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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중국에 경고장 날린 트럼프…그래도 무역합의는 안 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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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뉴욕=이상배 특파원] [뉴욕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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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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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홍콩 국가보안법(보안법) 제정을 강행한 중국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고장을 날렸다. 홍콩에 대한 관세혜택 등 '특별지위' 박탈 절차에 들어가고 홍콩의 자유를 억압한 당국자를 제재하겠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시장이 우려했던 미중 1단계 무역합의 파기에 대한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이에 따른 안도감에 뉴욕증시는 오히려 막판 급반등했다.


中 홍콩 보안법 강행에 트럼프 "중국이 약속 깼다"


3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오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이 홍콩에 고도의 자치를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깼다"며 "홍콩에 대한 특별지위를 박탈하는 절차를 개시하라고 행정부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홍콩의 자치권을 침해한 홍콩 관리들을 제재하겠다"고 말했다. 홍콩의 반중국 시위와 당국의 폭력적 진압 등을 고려해 홍콩에 대한 여행경보 수준을 높이겠다고도 했다.

이는 대부분 중국이 미국 등 서방이 반대해온 홍콩 보안법 제정 절차를 강행한 데 대한 대응이다. 중국의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28일 홍콩 보안법 제정 결의안 초안을 승인했다. 법안은 홍콩 내에서 분리·전복을 꾀하는 활동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홍콩 관세혜택 박탈시 중국 본토도 타격


1992년 제정한 미·홍콩정책법에 따라 미국은 홍콩이 일국양제(一國兩制·1국가 2체제) 원칙에 의거해 중국으로부터 자치권을 누린다는 전제 아래 홍콩에 관세·투자·무역 등에 대한 특별지위를 부여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홍콩 민주화 시위를 계기로 제정된 '홍콩 인권법'에 따라 미국은 매년 홍콩의 자치 수준을 평가해 특별지위 유지 여부를 검토하게 돼 있다.

홍콩의 자치권이 위협받는다고 판단될 경우 미국은 홍콩의 특별지위를 일부 또는 전부 박탈할 수 있다. 관세 혜택이 사라지면 홍콩은 미국에 수출할 때 중국 본토와 마찬가지로 품목에 따라 최고 25%의 징벌적 관세를 부담해야 한다. 또 미국은 홍콩의 자유를 억압한 책임자에 대해 비자 발급 중단과 미국내 자산 동결 등의 제재를 내릴 수도 있다.

현재 미국으로 수출되는 중국산 상품 가운데 약 절반에 대해 25%의 관세가 부과되고 있지만, 지금까지 홍콩은 예외였다. 홍콩을 통해 미국으로 수출되는 상품 대부분이 광둥성 등 중국 남부에서 생산된다는 점에서 홍콩에 대한 관세 혜택 박탈은 중국 본토에도 경제적 타격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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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홍콩 이공대학교에서 학생들이 경찰을 향해 화염병을 던지고 있다. 이공대학교는 홍콩 주요 대학 중 유일하게 시위대가 남아있던 곳으로 홍콩 경찰의 진압 과정에서 수십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홍콩=뉴스1 / 사진제공=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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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안보 위협되는 중국발 외국인 입국 금지"




미중 관계는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사태의 책임을 중국에 돌리며 대중국 공세에 나선 이후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한 외국 반도체 공급을 막고 중국 기업 주식에 대한 미국 연기금의 투자를 차단했다.

이날도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기업들의 미국 증권시장 상장 관행을 바꾸는 방안을 연구하라고 실무그룹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중국 기업들의 미국 자본시장 접근을 제한하기 위한 조치다.

앞서 집권 공화당이 주도하는 상원도 중국 기업의 미국 증시 상장을 제한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하원을 틀어쥔 민주당 지도부도 이 법안에 동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발 입국자 가운데 미국 안보에 위험하다고 판단되는 특정 외국 국적자의 입국을 금지할 것"이라고도 했다.

기자회견 직후 백악관은 중국 인민해방군과 연계된 중국 단체에 소속된 적이 있는 중국인이 미국 대학원 이상에 유학하는 것을 제안하는 방안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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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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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지 남긴 트럼프, 미중 무역합의는 안 건드렸다


일부 외신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를 중국을 향한 엄포로 해석했다. 대부분 구체적인 시한을 못 박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국 조치들 가운데 당장 실행될 것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중국 편향적이란 비판을 받아온 WHO(국제보건기구)에 대해선 "오늘부로 우리는 WHO와의 관계를 종료하고 그 자금을 세계 다른 곳으로 전용할 것"이라며 즉각적인 관계 단절을 선언했다. 반면 중국과 관련해선 "절차를 개시하라고 지시했다"는 등의 표현에 그쳤다.

미중 1단계 무역합의를 거론하지 않은 것도 파국을 피하기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계산된 접근으로 풀이된다.

지난 1월15일 체결된 미중 1단계 무역협정에 따르면 미국이 대중국 추가 관세를 일부 보류하는 대신 중국은 앞으로 2년간 2000억달러(약 250조원) 어치의 미국산 상품을 추가로 구매하기로 했다. 그러나 코로나19(COVID-19) 사태로 중국의 미국산 상품 수입 확대에 차질이 우려되자 미국은 이 경우 협정을 파기할 수 있다고 위협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수위 조절에는 미국의 대중국 공세가 선을 넘을 경우 중국이 보복에 나서고 이것이 경기회복과 재선가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날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미국은) 무모한 제재에 대해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위협했다. 최근 이 매체는 미국의 화웨이 제재에 맞서 중국이 애플과 퀄컴, 시스코, 보잉을 비롯한 미국 기업들에 불이익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실명을 직접 거론하지 않은 것도 중국과의 대화의 여지를 남겨둔 아니냐는 관측을 뒷받침한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을 앞두고 약세를 보이던 뉴욕증시는 미중 무역합의 파기가 거론되지 않았다는 소식에 장막판 반등했다. 대형주 위주의 S&P(스탠다드앤푸어스) 500 지수는 0.5%,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1.3% 상승 마감했다.

에버코어의 데니스 드부세르 전략가는 "미중 1단계 무역합의에 대해선 변한 것이 없다"며 "미래에 상황이 바뀔 수는 있겠지만 지금 당장은 걱정할 게 없다"고 말했다.

뉴욕=이상배 특파원 ppark14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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