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슬의생' 현실판, 엄마에게 간기증 하려고 2달만에 15kg 감량한 25세 딸

댓글 2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스포츠서울


[스포츠서울 박효실기자] 엄마에게 간을 이식하려 두 달 만에 체중 15㎏을 감량한 딸의 사연이 훈훈함을 자아내고 있다.

인기리에 방영 중인 tvN‘슬기로운 의사생활’에 등장했던 간이식 사례와 아주 흡사해 더욱 놀라움을 안긴다. 드라마에서는 간암으로 투병 중인 딸을 위해 지방간으로 간이식이 어렵던 70대의 아버지가 혹독하게 살을 빼고 나타난 바 있다.

28일 한림대동탄성심병원에 따르면 두 자녀의 어머니인 52세 김 모 씨는 지난해 9월 피로감을 심하게 느끼고 배에 복수가 차는 증상으로 병원을 방문했다가 간암 선고를 받았다. 암은 이미 신장 위 부신까지 인접했고 신장까지 망가지고 있었다. 간암, 알코올성 간질환, 간신증후군(간 질환으로 콩팥이 망가지는 현상)을 모두 진단받았다. 남은 치료는 간이식뿐이었다.

김 씨는 혈액형이 같은 아들로부터 생체 간이식을 받기로 했으나, 검사 결과 아들은 선천적으로 간의 크기가 작아 이식할 수 없었다. 결국 딸인 25세 이 모 씨가 혈액형은 다르지만, 간을 이식하기로 했다. 문제는 딸의 간 역시 이식하기에는 적절치 않았다는 점이다.

지난 2월 시행한 검사에서 딸에게 지방간이 발견됐고, 이식하려면 체중을 상당히 많이 줄여야 한다는 의사 소견이 나왔다. 하지만 갑작스런 감량이 건강을 해칠 수 있어 병원에서도 선뜻 수술을 권하지 못했다.

하지만 딸은 엄마에게 간을 이식하겠다는 의지 하나로 하루 한 끼로 버텨가며 몸무게를 줄였고, 엄마는 딸의 마음에 보답하듯 수술 후 이를 악물고 재활에 나섰다. 모녀는 수술성공 후 일주일 만에 함께 퇴원했다.

딸 이씨는 약간의 과일과 고구마 등으로 하루 한 끼에서 두 끼만 먹으며 두 달 간 15㎏을 줄였다. 재검사 결과 지방간은 거의 보이지 않아 이식 적합 판정을 받았다.

이 씨는 “처음에는 막막하기도 하고 몸무게를 줄이는 게 쉽지 않았지만, 엄마에게 간을 이식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하니 힘들게 느껴지지 않았다”며 “수술을 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너무나 기뻤다”고 말했다.

지난 4월 9일 유태석·조원태 외과 교수의 주도로 모녀는 간 이식 수술을 받았다. 혈액형이 달라서 어려움이 있었지만 딸의 간 70%를 이식받은 어머니는 빠르게 호전됐다.

김 씨는 “딸에게 미안한 마음에 빨리 몸을 회복해 딸을 보러 가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며 “잘 시간을 쪼개 밤늦게까지 걷기와 같은 재활 운동을 반복했다”고 말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김 씨도 빠르게 회복했다. 대개 이식수술 후에는 기증자보다 수혜자가 회복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리지만, 모녀의 경우 엄마인 김씨가 빨리 회복해 수술 일주일 만에 함께 퇴원할 수 있었다.

조 교수는 “가족 간 생체 간이식에서 기증자가 한 달 동안 5㎏ 정도 줄인 사례가 있지만 두 달 만에 15㎏ 감량한 건 믿기 힘든 일”이라며 “어머니를 위한 딸의 의지와 정신력에 의료진 모두 놀라고 크게 감동했다”고 말했다.
gag11@sportsseoul.com

[기사제보 news@sportsseoul.com]
Copyright ⓒ 스포츠서울&sportsseoul.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