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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NYT “새해를 축하했던 10만명이 미국 지도 위에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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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새해를 축하했던 10만명이 미국 지도 위에서 사라졌다.”(뉴욕타임스)

세계일보

지난 27일 뉴욕의 한 병원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의심되는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뉴욕=AFP연합뉴스


세계 최강국 미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 수가 1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 2월29일 미국 내 첫 사망자가 보고된 후 채 석 달도 되지 않았다. 양대 일간지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는 27일(현지시간) 1면에 각각 “헤아릴 수 없는 죽음”, “죽은 이들의 얼굴들”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걸었다. 코로나19 희생자를 위한 부고 지면이다.

NYT는 지난 24일에 이어 두 번째로 1면을 할애해 코로나19 사망자들의 이름과 짤막한 부고를 실었다. “늘 웃어주셨던 우리 증조할머니 매리언 크루거(85, 워싱턴)”, “우리 집의 반항아 제임스 퀴글리(77, 시카고)”, “언제나 달변이셨던 크리스틴 맥로린(86, 시카고)”…. “사랑이 넘치고 관대했으며 모험심이 가득했던” 할아버지와 “누구도 그녀처럼 크림 감자와 튀긴 옥수수 요리를 하지 못했다”는 할머니도 있었다.

백수를 앞에 둔 이들도 코로나19 앞에서 멈춰야 했다. “친구들과 가족에게 ‘캡틴’이라 불렸던 조지 포렛스트 주니어(99, 뉴저지)”, “오랜 기간 치과의사였던 콘래드 던커(99, 시카고)” 등이 그 주인공이다.

신문은 “각지의 부고에 실린 추억들을 통해 우리가 무엇을 잃었는지를 돌아본다”며 “숫자는 일부만 보여준다. 이들이 어떻게 아침을 맞이하고 밤에 잠이 들었는지는 결코 전달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전염성 높은 바이러스는 우리가 사랑하는 이들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하지 못하게 했다”며 “우리는 그들을 마지막으로 안아주지도, 그들과 이별의 술잔을 나누지도, 그들을 위해 기도하지도 못했다. 참혹한 전쟁이나 테러, 허리케인이 할퀴고 지나갔을 때도 했던 애도 의식을 우리는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누군가는 곁을 지키는 가족 하나 없이 미어터지는 병원에서 홀로 ‘엄마, 사랑해’를 마지막으로 되뇌며 눈을 감았을 것이고 누군가는 봉쇄된 요양원에서 숨을 거뒀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WP는 일부 희생자들의 사진과 함께 좀 더 상세한 이야기를 담았다. 20대부터 100세, 105세까지 다양한 이들의 삶이 지면에 옮겨졌다. 그중에는 28세의 나바호 인디언 여성 밸렌티나 블랙호스도 있다. 가족들은 그녀를 “언젠가는 부족을 이끌 꿈을 꿨던”, “혈기가 넘쳤고 나바호 인디언의 전통 계승에 열심이었다”고 회고했다.

세계일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 1천명의 짧막한 부고 기사로 채워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의 24일자 일요일판 1면을 로스앤젤레스에서 한 여성이 지난 23일(현지시간) 컴퓨터 화면으로 바라보고 있다. 뉴욕=AFP연합뉴스


신문은 “미국에서 어떤 전염병도 코로나19처럼 빠르고 무자비하게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지 않았다”면서 “백신도, 치료제도 없는 상황에서 전염병이 모든 주에서 사람들을 희생시켰고, 격리 조치로 죽은 이들을 애도하는 의식은 사라졌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사망자 10만명은 1968년 A형 독감 바이러스(H3N2)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한 미국인 희생자 10만명에 맞먹는 것이자, 1957∼1958년의 신형 A형 독감 바이러스(H2N2) 희생자 11만6000명에 근접한 것이라고 외신은 설명했다.

NYT는 “역사적으로 이번 희생 규모를 비교해보면 숨이 멎을 지경”이라며 “지난 12주간 이 질병으로 숨진 사람이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의 미군 사망자를 합친 것보다 많다”고 지적했다. 또 제1차 세계대전 때 전사한 미군의 거의 2배이자,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의 초기 폭발로 사망한 사람들과도 맞먹는다고 전했다.

현 추세라면 코로나19 희생자는 1918년 스페인 독감(H1N1)으로 인한 피해(약 67만5000명 사망) 이후 최악의 공중보건 재앙이 될 전망이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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