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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5·18 광주와 화해하려는' 노태우… 여전히 '떳떳한' 전두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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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아들, 아버지 '조화'와 함께 오월영령에 참배

全 "광주와 상관없다"…법정서 헬기사격 등 부인

뉴스1

노태우 전 대통령 장남 재헌씨가 29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5·18 민주영령을 추모합니다'라고 적힌 화환을 아들 노씨를 통해 보냈다. 2020.5.29/뉴스1 © News1 한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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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스1) 전원 기자 = 1980년 당시 신군부의 최고 책임자였던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과 그 가족들의 각기 다른 '5·18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노 전 대통령 측은 80년 5·18 학살에 대해 적극적인 사죄의 뜻을 밝힌 반면 전 전 대통령 측은 여전히 사죄와는 먼 행보를 보이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아들인 재헌씨(54)는 29일 오전 11시쯤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역을 방문, 오월영령들의 넋을 기렸다.

이번 방문에서 재헌씨는 아버지의 이름이 적힌 조화를 오월 민주영령에게 직접 헌화했다.

노 전 대통령의 조화에는 '13대 대통령 노태우 5·18 민주영령을 추모합니다'라고 쓴 리본이 달렸다.

재헌씨는 참배에 앞서 민주의 문에 설치된 방명록에 '5·18 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을 기리며 대한민국 민주화의 씨앗이 된 고귀한 희생에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고 썼다.

이후 민족민주열사묘역(망월동 구묘역)을 찾아 5·18 당시 독일 기자였던 힌츠펜터 추모비를 살펴본 후 이한열 열사 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이한열 열사 묘에는 미리 준비한 어머니 김옥숙 여사의 조화를 올려놓았다.

재헌씨는 구묘역에서 이재호·백남기 열사의 묘도 추가로 둘러봤다. 처음으로 5·18민주광장과 옛 전남도청을 둘러봤고, 두번째로 오월 어머니집을 찾았다.

재헌씨는 "5·18 당시에는 저도 어렸고 잘 모르는 부분이 많았다. 지금 역시 5·18에 대해서 많이 알지 못해 배울 점이 많다. 그래서 항상 광주를 올 때마다 조심스럽고 죄송스러운 게 있는 것 같다"며 "아버님 역시 잘못된 역사를 잘 알고 바로잡아야 한다는 데는 저와 같은 생각이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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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2월25일 광주 북구 망월동 구묘역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부인인 김옥숙 여사가 이한열 열사의 묘역 앞에서 참배하고 있는 모습.(독자제공) 2019.8.29/뉴스1 © News1 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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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헌씨의 이번 광주 방문은 세번째로 앞서 지난해 8월23일 국립5·18민주묘역을 찾았고, 지난해 12월5일에는 김대중컨벤션센터와 오월어머니집을 찾아 5월 가족들에게 사죄했었다.

현재 거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노 전 대통령은 '5·18묘역에 다녀와야 한다'는 말을 여러 차례 언급했고 이에 재헌씨가 묘역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대통령의 부인인 김옥숙 여사도 대통령의 취임식 직후인 1988년 2월25일 광주 망월동 묘역(현 5·18구묘역)에 잠들어 있던 이한열 열사의 묘에 헌화하고 참배했다.

반면 전 전 대통령은 여전히 사죄와는 거리가 먼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 전 대통령은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에서 5·18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조비오 신부를 '가면을 쓴 사탄',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표현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재판부 변경으로 인해 출석한 지난달 27일 법정에서 전 전 대통령은 재판부의 '공소사실을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내가 알고 있기로는 당시에 헬기에서 사격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부인했다.

여기에 재판 진행과정에서 꾸벅꾸벅 조는 모습도 보였다. 지난해 3월11일 첫 공판기일에 법정으로 들어가려던 전 전 대통령은 헬기사격을 부인하면서 발포명령자를 묻는 질문에 "왜 이래"라며 화를 내는 모습도 보였다.

건강을 이유로 재판에 불출석하면서 골프를 치는 모습이 포착돼 국민적 공분을 샀다. 전 전 대통령은 5·18에 대한 질문에 "광주하고 나하고 무슨 상관이 있어? 나는 학살에 대해 모른다", "나는 광주시민 학살하고 관계 없다", "발포명령을 내릴 위치에 있지도 않은데 군에서 명령권 없는 사람이 명령을 하느냐"는 논리를 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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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전 대통령이 5·18 민주화운동 관련 피고인 신분으로 11일 광주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전씨는 2017년 4월 출간한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하고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2019.3.11/뉴스1 © News1 황희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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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12일에는 서울 강남의 한 고급식당에서 5·18 광주학살의 책임이 있는 정호용, 최세창씨 등과 부부동반으로 호화점심을 즐기며 12·12 군사반란을 자축하는 등 여전히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전씨의 부인인 이순자씨의 경우 지난해 초 전씨의 광주재판을 앞두고 재판부에 대한 불신을 제기, 5·18과 6·10항쟁 등을 깎아내리는 주장을 공개적으로 펴 논란을 일으켰다.

이씨는 전씨가 치매를 앓고 있다고 주장하며 "재판장도 어떤 압력을 받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고, 전 전 대통령에 대해선 '민주화의 아버지'로 치켜세웠다.
jun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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