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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법정서 눈물 보인 조영남 "화투 갖고놀면 패가망신 한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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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자의 양심 결여, 쑈"

"작품 늘리려면 조수 쓸 수 있어"

1심 유죄, 2심 무죄로 엇갈려

조씨 "참된 예술가 되도록 결백 가려달라"

조선일보

그림대작 사기혐의로 기소된 가수 조영남이 28일 대법원에서 열린 공개변론에 참석하고 있다/이진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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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투 그림’ 대작(代作) 관련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가수 조영남이 대법원 공개 변론에서 무죄를 호소했다. 조씨는 이날 최후 진술에서 “남은 인생을 갈고 다듬어 사회에 보탬이 되는 예술가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옛날부터 어르신이 화투 갖고 놀면 패가망신한다고 했는데, 너무 오래 화투 갖고 놀았다보다. 결백을 가려 달라”고 했다. 최후 진술 중 조씨는 감정이 격해져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은 28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사기 혐의로 기소된 조씨의 상고심 공개변론을 진행했다. 조씨는 2011년 9월부터 2015년 1월까지 화가 송모씨 등이 그린 그림에 간단한 덧칠 작업을 한 작품 21점을 17명에게 팔아 1억5300여만원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그림의 상당 부분을 대작 화가가 그린 사실을 구매자에게 미리 알리지 않은 것은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봤다.

1심 재판부는 검찰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화가 송씨는 단순한 ‘조수’가 아닌 ‘독자적 작가’라고 판단했고 조씨의 작품으로 그림을 판매한 것을 구매자들을 속인 행위라고 봤다. 조씨에게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조수 도움으로 그림을 그리는 게 미술계 관행이라는 조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항소심은 1심을 뒤집어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의 미술 작품은 화투를 소재로 하는데, 이는 조영남의 고유 아이디어”라며 “송씨는 조씨의 아이디어를 작품으로 구현하기 위한 ‘기술 보조’일뿐”이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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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작 의혹을 받는 가수 조영남의 '꽃과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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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열린 공개변론에도 이와 관련해 ‘미술작품 제작에 제3자가 참여한 경우 이를 작품 구매자에게 알릴 의무가 있느냐’가 쟁점이 됐다. 검찰 측은 조씨의 작품 ‘항상 영광’ ‘꽃과 콜라’를 제시하며 “이들 작품에서 조씨가 한 작업은 알파벳 글자 길이 연장, 서명 수정, 배경 덧칠 등에 불과하다” 했다. 검찰 쪽 참고인인 신제남 한국전업미술가협회 자문위원장은 “일반적으로 화가들이 조수를 사용한다는 관행은 없다. 혼자서 작업하는 게 창작자의 의무이고 상식”이라며 “조수가 대부분 그림 작품을 조금 손보는 척하고 사인하는 것은 작가적 양심이 결여된 행위, 쇼(show)”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나 조씨의 변호인은 “구매자들은 미술계에서 조수가 있다는 것을 알기에 그 그림이 대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 사건이 유죄로 판명되면 ‘데미안 허스트’와 같이 조수를 쓴 외국 유명작가도 국내에선 사기죄가 성립된다”고 주장했다. 조씨 측 참고인인 표미선 전 한국화랑협회 회장은 “작가가 더 많은 양의 전시를 위해서 작품이 필요하다면 조수를 쓸 수 있다”며 “우리나라 유명 작가가 세계적으로 유명해지려면 많은 조수의 도움을 받아서 작품 수가 많이 나와야 한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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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작 의혹을 받는 가수 조영남의 '항상영광'


이날 검은색 점퍼와 두꺼운 뿔테 안경을 쓰고 온 조씨는 최후 진술에서 미리 준비해온 편지를 읽었다. 조씨는 “존경하는 대법관님께 올립니다”며 진술을 시작했다. 그는 자신의 작품이 ‘팝아트’라고 강조했다. 조씨는 “화투 그림은 미국 화가 앤디워홀이 평범한 코카콜라 병을 그대로 그려 성공한 것에 착안했고, 한국의 대중적인 놀이기구 화투를 찾아 팝아트로 옮겨왔다”며 “내 그림은 개념 미술에 가깝기 때문에 그림을 잘 그리고 못 그리는 것은 사진 기술 이전의 기준에 부합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검찰은 최후 변론에서 “조씨의 조수 사용 여부가 아니라, 대작 화가에게 그림을 대신 그리게 했다는 점과 대작 화가를 숨기고 (대작 화가로부터) 10만 원에 구입한 그림을 1000만 원에 팔았다는 것이 중요하다”며 유죄를 주장했다. 대법원은 추후 선고 기일을 정할 예정이다.

[류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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