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7 (수)

[취재파일] 할머니 "내가 다음 죽을 차례인가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영국 요양원에서 생활하는 할아버지 · 할머니

SB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영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확인된 것은 지난 1월 29일이었습니다. 그 전까지만 해도 코로나19 또는 코비드19(COVID19)라는 말은 영국인에게 멀게만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1월 29일 영국 내에서 확진자 2명이 처음 보고되면서 영국 내 분위기는 빠르게 변했습니다. 여기에 2월 28일에는 2차 감염까지 보고됐습니다. 어제(27일)까지 영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는 26만 명을 넘었고, 사망자는 3만 7천 명을 넘었습니다.

SBS도 이미 뉴스를 통해 영국 코로나19의 심각성을 수십 차례 보도했습니다. 저는 영국의 코로나19 상황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왜 이렇게 됐는가를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저는 영국에서 거주한 경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국이 왜 이렇게까지 됐는지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서 더욱 자세히 알아보았습니다.

● 도움이 절실한 요양원

영국 북부에 있는 도시, 리즈에 있는 한 요양원의 경우 직원들을 상대로 수시로 발열 검사를 하고 있지만 무증상 직원이나 환자가 있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모두 두려움에 떨면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의료장비까지 부족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일하는 직원들이 대부분입니다.

SB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 요양원에서는 한 달에 평균 3명이 숨을 거두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4월에는 19명의 할아버지, 할머니가 눈을 감았습니다. 문제는 사망 원인에 대해 누구도 이야기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코로나가 의심되면 바로 큰 병원으로 옮겨져야 하지만 그런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19명 모두 사망 전이나 사망 이후 코로나 검사를 받지 않았습니다.

이곳에서 일하는 원장의 말은 더욱 충격적입니다. 할머니 한 분이 아침에 일어나 보니, 옆 침대 위에 있던 할머니가 보이지 않았다며 자신도 곧 코로나로 죽을 건지를 물어보았다는 겁니다. 놀란 나머지, 원장은 아무 말도 못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시설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노약자는 없습니다. 검사 시설이 없고 돈도 없기 때문입니다.

영국(잉글랜드와 웨일즈)에 있는 요양원에서는 4월 평균 8천400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 이후 지난달(4월)에는 2만 6천563명이 요양원에서 숨진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SB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 몸이 편치 않으신 아버지를 모시고 살고 있는 저 역시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영국에는 요양원이 대략 2만 1천 개 있습니다. 한 조사 결과 이 가운데 2천933곳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견됐습니다. 13%나 됩니다. 검사를 통해 코로나19가 확인되면서 당국에 보고된 것만 그렇습니다. 검사를 진행하지 못한 경우가 워낙 많기 때문에 그 숫자는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영국 정부가 최근 요양원에 있는 노약자와 직원들을 상대로 코로나19 조사를 늘리겠다고 발표는 했습니다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얼마나 늘리겠다는 말은 나오지 않았고 시행되지도 않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 왜 요양원에서 확진자와 사망자가 많은가?

영국 보건국은 그 이유를 3가지로 설명했습니다.
1) 요양원 특성상 밀집된 생활 환경
2) 직원들이 사용할 수 있는 보호복 부족
3) 요양원 이용자 대부분 나이가 많은 노약자


영국에 있는 요양원에서 생활하는 노약자의 60% 이상이 85세 이상입니다.

SB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노르웨이, 벨기에, 프랑스, 스웨덴 등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사망자 절반이 이런 요양시설에서 발생했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각 정부는 국민들로부터 강한 비난을 받았습니다. 노르웨이의 경우 사망자 가운데 58%가 요양원에서 발생했다는 것은 충격적이었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전국에 있는 요양시설에 있는 노약자와 직원들을 상대로 코로나19 검사가 어렵다는 게 더 큰 문제입니다. 지금까지 코로나19 사망자가 보고된 것보다 더 클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모든 사망자를 상대로 코로나19 감염 검사가 실시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번 취재파일을 쓰면서 지난 3월 25일 뉴스가 생각납니다. 스페인에 있는 한 요양원에서 노인 10여 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는 뉴스.
▶ 스페인 양로원서 무더기 사망…"직원들, 방치한 채 떠났다"

우리도 국내에 있는 요양원의 시설과 이 시설에서 생활하는 노약자들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아야 하겠습니다.

SB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김정기 기자(kimmy123@sbs.co.kr)

▶ '친절한 애리씨' 권애리 기자의 '친절한 경제'
▶ '스트롱 윤' 강경윤 기자의 '차에타봐X비밀연예'

※ ⓒ SBS & SBS Digital News Lab. : 무단복제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