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며 그리스에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당시 유럽의 여러 국가들이 코로나19의 위험성을 경시하며 특별한 준비를 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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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25일 그리스 폴레간드로스 섬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방문하는 시민들을 기다리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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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그리스 정부는 바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바이러스가 세계로 번지기 시작한 2월 중순,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총리 주재로 긴급 내각회의를 열어 코로나19 단계별 대응 조치를 확정했다. 그리스에서 첫 번째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바로 다음날인 2월 27일, 정부는 그리스의 최대 축제인 카니발을 취소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3월 11일에는 전국 모든 학교가 문을 닫았고 며칠 후 레스토랑과 술집, 카페 등의 영업이 금지됐다. 국민들에겐 여행 및 외출금지령이 내려졌다. 외국에서 입국하는 사람은 자국민·외국인을 불문하고 14일간의 의무 격리 기간을 가져야 한다는 지침도 나왔다.



한발 빨리 움직여 시간 벌어



취약하던 의료시스템 정비에도 신속하게 나섰다. 2월 그리스 전국에 560개에 불과하던 중환자 병상 수는 현재 1천개까지 늘어났다. 병원이나 노인요양시설에 외부인의 접근을 엄격히 차단해 바이러스의 유입을 막았다. 그 결과 병원은 물론이고 요양원 내에서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사례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모시알로스 교수는 텔레그래프에 "그리스 정부가 자신의 약점을 인정하고 초기에 단호하게 대처하지 않았다면 지금과는 매우 다른 상황에 직면했을 것"이라며 "한발 빨리 움직인 덕분에 시간을 벌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리스 정부는 자국내 코로나19가 통제 가능한 상황에 돌입했다고 보고 5월 중순부터 차츰 봉쇄를 풀기 시작했다. 유럽 국가들 중 처음으로 '관광 재개'를 선언해 다음달 15일부터는 코로나19가 안정된 유럽 일부 국가로부터의 관광객 입국도 허용할 계획이다.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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