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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더오래]코로나 충격 잘 버틴 퇴직연금 수익률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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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김성일의 퇴직연금 이야기(57)



중앙일보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퇴직연금 수익률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지만 오히려 이 상황에서 퇴직연금 투자 행태가 올바른지를 다시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계기로 삼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사진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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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코로나19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대부분 국가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소식이 들리지 않아 불안하고, 어디에서 또 확진자가 발생할지 모른다는 두려움도 있다. 이런 영향이 자본시장엔들 부정적으로 작용하지 않을 수 없다. 당연히 퇴직연금 수익률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최근 코로나19로 퇴직연금 수익률이 낮아졌다는 기사를 자주 접한다. 퇴직연금 사업자들이 수익률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수수료만 챙긴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코로나19로 인해 퇴직연금 수익률이 얼마나 낮아졌는지 진단해 보자.

코로나19 사태 전후에 나타난 주식수익률의 변화를 비교해 보면 다음의〈표1〉과 같다. 주식수익률 변동 폭은 21.05%나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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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극적으로 투자한 DC(확정기여)형은 대개 안전자산에만 투자하는 DB(확정급여)형보다 수익률이 낮았다. 아래의 〈그림1〉은 퇴직연금 운용방법별 지난 3년간 수익률 추이를 나타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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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리금 보장상품의 수익률이 전체수익률과 유사하게 움직이는 것은 원리금 보장상품이 퇴직연금 적립금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86% 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원리금 보장상품 금리는 1.49%에서 1.77% 사이를, 전체수익률도 1.01%에서 1.88% 사이를 움직였다. 비록 수수료를 제한 수익률이라고 해도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탐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실적배당형 상품은 최근 3년간 6.58%에서 –3.82%로 변동 폭은 10.4%포인트였다. 비록 실적배당형 상품의 수익률 등락 폭이 크다고는 하지만 퇴직연금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4% 정도이다 보니 전체수익률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위의 〈표1〉과 〈그림1〉의 주식과 실적배당형 상품의 수익률 움직임을 보면, 실적배당형 상품 투자를 하는 경우 주식투자와 마찬가지로 수익률 감소 구간과 상승 구간이 교차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 CNBC 등에 따르면 투자의 귀재라는 워런 버핏이 운용하는 버크셔 해서웨이가 2020년 1분기 497억 달러(약 60조 8328억 원)의 순손실을 냈다고 보도했다. 워런 버핏은 경제 위기 때마다 하는 말이 있다.

“증시가 언제 바닥을 치고 반등할지 난 모르겠소. 다시 말해서 며칠 혹은 몇 개월 후에 증시가 어떻게 움직일지 난 모르오. 다만 20년 혹은 30년 후의 미국 기업과 세상이 어떨지는 상당히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소.”라고. 우리도 이 말을 따라 퇴직연금 수익률의 움직임을 파악해 보아야 할 것이다.

또 하나는 퇴직연금 수수료 문제다. 퇴직연금 사업자의 성과 연동 수수료책정은 꼭 필요하다. 현행 수수료 부과기준은 퇴직연금사업자가 제공하는 서비스 내용 또는 수준이나 운용성과와 관계없이 적립금 규모로만 결정된다. 그러다 보니 퇴직연금사업자는 서비스 질이나 운용성과를 높이려고 노력하기보다 수익과 직결되는 적립금 유치 경쟁에 치중하고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다만 퇴직연금 사업자도 수수료를 수익률에 연동시키려고 노력하고 있고, 고용노동부도 지난 2월 ‘퇴직연금 수수료 산정체계 합리화 방안’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다. 물론 정부의 이런 대응은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안타깝게도 현재로써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해 법적 근거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예기치 못한 경제 위기 속에서 실적배당형 상품 수익률 하락은 피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리고 퇴직연금 수익률 변동은 꼭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도 아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위기 때마다 퇴직연금 수익률은 원리금 보장상품 비중과 실적배당형 상품 중에서도 채권혼합형과 채권형 비중이 커서 크게 변동하지 않는다. 이것은 그다지 바람직하지만은 않을 수 있다. 경제 위기가 어느 정도 극복되고 수익률이 반등할 경우 충분한 성과를 달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때문에 퇴직연금의 수익률이 낮아졌다는 점을 너무 침소봉대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이 상황에서 현재 퇴직연금 투자 행태가 올바른지 다시 한번 더 생각해 보는 계기로 삼는 것이 보다 근본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연금학회 퇴직연금 분과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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