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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헤븐] ‘X 팔린다 문재인’…‘어그로’ 안먹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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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제작: 권해원 인턴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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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 21대 총선, 지역구 출마자 유튜브 운영 전수조사 ②

유튜브 정치는 현실 정치를 그대로 반영했다. 고질적인 네거티브와 친분 과시, 지역주의 등 현실정치의 특징들이 후보들의 유튜브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났다.

헤럴드경제의 모바일뉴스 특별취재팀 ‘헤븐’(헤럴드 젊은 기자들이 굽는 따끈따끈한 2030 이슈)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의 제 21대 국회의원 총선거 지역구 출마자 487명의 유튜브 채널 운영을 전수조사(20일 기준)한 결과, 유튜브 선거 캠페인에선 ‘어그로’가 조회수를 높였으나 승리한 것은 ‘인싸’ 전략이었다.

‘어그로’는 ‘어그레시브’(agressive)나 ‘애그러베이션’(aggravation) 등의 영어 단어에서 나온 말로 공격, 도발, 분란의 언행을 뜻한다. ‘인싸’는 ‘인사이더’를 줄인 말로 집단이나 조직에서 친화력과 사교성이 좋아 늘 중심에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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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거티브 전략을 사용한 유튜브채널 캡처


양당의 지역구 출마자 유튜브 총 431개 채널 가운데 여야 관계없이 상대에 대한 네거티브 영상이 올려져 있는 것은 총 67개 채널(15%)이었다. 여당 후보의 채널 239개 가운데는 26개(10%)였고 야당 채널 192개 가운데에선 41개(23%)였다. 야당인데다 총선 전부터 여론조사에서 뒤쳐져 있던 통합당 후보들이 네거티브 선거전에 더욱 적극적이었다.

네거티브 영상을 올린 67명의 후보 중 43명(64%)은 낙선했다. 약자가 네거티브를 더 많이 쓰는 경향이 있거나 네거티브가 패배를 더 재촉하는 경향이 있다는 말이다. 네거티브전이 전세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지는 못한 것이다.

통합당 유튜브 중엔 ‘X 팔린다 문재인’, ‘대깨문’ 등 막말까지 동원해 대통령과 민주당을 공격하는 영상이 많았다. ‘패륜 OOO’ 등 인신공격성 어법의 사용은 여야를 가리지 않았다.

한편 지역주의는 유튜브에서도 그대로 반영됐다. 민주당이든, 통합당이든 호남지역이나 대구·경북 지역의 후보들은 유튜브의 활용률이 타 지역 후보보다 현저히 떨어졌다. 유튜브는 현실을 이길 수 없고, 아직까지는 전세를 역전시킬 수 있는 미디어는 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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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븐〉 헤럴드 오븐 : 헤럴드 젊은 기자들이 굽는 따끈따끈한 2030 이슈文과의 친분 과시 ‘맑음’…보수 유튜버와 협업 ‘흐림’4·15 총선은 유튜브에서도 ‘문재인 선거’였다.

민주당과 통합당의 4·15 총선 지역구 출마자의 유튜브를 전수 조사한 결과, 후보 본인을 제외하고는 문재인 대통령을 소재로 한 콘텐츠가 가장 눈에 띄었다.

민주당 지역구 후보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사진을 적극 활용했다. ‘인싸 전략’이 통한 것이다. 총 유튜브를 사용하는 239명의 후보들 중 73명의 후보 유튜브에 문재인 대통령의 사진과 영상이 포함돼 있었다. 이들 중 42명이 선거에서 승리했고, 31명이 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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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배와 친구들 유튜브채널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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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당의 경우 유명 보수 유튜버와 협력이 눈에 띄었다. 192명의 후보 중 42명이 고성국TV나 신의 한 수 등과 공동 제작 콘텐츠를 업로드했다. 이들 중 9명만 당선됐다.

민주당의 경우 약세라 불리는 TK, PK 지역 후보자 채널은 네거티브 전략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TK지역 출마자 채널들에서는 노골적으로 ‘충격 OOO은 OO선 지하화에 반대한다’ ‘더 이상 그 후보로는 안됩니다’ 등의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이와 반대로 민주당이 강세라 불리는 호남지역 후보자 채널은 유튜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후보가 적었다. 채널이 없는 후보도 가장 많았고, 평균 구독자수도 500명대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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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유튜버와 협업을 한 통합당 유튜브 채널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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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당은 호남지역 28개 지역구 중 12개 밖에 후보를 내지 않았다. 이들 역시 유튜브 활용은 저조했다. 반면 강세지역인 TK, PK의 통합당 후보들은 적극적이었다. 양자 구도가 무너진 호남과 달리 TK와 PK에선 모든 지역에서 여야 대결이 이뤄졌고, 일부 지역에선 통합당 후보와 여권 무소속 후보가 경쟁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비대면 정치’ 전문가 5인 제언…유튜브 민주주의 전망‘비대면 정치’의 제1 플랫폼으로 떠오른 유튜브의 미래는 어떨까? 정치인과 유권자들을 잇는 민주주의의 새로운 의사소통 채널이 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유튜브의 중요성과 확장 가능성에 대해서는 입을 모아 긍정했으나 역기능과 부작용에 대한 지적도 적지 않게 했다.

정낙원 서울여대 언론영상학과 교수는 유튜브 정치 확산은 당연하다고 예측했다. 정 교수는 “허위조작정보에 대해 처벌가능한 법적 근거가 아직 없다”며 “의원이 규제받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얘기를 할 수 있으니 유튜브는 필수 플랫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웬만한 기성 언론보다 확장성이 더 좋다는 점도 유튜브의 전망을 잘 설명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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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당장은 코로나19 때문에도 있겠지만 유튜브 영향력은 계속 커져왔고, 점점 더 커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면서 “유튜브에선 극단적이고 사실관계가 부정확한 콘텐츠가 인기 있어 정치인들도 거기에 편승한다”며 “선거에서 이익을 못 얻고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이번 총선으로 입증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 유튜브의 한계에 주목했다. 신 교수는 “유튜브는 확증 편향을 강화하는 역할만 할 뿐”이라며 “(유튜브가) 선거에 실제로 영향을 주려면 ‘스윙보터’, 즉 중도층에 영향을 줘야하는데 유튜브가 가진 확증편향 때문에 중도층에 영향을 주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신 교수는 “국회의원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의 한계는 분명하다”며 “국회의원이 정보를 사실로 만들 능력은 없다”고 유튜브의 영향력을 일축했다. 이어 그는 “의원이 게이트키핑 역할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단순한 정보전달 역할만 해야 한다”고 내다봤다.

오세욱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은 현실정치에 대한 고민이 선행될 때 유튜브 정치도 발전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오 위원은 “알고리즘 추적 결과 극우·극좌 콘텐츠의 경우 기성 언론에서 특정 인물이나 사안에 대해 보도된 이후 사용자들의 구독이나 검색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며 “유튜브가 성행 할수록 기성 언론과의 관계가 밀접해지는 딜레마”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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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전문가들은 정치인 유튜브 채널의 관건은 ‘신뢰’라고 조언했다.

정 교수는 “(유튜브발) 허위조작정보는 국가 전반의 신뢰를 떨어뜨려 엄청난 사회적 손실을 야기한다”고 경고했다. 이어 “정치인은 ‘아님 말고’ 식의 담론을 퍼뜨릴 게 아니라 합리적인 아젠다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하 평론가는 “후보들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 평소에 진정성이 담긴 콘텐츠를 만들어 유권자들과 신뢰관계를 형성해야 효과가 있다”며 “선거 때 반짝 하고 극단적인 말을 하거나 네거티브를 내세우면 효과가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 평론가는 “1분이라도 정치인 유튜브를 봐야하는 지에 대한 설득이 필요하다”며 “쇼맨십을 발휘할게 아니라 공감능력을 활용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구 문제나 소관 상임위의 핵심 내용을 유튜브라는 매체에 맞는 방식으로 간결하고 알기쉽고 임팩트 있게 설명해 신뢰성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용재·홍승희 기자 Heav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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