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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美, 홍콩 관세·비자 특별대우 없애면… 해외기업·자본 대탈출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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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사태]

폼페이오 "中, 재앙적 결정… 홍콩자치 약속 근본적으로 훼손"

'美가 달러화 거래 어렵게 하면 홍콩 은행 황폐화될 것' 전망도

홍콩, 中 GDP의 3% 차지… 일각선 "중국 피해는 크지 않을 것"

조선일보

/조선일보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에 맞서 미국은 홍콩을 중국 본토와 분리해 취급하는 '특별지위' 박탈 수순에 들어갔다. 미국의 제재 수위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최악의 경우 홍콩은 국제 금융·물류 중심지의 위상을 잃고 경제 자체가 황폐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7일(현지 시각) 보도 자료를 내고 "홍콩이 중국으로부터 고도의 자치권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의회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이 일방적으로 홍콩 국가보안법을 제정하는 재앙적 결정은 홍콩의 자치에 대한 약속을 근본적으로 훼손한 것"이라며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오늘날 홍콩이 중국으로부터 고도의 자치권을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는 중국이 1997년 홍콩 반환 당시 약속한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를 미국이 더 이상 인정할 수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1992년 제정된 홍콩정책법에 따라 홍콩을 중국과 분리해 특별지위를 인정해왔다. 특별지위는 홍콩에 대해 관세나 투자, 무역, 비자 등에서 중국 본토와 다르게 대우하는 것을 뜻한다. 이에 따라 미국은 홍콩에 대해선 기술 이전도 일부 허용하고 있고, 미·중 무역 전쟁에 따른 관세 부과에서도 예외를 허용했다. 홍콩은 이를 바탕으로 아시아 금융 허브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미국에서 통과된 홍콩인권법은 국무장관이 홍콩이 특별지위를 누릴 만큼 충분한 자치권을 확보하고 있는지를 1년에 한 번씩 의회에 보고하도록 했다. 만일 충분한 자치권이 보장되지 않을 경우 대통령이 홍콩에 대한 제재를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홍콩이 자치권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의회에 보고했기 때문에 이제 홍콩에 대한 특별지위 박탈 여부와 제재 수위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손에 달려 있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통신은 우선 홍콩 보안법 시행에 관여하는 중국 관리, 당국, 안보 기관, 기업에 대한 제재가 검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만일 트럼프 대통령이 특별지위 박탈을 결정할 경우 홍콩의 아시아 금융 허브 지위도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홍콩은 뉴욕·도쿄·런던에 이어 세계 4대 자본시장이다. 2018년 기준 상장 기업 2315곳의 시가총액이 3조9000억달러(약 4828조원)에 달한다. 홍콩엔 2019년 기준 9000여 해외 기업이 진출해 있고 이 중 1300곳이 미국 기업이다. 특별지위를 박탈해 자본 이동을 까다롭게 하고 중국 비자 규정에 따라 미국인 무비자 입국을 제한하면 다국적 기업들은 홍콩에서 떠날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홍콩은 달러당 7.75~7.85홍콩달러로 환율을 고정하는 페그(peg)제를 채택하고 있다. 홍콩은 페그제를 통한 환율 안정으로 금융 중심지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 페그제 유지를 위해선 풍부한 달러 유동성이 필수적이다. 경제 전문 매체 마켓워치는 "만일 미국이 홍콩 금융 당국의 미 달러화 거래를 어렵게 할 경우 이 지역의 은행을 황폐화시킬 것"이라고 했다.

또 홍콩은 세계 7대 항구로 그동안 중국 본토와 다른 낮은 관세를 무기로 중국의 수출입 관문 역할을 해왔다. 무역 전쟁으로 미국은 중국에 최대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있지만 특별지위에 따라 홍콩은 예외로 하고 있다. 실제 중계 무역을 하는 홍콩은 2018년 수입액(6029억달러)의 87.1%(5253억달러)를 중국과 미국 등으로 재수출했다. 홍콩에 대한 세제 혜택이 사라질 경우 굳이 기업들이 홍콩에 법인을 만들어 중계무역을 할 이유가 없어진다. 그러나 홍콩이 특별지위를 잃어도 중국의 피해는 크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1997년 홍콩 반환 당시 홍콩은 전체 중국 GDP의 25%를 차지했지만 지금은 3%에 불과하다. 수전 손턴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대행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인터뷰에서 "홍콩이 특별지위를 잃으면 홍콩은 더 베이징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베이징 권부는 춤을 출 것"이라고 했다.

한편 미 하원은 이날 중국 위구르족 인권법안을 413대1의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하며 중국을 압박했다.

[워싱턴=조의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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