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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한은 "신흥국, 코로나 진정 후 인플레이션 올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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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안보·통화절하 등 신흥국 물가불안 요인
유동성 회수 과정 중 신흥국 '금융불안' 가능성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진정된 이후 신흥국에서 인플레이션이 유발될 수 있다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나왔다. 신흥국들은 고강도 봉쇄를 장기화했던 수요가 빠르게 반등할 경우 재화·농산물 등을 제때 공급하지 못해 물가불안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선진국 중앙은행이 경기부양을 위해 공급했던 대규모 유동성을 회수하면서 신흥국을 중심으로 '금융불안(테이퍼 텐트럼)'이 일어날 가능성도 제기됐다.

한국은행은 31일 발간한 해외경제포커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신흥국 리스크 점검'에서 "신흥국의 경우 식량부족 등 공급측의 어려움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개연성이 있다"고 했다.

조선비즈

필리핀 마닐라의 한 아파트의 모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봉쇄령이 진행 중인 가운데 지붕 위에서 한 어린이가 연을 날리고 있다./AP연합뉴스



신흥국들은 코로나19에 대응해 각종 봉쇄조치를 실시하면서 농업인력이 부족한데다 육가공 등 식품처리공장이 폐쇄된 상황이다. 이 때문에 하반기 중 식량 수확량·식품공급이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만약 식량수급의 글로벌 공급망중 한 부분에서라도 물류이동에 차질이 발생한다면 세계 식량수급망을 교란시킬 가능성도 있다.

이 때 각국이 식량안보를 강화하게 되면 신흥국의 어려움이 상대적으로 더 커질 수 있다고 한은은 진단했다. 농산물의 경우 봉쇄조치 등에 따른 생산량 감소가 현실화되면 가격변동성 확대와 함께 물가불안의 주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재화, 서비스 역시 코로나19 진정후 빠르게 반등하는 수요를 따라잡지 못해 수급불균형으로 인한 물가불안이 나타날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신흥국 통화가치가 하락했다는 점도 향후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요인이 된다. 달러 대비 환율이 크게 오를 경우 수입물가가 올라 국내 물가로 전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신흥국 역시 이미 유동성 공급을 늘려놓은 상황인 만큼 인플레이션 발생시 신속한 통화정책 기조 전환이 어렵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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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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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은 코로나19 진정 이후 국제기구·선진국 중앙은행의 유동성 회수과정에서 국제금융불안과 같은 '의도치 않은 결과(unintended consequences)'가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유동성을 회수할 때 신흥국을 중심으로 주가급락 등 금융불안이 일어났었는데, 이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신흥국들은 코로나19 대응과정에서 경제 기초체력, 재정상황 등이 악화된 상황이어서 향후 금융불안이 발생할 경우 대외건전성이 더 나빠질 수도 있다.

한은은 "주요 신흥국을 대상으로 리스크를 점검해본 결과 단기간내에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면서도 "코로나19 진정 이후에도 신흥국에서 현실화될 수 있는 리스크가 상존함에 따라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조은임 기자(goodni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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