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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5000억 송현동 땅, 2000억에 달란 서울시"···대한항공 뿔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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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안 팔리면 갖고 있겠다"

중앙일보

한진그룹이 7성급 호텔을 지으려던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 [연합뉴스]


자금 마련이 급한 대한항공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서울시가 대한항공의 종로구 송현동 부지를 문화공원으로 바꾸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이 보유한 '송현동 땅'의 용도가 바뀌면 땅값은 당초 기대했던 5000억원의 절반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서울시의 제동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28일 "정해진 게 없다. 안 팔리면 가지고 있겠다"고 언급했다. 대한항공 측은 이에 대해 "적당한 매수자가 없으면 부지 매각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원론적인 의미"라고 선을 그었다.



설상가상 대한항공, 송현동 부지 어쩌나



서울시는 지난 27일 열린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 송현동 부지를 문화공원으로 변경하는 내용을 담은 결정안에 대한 자문을 요청했다. 위원회도 찬성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계획대로 되면, 다음 달 열람공고 등 절차를 거쳐 올해 안에 부지를 문화공원으로 지정할 수 있다.

대한항공의 송현동 땅(3만6642㎡ 규모)은 숙원과제 중 하나였다. 지난해 4월 작고한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 시절에도 대한항공은 이 땅에 7성급 한옥 호텔 건립을 추진했다. 규제에 발이 묶여 호텔 건립은 어려웠고, 설상가상으로 조양호 전 회장이 급작스레 세상을 뜨면서 한진그룹은 위기에 봉착했다. 경영권 분쟁에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항공산업이 타격을 입으면서 대한항공은 자금사정까지 어려워졌다.

대한항공은 자금난을 타개하기 위해 송현동 땅을 5000억원 이상의 값을 받고 매각하려 했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1조2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지원을 하면서 내년 말까지 경영권을 넘겨받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에 2조원 규모의 자본확충을 요구한 데 따른 결정이었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삼성KPMG·삼성증권 컨소시엄을 매각 주간사로 선정해 부지 매각에돌입했지만, 서울시의 '문화공원' 추진이 가시화하면서 송현동 땅 매각은 암초에 부딪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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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 한진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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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서울시가 자구노력 발목 잡는다"



조 회장이 서울시 결정에 대해 "안 팔리면 가지고 있겠다"고 한발 물러나는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대한항공은 난색을 표했다. 대한항공은 당초 서울시 결정이 알려진 직후 "실효성 있는 조기 매각을 위해 매각 대상을 제한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예정대로 매각을 추진해 자금조달을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한항공 내부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3월에도 서울시가 송현동 땅 매각과 관련해 "민간에 매각하더라도 개발 요구를 용인할 의사가 없다"며 "공매절차를 중단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이번 서울시 결정에 대해 "다른 제3자가 송현동 땅을 매입하더라도 개발할 수 없도록 할 것이라는 으름장과 다름 없다"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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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송현동 땅 매각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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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은 공원화를 위한 서울시 매입안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서울시가 자체 감정평가와 예산확보 등에 시간이 걸려 대금 납부까지 최소 2년이 소요된다고 했다는 것이다. 대한항공은 "송현동 부지는 시장 가격이 5000억~6000억원에 달하지만 서울시는 2000억원 정도를 예산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며 "그렇게 되면 단기간 내에 자본 확충이 필요한 대한항공으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명백한 사유지임에도 서울시가 공원화 계획을 밀어붙여 대한항공 매각 계획을 방해하고 가격을 떨어뜨리고자 하는 악의적인 의도라는 시각도 있다"고 덧붙였다.

곽재민·최은경·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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