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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국회의원 임기 전날 황운하 ‘굴레’ 풀어준 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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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출신 황 당선인 29일 ‘조건부 의원면직’
한국일보

지난 20일 오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제21대 국회 초선의원 의정연찬회에서 황운하(오른쪽) 더불어민주당 당선인과 최강욱 열린민주당 당선인이 귓속말을 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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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경찰청장 시절 울산시장 선거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이 29일 ‘조건부 의원면직’으로 경찰 신분을 털어냈다. 겸직 논란을 불렀던 황 당선인은 일단 30일부터 21대 국회의원 임기를 시작할 수 있게 됐다.

경찰청은 “당선인에 대한 수사 및 재판 중인 사건의 유죄판결이 확정되면 의원면직의 효력이 상실되는 ‘조건부 의원면직’을 하는 게 법령의 규정과 취지에 가장 합당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이날 밝혔다.

검찰은 2018년 6월 울산시장 선거에 개입한 혐의로 올해 1월 황 당선인을 불구속 기소했다. 기소 당시 경찰인재개발원장이었던 황 당선인은 의원면직을 신청했으나 경찰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통령 훈령인 ‘공무원 비위사건 처리규정’에 따르면 비위와 관련한 조사ㆍ수사를 받는 경우 의원면직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황 당선인은 경찰 옷을 벗지 못한 채 2월 21일자로 직위 해제만 됐다.

이후 황 당선인은 경찰 신분을 유지한 채 4ㆍ15 총선에 출마했다. 하지만 국회법상 국회의원은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 외의 다른 직을 겸할 수 없어 겸직 논란이 불거졌다.

경찰은 국회법과 대통령 훈령이 충돌하는 사안인 만큼 국회와 인사혁신처, 법제처 등 유관기관과 수개월 간 논의를 거쳐 조건부 의원면직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명시적인 법률상 근거 없이 대통령 훈령만으로 의원면직을 허용하지 않을 경우 헌법과 국회법상 겸직금지 규정, 국가공무원법상 정치운동 금지 규정을 위반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강조했다.

황 당선인의 겸직 논란은 일단락 됐으나, 경찰이 전례가 없고 훈령 등에 명시되지도 않은 ‘조건부 의원면직’ 카드를 꺼낸 데 대한 잡음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경찰청은 “관련 법령의 규정과 취지를 모두 반영할 수 있도록 오랜 고심 끝에 내린 부득이한 결정이란 걸 이해해 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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