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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엘롯기가 잘하면 흥행불패인데, 코로나 탓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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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전 줄부상에도 선두 싸움 LG

선발진 호투로 분위기 좋은 KIA

다소 주춤해도 예년과 다른 롯데

무관중에 팬 관심 줄어들까 걱정

중앙일보

인기구단 LG 트윈스, KIA 타이거즈, 롯데 자이언츠(왼쪽부터) 선수들이 승리 후 환호하는 모습. 세 팀은 순항 중이지만 팬들은 그 기쁨을 TV로만 지켜보는 처지다. [연합뉴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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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롯기’. 프로야구 전통의 인기 구단 LG 트윈스, 롯데 자이언츠, KIA 타이거즈를 묶어 부르는 용어다. 올 시즌, 아직은 초반이지만 엘롯기가 포스트시즌 진출권인 5강에서 활약하고 있다. 28일 순위를 보면 LG가 2위, KIA가 4위, 롯데가 5위다.

LG는 개막 전부터 5강 후보로 꼽혔다. 지난 시즌 검증된 투수진이 건재하기 때문이다. 외국인 타자가 물음표였는데, 4번 타자로 데려온 로베르토 라모스(26·멕시코)가 장타력을 과시하고 있다. 외국인 투수 ‘원투펀치’인 타일러 윌슨, 케이시 켈리(이상 31·미국)까지 컨디션을 회복하면 더욱 강력해질 전망이다.

KIA는 외국인 투수 드류 가뇽, 애런 브룩스(이상 30·미국)가 기대 이상 활약하고 있다. 가뇽이 2승(2패) 평균자책점 2.70, 브룩스가 1승(1패) 평균자책점 3.28이다. 여기에 4선발 이민우(27)까지 2승, 평균자책점 3.80으로 선전했다. KIA는 19~26일 7경기 연속으로 선발투수가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했다. 개막 첫 주 8위(2승4패)에서 수직으로 상승했다.

롯데는 5일 개막과 동시에 5연승으로 신바람을 냈다. 이후 선발진이 다소 흔들리고, 방망이의 열기도 좀 식었다. 5위권으로 내려왔지만, 하위권까지 내려가지는 않을 거라는 평가다. 부친상을 당해 미국에 다녀온 뒤 2주간 자가격리를 끝낸 아드리안 샘슨(29·미국)이 28일 삼성 라이온즈전에 선발로 나왔다. 경기가 지날수록 롯데 마운드에 힘이 될 전망이다.

허구연 해설위원은 “LG는 전력 보강이 잘 되면서 올해 선수층이 가장 두껍다. 외야수 이형종, 마무리 고우석 등이 없어도 전력이 탄탄해 상승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KIA와 롯데의 경우에는 “변수가 있다”고 지적했다. 허 위원은 “KIA는 4선발 이민우가 풀타임을 처음 뛰기 때문에 시즌 중반 체력 문제가 나올 수 있다. 롯데도 이대호, 손아섭, 민병헌, 안치홍 등 주요 타자가 30대라서 무더운 여름이 고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엘롯기의 선전이 시즌 후반까지 이어진다면 프로야구 39년 사상 처음 포스트시즌에 동반 진출할 수 있다. 이 조합이야말로 KBO리그 최고의 흥행카드다. KBO리그는 2017년 역대 가장 많은 관중(840만688명)을 기록했는데, 당시 엘롯기가 맹활약했다. 특히 한국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실망스러운 경기력으로 1라운드에 탈락하면서 시즌 초반 평균 관중이 전년보다 16%나 줄었다. 그런 상황에서 8~9월 엘롯기가 포스트시즌 진출을 놓고 치열하게 순위 싸움을 벌이자 시즌 막판 관중이 급증했다. 그때는 LG가 6위로 밀려 가을야구를 하지 못했다.

엘롯기가 다 함께 잘하면 프로야구 쪽 사람들은 함박웃음을 짓는다. 그런데 올해는 좀처럼 웃기 힘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무관중 경기를 하고 있다. 관중 흥행은 먼 나라 이야기다. 정부가 5일 ‘사회적 거리 두기’를 ‘생활 속 거리 두기’로 전환하자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늦어도 6월 초에는 관중을 입장시키는 쪽으로 전환할 계획이었다. 관중 사이 거리가 필요해 처음엔 정원의 30%가량 입장시키고 점차 늘리는 시나리오였다.

최근 이태원 클럽 발 코로나19 확산에 이어, 이커머스 물류센터 집단감염까지 터지면서 시나리오를 수정해야 할 상황이다. KBO 관계자는 28일 “관중 입장 여부는 문화체육관광부 및 질병관리본부와 다시 협의하게 됐다. 아무래도 6월 초보다는 더 늦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KBO리그를 중계하는 방송 관계자들은 엘롯기가 잘해도 무관중 경기가 계속 되면 야구팬들의 관심이 하락할까봐 걱정하고 있다. 지난 5일부터 27일까지 TV 평균 시청률은 0.92%로 지난 시즌 전체 평균 시청률 0.82% 보다 조금 높다. 특히 포털사이트 네이버 평균 누적 시청자 수는 약 153만명으로 지난 시즌 약 22만명보다 약 7배가 늘었다. 그런데 평균 수치는 높아졌지만 매일 시청률과 누적 시청자 수에 변동이 크다. 실제로 개막일 네이버 평균 누적 시청자 수는 149만3483명으로, 지난해 개막일(34만3291명)의 4배가 넘었다. 누적 시청자 수가 가장 많은 경기는 롯데-KT 전으로 208만8662명이었다. 그러나 개막 다음 날인 6일 롯데-KT 전 누적 시청자 수는 141만5216명으로 줄었다. 야구팬 윤준(43)씨는 “프로야구 개막을 오래 기다렸기 때문에 처음에는 중계방송을 꼭 챙겨봤다. 그런데 특정 팀을 응원하는 팬이 아니라서 그런지, 직관(경기장 직접 관전)을 할 수 없다는 점에서 프로야구에 대한 흥미가 점차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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