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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코로나 19 이후, '무인'(無人)의 시대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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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영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 연구교수]
올해 초 춘절을 기점으로 중국 내 코로나 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가 본격적으로 확산되면서 모든 학교의 개학이 연기되고, 근무의 형태가 재택근무로 전환됐으며, 도시 간 이동 제한 조치가 시행됐다. 또 코로나의 발생지인 우한을 비롯한 후베이성 전체는 완전히 봉쇄됐다.

중국 당국의 이같은 조치로 인해 올 초부터 지금까지 중국의 경기는 지속적으로 침체 상태에 머물렀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 19가 진정세에 접어들면서 중국의 경기가 점차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 기간 동안 중국인들의 이전과는 다른 다양한 소비방식을 통해 경기가 유지된 만큼, 코로나 19의 진정이 경제회복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최근 몇 년동안 진행된 AI(인공지능) 기술과 loT(사물인터넷) 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코로나로 인한 인간의 이동 제한 및 사람간의 거리두기를 통한 '비대면'의 확대와 맞물려 다양한 형태의 소비 형태를 발전시켰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무인 시스템'의 구축과 확산이다.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무인(無人, Unmanned)' 시스템은 어느덧 현대인들의 삶 곳곳에 침투했다. 무인기술은 인간의 노동력을 최소화하고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하여 비용을 줄이고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혁신의 시대를 개척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유통혁명은 전 세계 어느 국가보다도 빠르고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 중국에서는 스마트폰의 보급과 더불어, 알리페이 및 위챗페이 등의 결제수단이 오프라인에서도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특히 QR코드를 통한 결제방식은 한국에서의 카드결제와 같이 매우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사용되고 있다.

중국에서 무인시스템은 비단 결제수단에만 적용된 것이 아니다. 이미 중국 전역에서 무인시스템을 접목한 오프라인 매장이 속속 선을 보이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무인편의점과 무인할인점이라 할 수 있다.

인공지능 기술을 바탕으로 바이오 인식 기술, 상품 이미지 인식 스캐너, 자동 발주 시스템 등을 활용한 중국 상해의 세계 최초 무인편의점 '빙고박스'는 미래 유통업계를 이끌어갈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마윈이 설립한 '타오카페'는 loT기술을 기반으로 한 오프라인 무인매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뿐만 아니다. 중국에서는 무인 시스템을 활용한 O2O 매장이 '신(新)유통 플랫폼'으로 각광받고 있다. O2O란 온라인(online)과 오프라인(offline)이 결합한 형태의 마케팅 및 서비스를 일컫는 것으로, 온라인 유통과 오프라인 유통의 장점만을 합쳐놓은 것이라 할 수 있다.

대표적인 매장이 바로 수산물, 채소, 야채 등 신선식품을 주로 판매하는 허마센셩(盒馬先生, 하마선생)이다. 이곳은 고객이 오프라인 매장에서 물건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고른 후, 앱과 알리페이를 통해 결제하면 고객의 집까지 물건을 배송해주는 무인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비대면 유통채널이 확대되는 상황 속에서, 올해 2, 3월 허마센셩의 전체 판매량은 지난해 동기 대비 220%가 급등하는 성장세를 보였다.

프레시안

▲ 중국 유통업체 허마센셩의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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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베이징과 상해에서 운영되고 있는 무인서점과 중국 곳곳에서 문을 열고 있는 무인레스토랑 등 중국 전역에서는 온‧오프라인 쇼핑의 장점을 합친 새로운 형태의 무인매장이 선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구매와 결제가 온-오프라인 형태의 공간에서 비대면의 형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중국의 자율운송 및 배달서비스는 예기치 않게 빠른 속도로 발전하며 획기적인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2016년 첫선을 보인 징동(京東)의 무인물류창고는 부피 및 무게 책정, 검사, 적재, 분류, 포장, 배송에 이르는 시스템 전반에 1000여 대의 로봇을 이용하여 하루 평균 약 20만 건의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후베이성이 코로나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던 올 초, 징동은 무인운반로봇(AGV, Automated Guided Vehicle)을 활용하여 후베이성에 의료물품을 배송하는 등 무인시스템의 활용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이외에 최근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한 자율주행자동차의 발전은 무인배송시스템의 큰 동력이 됐다.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진행된 올해 1~2월 동안 자율주행 스타트업 기업인 네오릭스(neolix)는 200대 이상의 자율주행차량을 중국 내 온라인 쇼핑 업체인 알리바바, 징동 및 온라인 배달 서비스 업체 메이투안(美團), 디엔핑(点評) 등에 판매해 무인운송의 선두 자리를 차지했다. 회사설립 후 6개월 동안 단 125대의 자율주행차량을 판매했던 네오릭스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두 달 만에 약 두 배 정도의 판매량 증가를 경험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중국의 무인택배 수취박스의 보안수준 역시 나날이 발전해 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초 비밀번호 입력 형태였던 무인택배 수취박스는 최근 기술의 발전에 따라 안면 인식기능이나 지문 인식기능을 활용한 형태로 점차 확대되어가고 있는 추세다.

코로나로 인해 심각한 경제위기가 찾아왔다는 뉴스가 연일 보도되고 있는 요즘,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는 '무인의 시대'가 온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과거 18세기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이 전 세계를 '기계의 시대'로 초대하였고, 2003년 사스가 중국을 휩쓸고 지나간 이후, 중국인들은 온라인쇼핑의 시대를 살아가게 되었다. 그리고 2020년, 코로나로 인해 중국은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또 다른 새로운 형태의 삶을 경험하는 '무인의 시대'를 열었다.

'무인의 시대'는 불필요한 접촉을 없애고 시간과 인력을 절약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그러나 모든 것에는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이 있듯, 최신 기술이 공존하는 무인의 시대 역시 아직 개선해야 될 점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무인의 시대에는 생산-구매-운송-보관-배송 등 생산, 유통, 소비의 전 과정에서 무인시스템이 적용되면서 인공지능 로봇이 대부분의 일자리를 대신하게 됐다. 제4산업혁명의 대표로 손꼽히는 '무인' 시스템은 머지않아 일자리의 재앙이 될 것이며, 인간이 인간을 필요로 하지 않는 관계 단절이 이루어 질 것이라는 경고도 여기저기서 끊이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다. 디지털 취약계층의 경우 인간이 아닌 기계와의 만남 속에서 더 큰 소외감을 느낄 수 있다. 일주일 전 중국에서 생활하는 한 선생님과 오랜만에 통화했는데, 코로나 19로 인해 식당가기도 무섭다는 이야기가 나올 때 즈음, 그 선생님은 맥도날드에서 상품을 주문하는데만 10분이 넘게 걸렸다고 말했다. 맥도날드에서는 무인주문·결제시스템을 사용해야 했는데, 사용 방법을 몰라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쳤다는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듣고 있다 보니 불현듯, 3년 전 중국 유학시절 기숙사 1층의 패스트푸드점 키오스크기계 앞에서 머뭇거리시던 할머니와 어린 손녀딸이 생각났다. 두세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손녀딸의 손을 꼭 잡고 기계 앞에 서서 어쩔 줄 몰라 하던 할머니는 결국 주문을 못하고 발걸음을 돌리는 듯했다.

필자가 다가가서 도움이 필요한지 묻자, 본인들은 글도 잘 모르고 기계는 어려워 그냥 돌아가려 했다며 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1분도 채 걸리지 않아 결제를 완료한 나에게 그 할머니는 몇 차례 거듭 고맙다고 말했다.

키오스크 기계의 지나치게 많은 선택지와 불친절한 설명, 그리고 작은 글씨는 돈이 있어도 햄버거 하나 구매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디지털 문맹을 낳았다. 특히 새로운 것에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이나 장애인 등은 오히려 기계와의 만남 속에서 더 큰 디지털 소외감을 느끼게 된 것이다.

우리는 무인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은 곧 완벽히 무인시대에 적응하여 살아 갈 것이다. 반면, 필연적으로 무인의 시대에서 도태되고 소외되는 약자들이 나타날 것이며, 인간이 인간을 필요로 하지 않는 인간 간의 관계 단절도 진행될 것이다. 무인의 시대가 가져올 어두운 그림자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인시대에 뒤처지는 그들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우리는 소외되는 그들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리고 인간과 기계 간의 관계 속에서 인간과 인간 간의 관계는 어떻게 규정하고 지속해야 할까? 누구 하나 '무인시대'가 가져올 어두움에 대해 명쾌한 답을 내리지 못하는 지금, 우리는 인간에 대한 애정 어린 마음으로 이 시대가 우리에게 던진 물음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가영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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