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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클링히트는 충분히 호들갑 떨만한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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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과 KT의 프로야구 시즌 2차전. 키움이 12-3으로 앞선 8회말 김혜성이 1사 상황에서 3루타를 때려냈다. 4회 홈런, 5회 1루타, 6회 2루타를 치며 4타점을 쓸어담은 김혜성이 한 경기에 1루타와 2루타, 3루타, 홈런을 모두 치는 사이클링히트(Hit for the Cycle)를 달성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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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KT전에서 KBO리그 통산 26번째 사이클링히트를 달성한 키움 김혜성. / 키움 히어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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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경기를 중계한 KBSN 스포츠 이기호 캐스터는 “이렇게 되면 단타만 나오면 사이클링히트”라고 말했다. 중계화면 좌측엔 ‘김혜성 데뷔 첫 사이클링히트’라는 자막이 떠 있었다. 봉중근 해설위원이 “이미 사이클링히트가 됐다”고 하자 이기호 캐스터는 “단타가 남았다. 지금 3안타를 때렸다”고 했다. 봉중근 해설위원도 착각한 듯 “그렇다. 단타 하나면 사이클링히트가 가능하다”고 했다. 명백한 중계진의 실수였다.

다음 타자 김주형이 몸에 맞는 공으로 1루에 나간 뒤 이기호 캐스터는 그제야 “사이클링히트가 맞다. 5회에 김혜성이 안타를 친 것을 빼먹었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김혜성의 데뷔 첫 사이클링히트”라고 간단히 소개한 뒤 다시 경기 중계에 들어갔다.

이 중계를 본 야구팬들은 아쉬움을 토해냈다. 중계진이 미처 사실을 몰랐다는 것도 문제였지만, 늦게라도 사이클링히트 달성을 알게 됐을 때 목소리를 높여 김혜성을 축하해 줬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많았다. “어수선한 중계로 김혜성의 대기록이 묻혔다” “선수 인생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순간인데 아쉽다” “중계진 착오로 흥이 나지 않았다”는 등의 반응이 나왔다.

사이클링히트는 중계진이 충분히 호들갑을 떨고 흥분을 할만한 기록이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39번째 시즌을 맞이하는 동안 26번밖에 나오지 않았다. 1년에 한 번 나오기 어려운 기록이란 뜻이다. SK에선 역대 한 번도 나오지 않은 기록이며, 롯데도 1996년 김응국 이후 24년이 지나도록 사이클링히트를 치지 못했다.

김혜성의 사이클링히트는 KBO리그에서 딱 2년 만에 나왔다. 2018년 5월 29일 KT의 스위치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가 우타로 홈런과 3루타, 1루타, 좌타로 2루타를 치며 사이클링히트를 달성했다.

역대 1호 사이클링히트는 1982년 6월 12일 삼성 오대석. 삼성 양준혁이 최초로 KBO 리그에서 사이클링히트를 두 번 기록했다. NC의 에릭 테임즈는 2015년 KBO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단일 시즌에 사이클링히트를 두 차례 달성한 선수가 됐다.

메이저리그에선 사이클링히트가 노히터(한국·일본의 노히트노런과 달리 미국 노히터는 최소 9이닝에 안타를 하나도 맞지 않고 경기를 끝내면 실점이 있더라도 성립된다, 여러 투수가 합작해도 상관없다) 만큼 어려운 기록으로 평가받는다. 메이저리그 통산 사이클링히트는 330차례 나왔고, 노히터는 303차례 달성됐다. 참고로 한국에선 노히트노런이 14차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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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성이 사이클링히트를 달성한 뒤 방송 인터뷰 중 동료들에게 축하 물세례를 받고 있다. / 키움 히어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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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21세인 김혜성은 2004년 한화 신종길(당시 만20세)에 이어 KBO리그에서 두 번째로 어린 나이에 사이클링히트의 주인공이 됐다. 2017년 키움에서 데뷔한 그는 이듬해 타율 0.270, 116안타 45타점으로 활약했다. 지난 시즌엔 타율 0.276, 96안타 32타점으로 성적이 약간 하락했다.

김혜성은 올 시즌 22번째 출전 경기에서 사이클링히트로 ‘인생 경기’를 만들었다. 중계진의 실수로 빛이 약간 바랬지만, 팬들이 더욱더 큰 축하를 보내주면 된다. 김혜성은 “상상도 하지 못한 기록이 나와 얼떨떨하다”며 “(3루타를 치기 전) 주변에서 알려줘 알고 타석에 임하긴 했지만 그런 생각은 하지 않고 루틴대로 타격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장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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