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여의도 뒤흔든 이낙연 ‘당권도전’ 선언…“대통령이 찍었다” 발언 배경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정치BAR_서영지의 오분대기

한겨레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당선인(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장)이 27일 오전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21대 국회의원 당선인 워크숍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겨레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이 지난 27일 민주당 당선자 워크숍에서 ‘당 대표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여의도는 하루종일 들썩였습니다. 기자들 사이에선 왜 갑자기 워크숍에서 출마를 발표했을까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지만, 사실상 이 위원장은 지난 주말 출마 결심을 굳히고 이해찬 대표에게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당 대표가 되더라도 대통령 선거에 나설 사람은 1년 전 당 대표를 사퇴해야 한다는 당헌에 따라 사실상 ‘7개월짜리 대표’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최고위원도 당 대표와 동반 사퇴해야 하는지를 두고 해석이 분분해 이해찬 대표는 사무총장에게 ‘정확히 알아보고 유권해석을 공개하라’고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 지난 24일 이 대표에게 전당대회 출마 알려

이 위원장은 지난 27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 호텔에서 열린 민주당 당선자 워크숍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당대회 출마를 기정사실화했습니다. 차기 유력한 대권주자로서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내 세력을 확대할 좋은 기회이지만, 7개월짜리 대표로 당에 끼치는 피해도 일정 부분 있는 만큼 명분과 실리 사이에서 고민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결국 고민 끝에 오는 8월 열리는 전당대회에 출마하겠다고 결정한 것입니다. 이 위원장은 지난 주말 이해찬 대표와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 등에게 이런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후 당 대표 출마 뜻을 밝힌 의원들과 만나 입장을 확인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26일에는 당권 도전 의사를 밝힌 우원식 의원에게 만남을 먼저 제안했습니다. 우원식 의원은 이 위원장이 출마 의사를 밝히기 전인 지난 27일 낮 기자들과 만나 “내 의사가 어떤지 확인하려고 만나자고 한 거 아니겠냐. 그동안 준비하고 있었으니까 당 대표 출마 의사를 갖고 있다고 했다”며 “날 찾아왔으니까 나갈 의사가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지난 21일과 지난 24일에는 홍영표 의원과 송영길 의원을 각각 만나 전당대회 출마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습니다.

워크숍에서 ‘문 대통령이 찍은 이낙연’이라고 한 이유는?

이 위원장은 평소 모든 메시지를 ‘데스킹’할 정도로 메시지에 특별한 신경을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점을 참고해서 보면, 이 위원장이 워크숍에서 한 말이 가볍게 넘겨지지 않습니다. 이 위원장은 워크숍에서 당선자들을 만나 “(내가 투표장에서 직접) 확인은 못 했지만 문재인 대통령 내외의 표를 받고 당선된 이낙연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이 말이 전당대회를 겨냥한 발언이라는 건데요.

잠시 시계를 돌려보겠습니다. 지난 2015년 1월 열린 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 제1차 전당대회는 문 대통령과 박지원·이인영 의원의 3파전으로 치러졌습니다. 당시 문 대통령은 근소한 차이로 박지원 의원을 누르고 당 대표가 됐습니다. 당시 전당대회는 대의원(45%)권리당원(30%)일반당원(10%)일반국민(15%) 결과를 합산해서 발표됐습니다. 문 대통령은 대의원과 일반 국민에서는 이겼지만, 권리당원과 일반당원에서는 박 의원에게 패했습니다. 하지만 그때와 지금의 가장 큰 차이점은 권리당원 구성이 바뀌었다는 점입니다. 민주당은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온라인 입당 모집에 나섰고, 대선 후보였던 문 대통령 지지자들이 대거 당원 가입을 했습니다. 그런 만큼 이 위원장이 ‘문 대통령이 찍은 이낙연’이라는 점을 내세워 친문 표심 공략에 벌써 나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 ‘7개월짜리 당 대표’ 논란 어떻게 극복할까

전당대회 출마를 가시화하면서 벌써 ‘7개월짜리 당 대표’에 나서는 데 대한 불만도 일부에서 터져 나옵니다. 이 위원장은 전당대회 출마 이유로 코로나19국난극복을 위한 최적임자임을 강조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 위원장의 출마순간부터 당내에서는 복잡한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습니다. 당 대표가 사퇴하면 최고위원도 동반 사퇴하는지 여부입니다. 당헌(25조2항)에는 ‘당 대표 및 최고위원회 임기는 다음 전국대의원대회에서 당 대표가 선출될 때까지로 한다’는 규정돼 있어 이 조항을 두고 해석이 분분합니다. 이 대표는 지난 25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에서 윤호중 사무총장에게 ‘대표가 그만두면 최고위원도 그만둬야 하는지 정확히 알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당 관계자는 “실무검토는 끝났는데 해석이 분분해서 동반사퇴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다는 1안 2안이 모두 준비돼 있다”며 “이런 사례가 없었고, 유권해석해야 하는 문제니까 정무적으로 판단할 문제”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른 후보들의 선택도 변수입니다. 당 대표 후보로 거론되는 김부겸 의원은 이 위원장과 마찬가지로 대선 도전에 뜻이 있습니다. 이미 4·15 총선 공식 선거운동 첫날에 2022년 대선 도전을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김 의원이 7개월 만에 또다시 전당대회에 치르는 것이 당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대선에 나서지 않겠다’고 선언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이 위원장에게도 부담될 수밖에 없는 만큼 당권 도전을 선언하더라도 넘어야 할 과제는 여전히 많아 보입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언론, 한겨레 구독하세요!
▶네이버 뉴스판 한겨레21 구독▶2005년 이전 <한겨레> 기사 보기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