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19 (화)

[세가지시선] 반가운 '카트' 돌풍... 저자극-저과금 게임도 성공할 수 있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남도영 기자]

기자 중심의 뉴스를 지향하는 테크M이 새로운 기획기사를 선보입니다. 한 이슈에 대해서 IT전문기자 세명이 서로 다른 시선에서 이슈를 분석하는 '세가지시선'입니다. 이슈를 바라보는 여러가지 시각을 독자분들께 전달하기 위해, 기자들은 사전 논의 없이, 각자의 시각에서 이슈를 분석합니다. 사안에 따라 세명의 시선이 모두 다를수도, 같을수도 있을 것입니다. 다양한 시각이 살아있는 세가지시선에 많은 관심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MMORPG 아닌

#과금 스트레스 없는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게임 생겨 기쁨

지난해 부산에서 열린 국제 게임 박람회 지스타에서 가장 인상깊은 장면은 부모님 손을 잡고 온 어린이들의 모습이었다. 이들을 전시장으로 이끈 건 슈퍼셀의 모바일 게임 '브롤스타즈'였다. 브롤스타즈 '굿즈'를 받기 위해 부모들이 길게 줄을 선 모습을 보며 신기하기도 하고 한켠으론 아쉽기도 했다.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즐길 국산 게임은 왜 없을까?

테크M

넥슨 모바일 레이싱 게임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 사진 = 넥슨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돈' 되는 MMORPG 쏠림 현상

일단 '돈'이 안되기 때문에 잘 안만든다. 아이들은 돈이 없고 부모들은 아이들이 게임하는 걸 싫어한다. 매출을 올리려면 지불 의사가 높고 경제력이 있는 3040을 타깃으로 게임을 만드는 게 유리하다.

국내 모바일 게임 매출 순위를 살펴보면 MMORPG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매출 1, 2위를 붙박이로 지키고 있는 리니지2M, 리니지M을 비롯해 10위권은 대부분 MMORPG가 차지한다.

테크M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MMORPG는 확실히 '돈'이 되는 장르다. 흔히 '3N'이라고 불리는 국내 대형게임사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가 모두 MMORPG에 전력투구하고 있고, 최근에는 중소게임사들조차 너도나도 MMORPG에 승부를 걸고 있다. MMORPG가 아닌 게임은 투자조차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 수익성이 좋은 MMORPG에 집중하는 건 당연하다. 문제는 더 이상 시장 파이를 키우지 못하고 '제로섬' 게임에 빠지고 있다는 점이다.

과금에 지친 게이머들... 돌아온 '카트'에 열광

MMORPG를 좋아하는 이용자층은 얼추 정해져있다. 더 넓은 신규 이용자들에게 어필하려는 노력들이 없지 않았으나, 장르적 특성상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경쟁의 핵심은 누가 이들에게서 많은 매출을 끌어오느냐로 귀결된다. 이러다보니 게임 자체가 과금이 잘되는 방향으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용자들이 신작이 나오면 게임성보다도 '과금' 체계부터 따지고 보는 이유다.

MMORPG는 장르적 특성상 진입장벽이 높은 데다가 과금의 벽을 넘어서지 못하면 더 이상 재미를 느끼기 어려운 시점이 금방 온다. 이런 과금 성향에 대한 이용자들의 피로가 축적됐고, 이젠 불신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테크M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 사진 = 넥슨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게임사 입장에선 매출을 위해 과금 체계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고, 고민의 결과로 비슷한 양산형 게임이나 출시 직후부터 고과금을 유도할 수 있는 장르로 쏠림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비단 MMORPG 만이 아니라 이들 사이 사이에 순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미소녀 게임이나 수집형 RPG 등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 등장한 넥슨의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가 반가운 이유는 오랜만에 과금 부담을 내려놓고 순수하게 '재미'에 집중 할 수 있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이 게임은 과금을 안해도 재밌게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는 정식 출시 17일 만에 글로벌 누적 이용자수가 1000만명을 돌파했다. 최대 일간 이용자 수는 357만명에 달한다. 10년 넘은 지식재산권(IP)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10대 이용자가 절반에 가깝고, 20~40대에게도 고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런 넓은 저변을 바탕으로 과금 성향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매출 순위를 애플 앱스토어 1위, 구글 플레이 4위까지 끌어올렸다.

과금 약해도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다면

최근 닌텐도의 '모여봐요 동물의숲'이 세계적인 인기를 얻은 바 있다. 이 게임은 콘솔 게임 시장이 작은 한국에서조차 신드롬을 일으키며 품절 사태를 연출하기도 했다.

동물의숲은 코로나19의 수혜를 받기도 했지만, 그동안 보기 어려웠던 '저자극' 게임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게임으로 인해 그동안 게임을 하고 싶어도 할 만한 게임이 없어 숨어있던 이용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바통을 이어 받은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는 참신한 게임으로 이용자 저변을 넓히면 얼마든지 돈도 벌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게임의 '다양성'이 단순히 명분 좋은 말이 아니라 실제 수익과도 연결할 수 있는 중요한 차별점이라는 걸 입증한 셈이다.

테크M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 사진 = 넥슨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는 오랜만에 캐릭터를 꾸미거나 카트를 사는 데 돈이 아깝지 않은 게임이었다. 반드시 누굴 이기고 싶어다거나 더 이상 진행이 안돼 억지로 결제를 한 게 아니라 순수하게 게임을 더 재밌게 즐기기 위해 스스로 돈을 냈기 때문이다.

넥슨은 '부분 유료화'라는 과금 체계를 세계 최초로 만든 게임사다. 어떻게 보면 현재 과금 논란의 시발점을 만든 장본인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런 넥슨이 과금에 대한 철학을 새로이 하고 잘 다듬은 게임을 내놨다는 점이 무척 고무적이다.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게임, 자녀에게 안심하고 권할 수 있는 게임도 더 많이 나올 수 있도록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의 성공이 넥슨을 비롯한 다른 국내 게임사들에게도 좋은 자극제가 되길 바란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

<저작권자 Copyright ⓒ 테크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