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물류센터·콜센터·학원… 우려하던 밀집공간 내 집단감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확진자 급증하면 사회적 거리두기 돌아갈 수도’ 위기감 / 정부 “물류센터 작업자 모자·신발에서도 코로나19 검출”

쿠팡, 마켓컬리 등 다수 물류센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며 연일 수도권 환자가 늘고 있다. 물류센터 외에도 콜센터, 학원 등 밀폐된 시설에서 감염 사례가 잇따라 확인되며 코로나19 방역에 또 한 차례 위기가 닥쳤다.

세계일보

쿠팡 부천 물류센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하며 28일 경기 부천시 중동 부천시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부천=연합뉴스


28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기준 경기도 부천시의 쿠팡 물류센터와 관련한 확진자는 모두 82명이다. 지난 23일 첫 확진자가 발생한 뒤 25일부터 전수검사를 시작하며 닷새 동안 80명 넘게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이다. 이후 부천시는 지역 거주자 4명이 추가로 검체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전수검사를 받은 물류센터 근무자 중 확진자가 나오는 것보다 더 우려되는 상황은 확진자의 접촉자 사이 ‘N차 감염’이 발생하는 것이다. 과거 신천지발이나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 사례만 봐도 바이러스가 가족, 지인, 아예 일면식도 없는 타인에게까지 퍼져나갈 위험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특히 의심증상이 뚜렷하지 않은 ‘조용한 전파’는 그 심각성이 더 크다. 현재까지 방역당국이 파악한 부천 물류센터 관련 확진자 82명 중 접촉 감염자는 19명에 불과하지만, 지역사회 감염 우려가 계속해서 제기되는 이유다.

부천 물류센터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뒤 감염된 김포시 거주자 A(19)군의 부모와 여동생 등 일가족 3명이, 역시 부천 물류센터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한 인천시 거주 콜센터 근무자(48)가 자신의 동료 콜센터 직원(45)에게 바이러스를 퍼뜨렸다. 이외에도 서울 구로구에 거주하는 부천 물류센터 관련 확진자의 자녀가 양성 반응을 보였고, 부천 물류센터 근무자(19)와 접촉한 쿠팡 고양 물류센터 근무자(28)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세계일보

쿠팡 고양 물류센터 직원들이 28일 물류센터 앞 차량 이동형(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고양시 제공


많은 사람들이 다닥다닥 붙어 빠르게 업무를 진행하는 물류센터 특성상, 방역당국은 물류센터 직원들이 거리 두기, 마스크 착용하기 등 기본적인 방역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부본부장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식당이나 흡연실에서 충분한 거리 두기와 생활 방역수칙이 이행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파악한다”며 “(물류센터 내) 작업자들이 쓰는 모자 또는 작업장에서 쓰는 신발 등에서 채취한 검체에서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검출된 것으로 일단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집단감염이 발발했던 콜센터는 여전히 대거 감염자가 발생하기 취약한 환경으로 지적된다. 서울 중구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까지 중구 서소문로 KB생명 전화영업소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총 8명으로 확인됐다. 중구 관계자는 “KB생명 전화영업소에서 최초 환자가 26일 첫 증상이 나타나 당일 강북삼성병원에서 검사를 받은 후 27일에 확진 판정을 받았다”며 “같은 층 직원 및 기타 접촉자 110명이 검사받은 결과 28일 오전 11시 기준 7명이 추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세계일보

대구 수성구 대흥동 대구스타디움 주차장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28일 한 학생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등교개학 전 학생들 집단감염을 우려해 휴원이 권장됐던 학원 또한 안심할 수 없는 장소다. 이태원 클럽을 방문한 뒤 무직이라고 거짓말을 해 수강생을 감염시킨 인천 학원강사 사례처럼, 닫힌 공간에서 서로 얘기하며 비말(침방울)이 튀기 쉬운 학원은 코로나19 예방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대구에서는 지난 27일 한 학원강사가 확진 판정을 받으며 이 학원 관계자 전원이 진단검사를 받았다. 다행히 91명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아직 학생이나 동료 강사 등에게 2차 감염 사례는 보고되지 인천 계양구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등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학원강사가 나오며 정부는 학원 이용 자제를 지시했다. 박능후 중대본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오는 29일부터 다음달 14일까지 감염자가 속출하는 수도권의 학원, PC방에 고위험시설에 준해 출입자 명부를 작성하고 소독 관련 기록도 남기도록 조치했다. 방역당국은 이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을 경우 고발 또는 집합금지 명령을 내릴 방침이다.

세계일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있는 한 학원에서 근무하는 강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며 지난 25일 이 건물에 ‘코로나19 확진자 경유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지역사회 전파 속도는 빠르지만 방역당국은 아직 현 상황이 이태원 클럽발 전파 사례보다는 방역망 안에서 통제하기 쉽다고 판단하고 있다. 김강립 중대본 1총괄조정관은 “이태원 클럽 사례와 달리 (부천 물류센터 관련 접촉자) 대부분이 연락처 파악이 쉬워 검사가 신속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수도권 내 감염 전파 속도가 매우 빠르므로 (이 지역) 거주자들은 당분간 외부 출입을 최소화해달라”고 당부했다.

정부는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라고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박 1차장은 “지금까지 설정해왔던 거리두기를 3단계로 나눈다면, 수도권에서도 여전히 가장 낮은 단계인 생활 속 거리두기는 유지하고 있다”며 “다만 다중이용시설이나 위험시설 그리고 학생들이 즐겨찾고 있는 PC방과 노래방, 학원 이 세 가지 시설에 대해서 이용을 자제해 줄 것을 강력히 권고하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