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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아시아서 먼저 퍼진 코로나, 유럽 사망률이 100배 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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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둘러싼 미스터리 중 하나. 왜 아시아 국가들의 코로나19 사망률은 서유럽과 북미에 비해 현저히 낮을까.

2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전세계 과학자들이 이 수수께끼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고심 중이라고 보도했다. 바이러스 확산에 대한 대응 속도, 유전적 차이, 바이러스 변이, 비만율 등 여러 요인들이 꼽히고 있지만, 아직 명확한 답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아시아-유럽 사망률, 100배 넘는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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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프랑스 파리 센강 인근을 걸어가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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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처음 발견된 중국의 경우, 전체 사망자가 5000명 정도를 기록해 100만명 당 사망률은 3명이었다. 미 존스홉킨스대 통계에 따르면 26일까지 아시아 대부분 국가들의 100만명 당 사망률은 10명 미만을 기록하고 있다. 일본이 7명, 파키스탄이 6명, 한국과 인도네시아는 5명이고, 인도가 3명, 베트남, 몽골 등은 거의 0명에 가깝다.

반면 북미나 유럽의 상황은 전혀 다르다. 현재까지 미국의 100만명 당 사망률은 298명으로 300명에 육박하고 캐나다도 182명이다. 유럽은 더 심각한 수준. 양호한 편인 독일이 101명, 프랑스는 426명, 영국·이탈리아·스페인은 500명을 훌쩍 넘어선다.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한걸까.



초기 대응의 차이?



아시아 국가들은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겪었던 경험으로 인해 코로나19 사태에 더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다는 주장이 나온다. 반면 미국이나 유럽은 감염병을 '먼 나라의 일' 정도로 생각해 초기 대응에 소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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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일본 도쿄 시내를 걸어가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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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시아 모든 나라의 대응이 빨랐던 것은 아니다. 초반에 소극적으로 대응했던 일본과 인도, 파키스탄, 필리핀 등에서도 사망률이 낮다는 사실이 이런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날씨와 인구 차이?



덥고 습한 날씨에선 바이러스가 덜 활성화된다는 주장이다. 캄보디아 베트남, 싱가포르 등에서 코로나19가 비교적 덜 확산된 이유로 꼽히기도 한다. 하지만 에콰도르나 브라질을 포함한 적도 인근 국가들에서 높은 감염률과 사망률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주장은 설득력을 잃는다.

이탈리아 등 노인 인구가 많은 사회일수록 더 높은 사망률을 기록할 거란 추정도 가능하다. 그러나 전세계에서 노인 인구 비율이 가장 높은 일본의 경우는 다른 결과를 보였다.



바이러스 변이 때문?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팀은 바이러스가 아시아를 떠나면서 변이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미국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 과학자팀도 "전염성이 더 강한 바이러스가 유럽과 미국에 퍼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과학자들은 바이러스의 변이가 어떤 식으로 이뤄졌으며, 어떻게 사망률을 높였는지 등은 여전히 불분명하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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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시민들이 미국 뉴욕 시내의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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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와 면역체계 차이?



WP에 따르면 2018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일본의 면역학자 혼조 다스쿠(本庶佑)는 아시아와 유럽인들은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계의 대응을 조절하는 유전자인 백혈구 항원(HLA)에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도 이 사안이 아시아인의 사망률이 낮은 유일한 이유는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시아 국가들의 높은 결핵 백신(BCG 백신) 접종률이 영향을 줬다는 주장도 있다. 이 백신이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을 증강시키는 데 도움이 됐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일본과 프랑스의 BCG 백신 접종률은 거의 비슷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버드 의대 역학학자인 메간 머레이는 "사람의 장에 존재하며 면역력을 조정하는 수조개의 박테리아"가 지역별 사망률 차이의 원인일 수 있다고 말한다. 서로 다른 음식을 먹은 집단은 다른 장 내 미생물을 갖게 되고, 이것이 면역력의 차이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비만율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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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미국 뉴욕 맨해튼의 한 병원에서 의료진이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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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율과 코로나19로 인한 사망률의 관련성에 대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코로나19 피해가 극심했던 미국(36%), 영국(28%), 스페인(24%), 이탈리아(20%) 등의 비만율이 높은 반면, 중국(6%), 한국(5%), 일본(4%), 베트남(2%) 등 아시아 국가는 낮다는 것이 이 주장의 근거다.

그러나 비만율이 다른 유럽국과 비슷한 러시아는 아직 사망률이 비교적 낮다. 예외적인 사례가 얼마든지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WP는 "바이러스에 대한 모든 역학 연구는 불완전한 데이터로 인해 어려움을 겪으며 새로운 데이터가 등장하면 초기에 내려진 결론은 부정될 수 있다"며 "아직 코로나19는 초기 단계이가 때문에 퍼즐을 풀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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