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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닛산車 한국시장 철수에 딜러들 한숨 "코로나 때문에 이직도 힘든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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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산이 한국에서 철수한다는 이야기를 저도 본사 발표 당일에 들었어요. 코로나19 때문에 이직은 할 수 있으려나 모르겠네요"

조선비즈

서울 서초구 닛산전시장./변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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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서울 서초구 닛산 전시장. 알티마, 맥시마 등 닛산 차량 두 대와 직원 세 명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닛산 전시장은 작년 초 까지만 해도 전국에 21개 있었으나 최근 판매량이 급감해 올 들어 전국 9개로 줄었고, 서울 전시장은 서초구에 한 군데 남았다.

닛산자동차는 전날 2019회계연도(2019년4월~2020년3월) 실적 발표를 통해 한국 시장에서 닛산·인피니티 브랜드를 오는 12월 철수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2004년 한국법인을 세운 후 16년 만이다.

닛산의 한국 철수설은 지난해 국내 소비자들의 일본차 불매운동으로 한·일 갈등이 극단으로 치달으면서부터 꾸준히 나왔다. 하지만 한국닛산은 당시 입장문을 통해 "추측에 불과하다"며 철수설을 부인했고, 이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맥시마 부분변경 모델과 알티마 완전변경 모델을 출시했다.

그러나 신차 효과를 보지 못하고 계속해서 판매 부진에 시달렸다. 닛산의 올 1~4월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41% 감소한 813대였으며, 인피니티는 79%가 감소한 159대에 불과했다. 결국 한국닛산은 올 초 직원 절반 가량을 내보내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딜러사도 3곳만 남기고 계약을 대거 해지했다.

닛산의 철수로 당장 한국닛산 직원 40여명과 딜러사 200여명의 직원은 일자리를 잃게 될 위기에 처했다. 이날 전시장에서 만난 한 딜러는 "갑작스러운 소식이어서 당황스럽다"며 "일자리가 가장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12월까지는 판매를 한다고 하니 당장 나가야 하는건 아니겠지만 코로나19 때문에 다른 수입차 딜러사들이 사람을 뽑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또 다른 전시장의 딜러는 "아직 한국닛산이나 딜러사 측에서 딜러들에 대한 지원책이나 보상책이 언급된 건 없다"며 "수입차 쪽은 딜러들을 20-30% 감원한 곳들도 있다고 해서 막막하다"고 했다. 그는 "수입차 중 가장 잘 나가는 독일 3사의 딜러들도 올해 사람을 뽑을 계획이 없다고 하더라"면서 "규모가 작은 곳은 상황이 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국닛산 관계자는 "직원들의 조기 퇴직 프로그램 등을 준비하고 있으며 딜러사 측에는 어떤 지원을 할지 협의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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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산 알티마./한국닛산 제공



한국시장 철수로 브랜드 가치가 하락하면 중고차 가격 역시 급락할 것으로 보인다.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지금 당장 중고차 가격이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향후 애프터서비스(AS) 등의 문제로 닛산차를 사려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고, 중고차를 판매하는 입장에서도 차를 빨리 팔아야 유지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가격 인하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닛산은 한국 뿐만 아니라 러시아시장에서도 철수한다. 아울러 경영구조 개선의 일환으로 인도네시아 공장을 폐쇄하고, 스페인 바르셀로나 공장도 폐쇄할 예정이다. 2023회계연도 말까지 자동차 생산을 20% 줄일 방침이다. 닛산은 지난 회계년도에 6710억엔(약 7조7000억원) 규모의 순손실을 냈으며, 이에 따라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우치다 마코토 닛산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도 6개월간 급여 50%를 삭감할 방침이다.

한국닛산은 "이번 철수는 글로벌 차원의 전략적 사업개선 방안의 일환으로, 중장기적으로 전세계 시장에서 건전한 수익구조를 확보하고 지속 가능한 사업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본사에서 내린 최종 결정"이라며 "한국시장에서 사업을 지속하기 위한 한국닛산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내외적인 사업 환경 변화로 인해 국내 시장에서의 상황이 더욱 악화되면서, 본사는 한국 시장에서 다시 지속 가능한 성장 구조를 갖추기가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영업은 12월 말 부로 종료되지만, 기존 닛산과 인피니티 고객들을 위한 차량의 품질 보증, 부품 관리 등의 애프터세일즈 서비스는 2028년까지 향후 8년간 지속적으로 제공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변지희 기자(zh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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