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김봉현 '수원여객 탈취' 전말···'공범 도피' 1억 전세기 띄웠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1조6000억원대 피해액이 발생한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전주(錢主)이자 정관계 로비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수원여객의 회삿돈 241억원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4월 26일 오후 경기도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라임 사태’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김봉현(46) 스타모빌리티 회장 일당이 수원여객을 탈취하기 위해 각종 허위 서류를 만들어 수원여객의 자금 241억원을 횡령하고 사용한 사실이 공소장을 통해 밝혀졌다.

고소 당할 위기에 처하자 김 회장은 자금 횡령의 공범인 수원여객 전 재무이사 김모(42)씨를 지난해 1월 해외로 도피시켰다. 김 회장은 당시 잠적한 상태였지만 김씨에게 거액의 도피자금을 보내주고, 김씨를 다른 나라로 이동시키기 위해 전세기까지 빌렸다. 김 회장은 변호를 위해 법무법인 2곳에서 8명의 변호인단을 꾸려 대응하고 있다.

29일 중앙일보가 입수한 수원지검 산업기술범죄수사부(엄희준 부장)의 김 회장 공소장에는 이 같은 내용이 적혀 있다. 수원지검은 19일 특경법상 횡령, 범인도피, 공문서위조 및 위조공문서행사 혐의 등으로 김 회장을 구속기소했다.

‘수원여객 탈취사건’은 김 회장과 라임 사태의 또 다른 핵심 인물 이종필(42)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을 이어주는 연결고리다. 둘은 이 사건을 공모하면서 밀접한 관계로 발전했고, 라임 펀드에 모인 투자자들의 돈을 기업사냥에 활용했다. 라임 사태로 인한 투자자들의 피해액은 1조6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중앙일보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 사진은 지난해 10월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서울국제금융센터(IFC 서울)에서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틀 안에 317억 갚아라” 못 갚으면 수원여객은 김봉현 손으로



사모펀드(PEF) 운용사 S사는 2018년 4월 라임으로부터 270억원을 대출받아 수원여객 주식 53.5%를 매입해 최대주주가 된다. S사는 수원여객의 성장성을 높게 평가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라임은 대출을 해주면서 김 회장 일당인 김씨를 수원여객 재무이사로 추천해 자리에 앉힌다. 해외로 도피해 있다 23일 입국해 경찰에 체포된 인물이 바로 김씨다.

김 회장은 김씨와 라임의 이 전 부사장과 함께 S사를 배제하고, 수원여객을 인수하기로 결의한다. 돈을 빌려준 라임의 이 전 부사장이 S사에 대출원리금 317억원을 2일 안에 상환하라는 통지를 보낸 다음, S사가 이를 상환하지 못하면 라임이 지분을 확보하는 계획이었다. 라임이 지분을 인수하면 김 회장의 페이퍼컴퍼니가 그 주식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김 회장에게 넘겨줄 계획도 짰다. 이 전 부사장은 수원여객 지분을 확보하기도 전에 이에 대한 계약금 30억원을 김 회장으로부터 받았다. 하지만 S사가 이들의 예상과 달리 대출원리금 전부를 상환하면서 계획은 무산됐다.

중앙일보

‘라임사태’주요 인물 관계도.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대담한 플랜B “수원여객 자금을 빼내 수원여객을 인수하자”



김 회장 일당은 플랜B로 수원여객 자금을 김 회장의 페이퍼컴퍼니에 무단으로 송금하고, 이를 활용하는 방법을 택했다. 인수할 회사의 자금을 빼내 회사를 인수하는 전형적인 무자본 인수·합병(M&A) 수법이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수원여객 대표이사 결재나 이사회 결의 등 필요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허위 내용의 전환사채(CB) 인수계약서, 금전소비대차계약서 등의 증빙서류 13개를 임의로 만들어 총 26차례 자금을 빼돌렸다. 횡령액만 241억원에 달한다.



김봉현, 잠적 중에도 전세기 빌려 해외 도피 도와



수원여객 대표가 김 회장을 고소하려고 하자 김 회장은 김씨를 해외로 도피시켰다. 잠적 중이던 김 회장은 지난해 1월 19일 서울 삼성동 커피숍에서 김씨를 만나 “사건을 해결할 때까지 해외에 나가 있으라”고 지시했다. 김씨는 이틀 뒤 괌으로 출국했다. 김 회장 역시 지난해 1월 23일 비행기를 타려 했지만 출국 금지 조치로 나가지 못했다.

이후 김 회장은 모바일 메신저 ‘위챗’ 등으로 김씨와 연락하며 해외도피 자금을 보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운전기사 등을 통해 김씨에게 총 7억원을 송금했다.

김씨가 다른 나라로 강제 출국돼 체포될 상황에 이르자 전세기를 보내 김씨를 마카오에서 캄보디아로 출국하는 데도 도움을 줬다. 김 회장은 중국계 항공사에 1억원을 주고 전세기를 빌렸다.

김 회장은 국내에서의 도피 생활을 위해 주민등록증도 위조했다. 경찰이 4월23일 서울 성북구의 한 게스트하우스 인근에서 김 회장을 검거할 때도 이 위조된 주민등록증을 제시하며 “자신은 김봉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중앙일보

4월 23일 성북구 한 주택가에서 잠복 중이던 경찰이 1조6천억원대 피해액이 발생한 라임자산운용 사태를 벌이고 잠적했던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을 검거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관계 로비 의혹 등 핵심 사건은 남부지검이 수사 중



서울남부지검은 이 사건과 별도로 김 회장과 이 전 부사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 등을 수사 중이다. 검찰은 구체적인 혐의가 드러난 ‘수원여객 탈취사건’을 통해 김 회장의 신병을 우선 확보하고 라임 사태의 핵심 사건에 대해서도 그 진상을 파헤치고 있다.

강광우·이후연·정용환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중앙일보

라임사태는 무엇인가?.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