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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불매운동에 코로나까지 "못 버티겠다"... 韓 떠나는 日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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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산·올림푸스·GU… 한국 시장 철수

국내에 진출한 일본 기업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일본의 수출규제로 시작된 '일본 불매 운동'의 여파에 이어 올 2월 말 시작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 불황으로 이중 타격을 받으면서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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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서울 수유재래시장에 걸린 일본제품 불매운동 관련 현수막.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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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에만 벌써 네 곳 떠나...남아있는 기업들도 힘들어

국내 일본 기업들 중에는 오프라인 점포 정리와 시장 포기를 선언하는 곳까지 나왔다. 이달에만 네 곳에 이른다. 지난 28일 일본 닛산 자동차는 2019회계연도 실적발표에서 6700억엔의 순손실에 따른 적자전환과 함께 "올해 8월부로 한국시장에서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2004년 국내 시장에 진출한 지 15년만이다. 27일엔 의류 기업 데상트코리아가 주니어 스포츠 브랜드 '영애슬릿'의 단독 매장 운영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앞서 20일엔 카메라 브랜드 올림푸스한국은 다음달 말까지 국내 카메라 사업을 종료한다고 밝혔고, 21일엔 유니클로의 동생 브랜드 GU가 올 8월까지 국내 오프라인 매장 영업 중단을 발표했다. 이들은 불매운동의 직격탄을 받고도 영업을 지속해왔으나 코로나19로 한국 소비 상황이 악화하자 성장을 지속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다른 일본 기업들도 실적 악화에 힘겨워하는 모양새다. 일본의 생활용품 브랜드 무인양품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9.8% 하락한 1243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193.4% 감소해 71억원 영업적자로 돌아섰다. 일본 골프용품 한국미즈노 역시 같은 기간 매출이 7.2% 감소한 716억원, 영업이익은 52.7% 하락한 35억원을 기록했다.

국내에서 인기가 높았던 일본산 맥주도 힘을 못쓴지 오래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일본산 맥주 수입액은 전년동기 대비 87.8% 감소한 63만달러로 집계됐다. 2018년까지만해 도 한국은 일본 맥주업계에서 가장 큰 해외시장이었으나 지난해 7월 이후 급감했다. 불매운동 전만 해도 편의점 맥주 순위에서 1~2위를 다퉜던 일본 맥주 아사히를 판매하는 롯데아사히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대비 반토막 나면서 인력감축을 실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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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리지 않은 일본산 맥주들이 할인된 가격으로 매장에 진열돼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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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지나도 남아있는 '일본산 피하자' 인식

지난해 7월 불거진 일본 제품 불매운동은 당시 일본의 한국에 대한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조치와 일방적인 백색국가 제외 방침으로 촉발됐다. 이에 국내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일본의 부당한 조치에 대해 반발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커졌고 급기야 일본산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으로 번졌다.

불매운동이 시작된 지 1년이 다 되어가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서 일본산 제품을 피하려는 분위기는 여전하다. 관세청 등에 따르면 4월 일본산 소비재 전체 수입액은 전년 동기에 비해 37.2% 감소했다. 일본산 소비재 수입액 감소폭은 올해 1월 35.9%, 2월 14.9%, 3월 17.7%로 둔화하는 듯 했으나 지난 달 다시 30%대로 확대됐다. 코로나 여파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됐던 2월과 3월 소비 전체가 줄어 일본산 수입액 감소폭도 줄었으나, 4월에 다시 소비심리가 살아나며 일본 제품 거부 움직임이 뚜렷해진 것이다.

업계에선 앞으로도 이 같은 기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일본산 소비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각인되면서 대체재를 알게 된 국민들의 소비 행태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처럼 일본산 소비재에 대한 반감이 극심한 것은 아니나, 소비자들 사이에 '기왕이면 일본산은 거르자'라는 인식이 자리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불매운동의 여파를 거의 받지 않은 브랜드도 있다. 일본 ABC마트가 99.96%의 지분을 소유한 신발 편집숍 ABC마트 코리아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6.7% 늘어난 5459억원으로, 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직접 생산한 제품을 판매하는 유니클로나 무인양품과 달리 ABC마트는 나이키 등 타 브랜드의 신발을 매입해 판매하다 보니 일본 브랜드라는 인식이 적어 불매운동의 영향을 받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민서연 기자(mins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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