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8 (목)

방산비리·린다김 로비 ‘오명’ 이양호 前국방장관 별세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창군 이래 첫 공군 출신 합참의장 / 국방장관 퇴직 후 방산비리로 구속 / 2000년 린다김 로비 사건으로 추락

김영삼(YS)정부 시절 공군 출신으로는 처음 ‘군 서열 1위’ 합참의장에 올랐지만 이후 부패 혐의로 구속되면서 빛이 바란 이양호 전 국방부 장관이 28일 별세했다. 향년 83세.

세계일보

현직 장관 시절의 이양호 전 국방부 장관. 세계일보 자료사진


고인은 1937년 충북 증평에서 태어났다. 1960년 공군사관학교(공사) 8기로 임관한 뒤 공군 조종사로 활약하다가 작전사령관과 참모총장을 지냈다.

공참총장으로 재직하던 1993년 5월 갓 대통령에 취임한 YS에 의해 합참의장으로 발탁돼 1994년 12월까지 재직했다. 그동안 육군 장성들이 독점해 온 합참의장에 공군 장성이 임명된 것은 창군 이래 처음 있는 일이라 큰 화제가 됐다. 육군에서 ‘비행기나 몰던 사람이 무슨 국방을 아느냐’는 비아냥 섞인 반응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합참의장을 마친 뒤에는 국방부 장관으로 직행, 2년 가까이 재직하는 등 YS정부 내내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으며 출세가도를 달렸다.

하지만 1996년 10월 YS는 고인을 국방장관에서 갑자기 경질했다. 당시 정부는 “군의 분위기를 일신하고 기강 확립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는데 실은 고인의 비리 혐의가 포착됐기 때문이란 해석이 무성했다.

실제로 고인은 장관직에서 물러난 직후인 1996년 12월 경전투 헬기 사업과 관련해 당시 대우중공업으로부터 1억50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당시만 해도 1억원 넘는 뇌물은 대단한 거액에 속했다. 이 사건으로 고인은 법원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세계일보

백두사업 불법 로비 의혹이 불거진 2000년 당시의 방산 로비스트 린다김(가운데)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2000년에는 고인의 강직한 군인 이미지에 더욱 먹칠을 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여성 로비스트 린다김(본명 김귀옥)과의 숨겨진 관계가 드러난 것이다. 장관 재직 당시 국방부 통신감청용 정찰기 도입 사업인 ‘백두사업’의 납품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린다김의 로비를 받았고 그때 부적절한 관계가 있었다는 것이다. 의혹이 불거지자 고인은 이를 시인하고 사죄했다.

◆린다김 로비사건이란?

1996년 린다김을 로비스트로 고용한 미국 방산기업이 정찰기를 도입하는 우리 국방부의 ‘백두사업’과 관련, 응찰업체 가운데 가장 비싼 가격을 제시했는데도 프랑스·이스라엘 경쟁업체를 물리치고 최종 사업자로 선정됐다. 탈락 업체들에 의해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사업자 선정 3개월 전에 이양호 당시 국방부 장관이 로비스트 린다김과 만난 사실이 드러났다.

조사 과정에서 이 장관이 린다김에게 보낸 ‘연서’에 가까운 내용의 편지가 공개되는 등 파문이 일었다. 이 장관은 린다김과 부적절한 관계였음을 시인했다. 린다김은 1995~1997년 공군의 2급 군사기밀을 빼내고 백두사업 총괄팀장에게 1000만원을 준 혐의로 기소돼 법원에서 집행유예형이 선고됐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